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교 대자보에서 처음으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물음에 대한 답이 대한민국의 세밑 전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라는 인사가 익숙했던 12월,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묻는 ‘정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라니 기이한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월 17일 화려한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회장단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한다면 중견·중소기업은 안정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대기업은 원활하게 부품 공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로서 법적으로는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다. 회원은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6,70년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을 현재 교역규모 8위, 경제규모(GDP) 15위라는 놀라운 기적을 이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그늘도 없지 않았다.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은 결국 중소기업을 뒷전으로 밀리게 만든 것이다. 

대기업에게 중소기업과 상생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중소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할 말이다. 언제나 말은 쉽다.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대기업을 더 키울 테니 중소기업은 알아서 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5위로 커지는 50년 내내 대기업은 대기업일 뿐이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일 뿐이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되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고생만 하다 망한 중소기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중소기업 육성의 ‘말’이 반복된다는 것은 ‘실행’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어명’을 받들어 중소기업과 상생하려고 안간힘을 쏟을 대기업도 없을 뿐더러, 대통령의 말만 믿고 지원을 기다리는 중소기업도 없을 테니 말이다.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잘 해보라는 얘기는 극소수에는 타개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에는 별처럼 아름다운 얘기다. 완성차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질주하고 있지만, 자동차 한 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2만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은 제자리걸음도 못하고 있다. 대형할인점이 골목까지 들어와 365일 24시간 바코드를 찍어대고 있는 동안 구멍가게들은 목구멍에 거미줄을 칠 지경이다.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이 무엇인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겠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창조경제’는 특별한 기업들만의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실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이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지적이다. 시장 골목골목에까지 아이디어를 융합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적인 ‘골목형 중소기업’ 육성이 가장 현실적인 창조경제의 모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구호로만 그치지 말고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중소기업육성과 내수 활성화에 정책수단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인, 서민이 ‘안녕’할 때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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