후원방판은 소리만 요란했던 빈 깡통

지난 2013년, 다단계판매는 외형적으로 크게 약진한 한 해 였다. 다단계판매 시장의 전체 규모가 지난 2004년 4조 4000억원을 넘긴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4조를 넘겼으며 업체수 역시 7년 만에 100개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3년의 다단계판매업의 총매출액은 2012년의 3조 3000억원 대비 무려 27% 정도, 액수로는 9000억원 가량이 늘어난 4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3년은 약진, 2014년은 강보합
다단계판매의 시장규모는 지난 2004년 4조 471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5년 3조 4314억원으로 내리막을 타면서 2007년에는 2004년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1조 7743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부터 다시 꾸준하게 상승, 지난 2013년에는 다시 4조원대의 진입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양 조합의 관계자에 따르면 직판조합 가입사의 총매출액은 약 3조 2000억원 규모로 잠정 집계되고 있으며 특판조합은 1조 700억원 가량으로 집계 됐다. 이에 따라 다단계판매의 시장규모는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한다 해도 양 조합의 총매출액을 합친 4조 2700억원을 약간 하회하는 4조 2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해 다단계판매 시장의 성장은 이미 예견 됐던 일이다. 2012년 시행된 방판법의 영향으로 새로이 다단계판매에 진입한 업체들이 많아졌으며 매출액 기준 탑텐에 속하는 몇몇 기업들이 발군의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탑텐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매출 비중은 지난 2012년 80%에 가까웠으나 2013년에는 76% 선으로 다소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에 신규 업체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다단계판매 업체는 직판조합이 4개 업체, 특판조합이 33개 업체로 모두 37개 업체가 새로이 다단계판매에 합류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이 해지된 다단계판매 업체는 직판조합이 10개 업체, 특판조합이 12개 업체로 모두 22개 업체가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사라졌다.

다단계판매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단계판매 업계의 시장 규모가 5조원까지는 성장하지만 그 이후에는 상당기간 정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는 현재 업계 1위 업체인 암웨이의 매출이 최근 3년 동안 답보 상태에 빠져 있고 허벌라이프 역시 지난해 매출이 보합에 머물렀다는 점과 더 이상 다단계판매 업체가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 기초 한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방판법 개정의 영향으로 다단계판매 업체가 크게 늘어났지만 2014년에는 그 영향이 크게 줄어들어 더 이상 업체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장 규모 또한 2013년과 같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선두권 업체들은 강보합세를, 중위권 그룹은 견조한 성장을, 하위로 처진 업체들은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 된다.

후원방문판매, 찻잔속의 태풍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후원방문판매는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셈이다. 특히 대형 업체의 대리점이 아닌 독립후원방문판매 업체는 고작 5개사만이 조합에 가입해 후원방문판매라는 규정 자체가 무색해 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업체 자체의 영세성이다. 한국직접판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기준 전국의 방문판매업체 2만 8243개의 평균매출액은 연간 3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직판협회의 회원사 19개사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방문판매업체들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1억원을 조금 넘는다.
또 다른 이유는 단속의 손길이 미칠 때까지 버텨보자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최종 소비자 비중 7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위 ‘무늬만 방판’이었던 업체일 공산이 크다. 단속에 걸리면 폐업을 하고 다른 이름으로 또다시 영업을 하거나 추이를 지켜보다가 아예 다단계판매로 등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크게 늘어난 다단계판매 업체 대부분이 이들 같은 업체였던 것으로 추정 된다.

어쨌든 작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후원방문판매를 신설한 방판법 개정은 업계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 채 방문판매업계와 공정위의 줄다리기 끝에 탄생한 졸속 법안으로 치부할 수 있다. 방판법 개정으로 다단계판매 업계도 방문판매 업계도 주무기관인 공정위도 실익은 거의 없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규정만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의 업태에 두 가지 규제가 공존한다는 것부터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직판과 특판 양 공제조합만 해도 후원방문판매를 위한 상품 및 전산 개발로 적잖은 돈이 투자 됐지만 회수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역시 후원방문판매는 유명무실한 존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직판과 특판 양 조합은 새로운 후원방문판매 업체가 최종소비자매출 비중을 충족시킬 동안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으로 전락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신규 후원방문판매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내에 최종소비자매출 비중을 충족하면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의 규제를 면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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