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량 직판업체 대상으로 진행…국내는 시기상조

미국 직접판매 업계에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CVSL은  미국 애틀랜타주에 있는 직접판매 기업 ‘골든 걸(Golden Girl)’을 인수한데 이어 체중조절식품을 판매하는 바이살러스(ViSalus)의 모회사이자 향초 및 방향제 등을 판매하고 있는 블리스(Blyth)에게 주당 16.75달러의 매입가를 제안했다. 블리스는 이 제안에 대해 지난 11월 15일 재정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인수제안이고 자칫 빚만 떠안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CVSL 측은 CVSL과 블리스의 조합은 양사의 주주들에게 최고의 이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믿는다며 적절한 때에 제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VSL은 원래 이름이 ‘Computer Vision Systems Laboratories’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었으나 전 메리케이의 회장이었던 존 로천(John Lochon)이 인수하면서 직접판매 기업을 인수하는 홀딩 컴퍼니로 변모시켰다.

이미 올해 초 수제 바스켓 등을 판매하는 롱가버거(The Longaberger Company)를 인수 했으며 이 밖에도 한국에도 모습을 보인 바 있는 에이젤(Agel Enterprises LLC), 여성을 위한 공구류를 판매하는 톰보이 툴스(Tomboy Tools), 요리재료를 판매하는 ‘Your Inspiration At Home’ 등을 인수한 바 있다. 또 지난 11월 15일에는 영국의 직접판매 기업인 ‘마이 시크릿 키친(My Secret Kitchen)’을 인수했다.

CVSL측은 홈페이지에서 자사의 직접판매 기업 인수를 LVMH의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꼬냑과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에 헤네시사와 가죽 가방으로 세계적인 선두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사가 1987년 합병하면서 창립된 프랑스의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Louis Vuitton Monet Hennessy) 그룹은 우수한 디자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여 LVMH사의 자본력과 선진 경영 시스템, 그리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통망을 통해 흑자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양자 간에 많은 수익을 안겨다 주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그 결과 현재 LVMH는 세계 제1위의 명품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CVSL도 다양한 직접판매 기업을 인수하되 각 인수된 기업들이 고유의 제품라인이나 경영방식, 비즈니스 모델 등을 유지하며 CVSL은 이들 기업에게 재정과 IT, 유통 시스템 등을 제공하게 된다. 좋은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운영자금이나 유통망, 전상 등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거나 파산 위험에 처한 기업을 살려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이러한 시도는 일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된다. 지난 3분기에 CVSL의 매출액은 올초 인수한 롱가버거 덕분에 18%나 상승했다. 이와 함께 롱가버거 측도 지난 2011년 3000만 달러였던 은행채무가 올해 말에는 1000만 달러로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존 로천 CVSL 회장은 “특히 롱가버거의 턴어라운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CVSL의 사업 모델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인터내셔널 이쿼티 그룹의 CVSL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CVSL의 전략은 직접판매 업계에서 혁신적이며 자원 공유, 리더십, 여러 단계의 다양성을 통해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CVSL에 합류한 직접판매 기업들은 물류 창고나 제조 시설 등의 자원을 공유,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각 기업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직접판매 업체들은 사업자 조직이 갖는 중요성으로 인해 다른 업종에 비해 동종 업종에 대한 배타성이 심한 편이다. 때문에 직판업계에서의 M&A는 대부분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완전히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 제네시스퓨어가 라이프맥스를 인수한 것이나 유사나헬스사이언스가 베이비케어를 인수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CVSL에 인수된 기업은 인수되기 전이나 인수된 후에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브랜드를 내걸고 해오던 방식을 보상플랜과 사업자 조직을 가지고 전과 다름없이 영업을 하게 된다. 다만 달라지는 것은 물류시스템이나 전산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CVSL의 시도가 혁신적이고 유망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직접판매 기업들이 비능률적인 물류시스템이나 재정적인 압박, 예기치 않았던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문을 닫거나 폐업의 위기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효율적인 물류와 재정적인 도움, 경험의 공유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영업이 활성화 된다면 그야말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성은 있다.

무리한 인수로 CVSL 자체가 경영난에 휘말릴 수 있으며 인수한 기업들 가운데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으면 이 여파로 다른 기업들에게까지 피해가 퍼질 수 있다.

CVSL의 전략은 국내 업계에도 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많은 국내 직접판매 업체들이 비슷한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VSL의 전략이 국내에서도 먹히기 위해서는 건전한 리더십과 투명한 경영 관행이 먼저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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