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곳 중 1곳만 대기업 편입…재무제표 좋아도 ‘중소기업행’

지난 13년간 국내 중견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중소기업으로 추락하고 8곳 중 1곳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재무재표가 좋은 우량 중견기업이라도 중소기업으로 추락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특성과 성장 및 위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견기업 기준은 각 산업별로 차이가 나는데, 대체로 상시근로자가 300~999명, 자산 5000억원 이하인 기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 426개 중견기업 가운데 2012년말 현재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55개사가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중소기업을 위축된 기업은 4배가량 많은 197개사로 전체 46.2%를 차지했다. 절반에 가까운 중견기업이 성장보다는 쇠락을 경험한 셈이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설립 이력이 오래됐다는 특징을 보였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55개사 중 2000년 이후 설립돼 대기업으로 편입한 팬택, BGF리테일, 휠라코리아, 엔씨소프트, 강원랜드 등 12곳을 제외한 43개사가 1990년 이전에 설립, 제법 오래된 업력을 자랑했다.

여전히 중견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도 1980년대 설립기업이 50.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4.8%)과 제조업(14.4%)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기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은 부동산 및 임대업으로 55개사 중 38개사(69.1)가 위축됐다. 뒤이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66.7%), 도매 및 소매업(5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 한정해 성장 및 쇠락 경향을 보면 중소기업으로 쇠락한 경우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제조업 분야가 가장 높은 56.7%를 보인 반면, 자동차 및 조선 등에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산, 매출액 등 주요 지표 상위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중견기업 가운데 자산상위 20% 기업이 하위 20% 기업들보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율은 2.6배 높았다. 아울러 매출액 상위 기업은 4.8배, 부채비율은 2.1배, 매출액영업이익률 상위 기업은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요 재무제표가 우량한 중견기업이라도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컸다.

자산규모 상위 20%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배율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율보다 1.6배 높았다. 매출액 규모에 있어서도 1.2배 높으며, 부채비율 3.5배, 순투자율 2.7배, 매출액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1.5배에 달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쉽지 않음을 대변했다.

중소기업보다 못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중견기업들의 주요 재무지표를 보면 성장과 쇠락에 대한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13년간 성장기업의 총자산 증가율은 위축기업에 비해 평균 약 38배 높았다. 매출액 증가율도 성장기업은 연평균 12% 증가한 반면, 위축기업은 2.8% 감소했다. 총자산 순이익율 역시성장기업(6.11%)이 위축기업(1.69%)보다 3.6배 컸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성장기업(8.7%)이 위축기업(3.5%)보다 2.5배 높은 등 성장 기업군의 주요 재무지표가 쇠락 기업군보다 대부분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중견기업은 그 규모에 비해 내실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중견기업은 651개사로, 회사당 평균 424.5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7배에 달한다. 평균 자산규모는 1576억원으로 대기업의 13.3%, 중소기업의 4배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부채비율은 111%로 대기업(93.15%)보다 높지만 중소기업(172.02%)보다 양호하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1인당 매출액, 판매마진, 투자수준 등에서 모두 중소기업, 대기업보다 지지부진했다. 중견기업의 1인당 매출액은 4억2700만원 수준으로 대기업(5억5400만원)은 물론, 중소기업(4억3100만원)보다도 낮다. 또 기업 영업활동의 능률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3.58%로 중소기업(4.47%), 대기업(6.17%)에 비해 떨어졌다. 아울러 매출액 대비 순투자율도 4.91%로 투자 수준 역시 중소기업의 5.91%보다 낮았다.

연구소 측은 “중견기업의 고용인원과 자산규모가 중소기업의 4~7배에 달하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뒤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규모에 비해 내실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량 중견기업도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 단순한 중견기업 지원정책보다는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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