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남양유업 사태 터지나

K-beauty로 바람과 함께 새로운 한류로 세계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를 강타했던 기업과 대리점, 판매원과의 ‘갑·을 논란’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기업과 대리점과의 갑, 을 논란이 이제 화장품 업계로 몰아치고 있다. 모든 유통분야에서 기업과 대리점과의 관계가 항상 원만할 수는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화장품 업계 갑을 논란은 가장 존경받는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에서 불거져 나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시장의 39%를 점유할 뿐 아니라 국내 화장품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뷰티강국으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유통, 시판유통, 방판유통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개척해 화장품 시장 규모를 넓혔을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남미까지 진출해 국내 화장품 산업의 우수성을 알린 첨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의 놀라운 성장배경에 대리점주와 판매사원들의 눈물이 감쳐져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공정 고발 기자회견 열려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7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아모레퍼시픽 피해 대리점주협의회와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위원회 김재남 위원장이 주최했다. 이날 고발 기자회견을 통해 서금성 아모레퍼시픽 피해 대리점주협의회 회장과 이 협회 오광석 회원(전직 임원 출신)이 증언한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는 특약점 강탈 사례 등 본사의 횡포와 밀어내기, 탈세혐의 등으로 정리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대리점(특약점)과 같은 판매조직을 통해 시장개척의 위험과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영업구역을 확보하면서도 여러 가지 불공정거래규정 등을 통해 특약점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것.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벌어지는 위험을 특약점에게 떠넘기며 불공정한 거래약정서를 체결했다”며 “영업실적이 부진한 특약점에 일방적 거래해지, 상품밀어내기와 일방적 강매, 상품공급의 갑작스런 중지, 방문판매원 빼돌리기, 전산시스템 가동중지 등 다양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고객의 구매에 따라 적립되는 판매 마일리지를 특약점으로 떠넘기면서 허위매입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며 “탈세 및 탈루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남양유업 사태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대리점주와 본사 간 불공정거래가 화장품업계에도 이미 일반화 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착수 
한편 화장품업계의 갑과 을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 화장품 업계의 불공정거래 혐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위는 7월 8일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 화장품 업계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아리따움·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에뛰드·토니모리·스킨푸드·미샤·네이처리퍼블릭 등 모두 8곳이다.
성 의원은 “최근 5년간 공정위가 화장품 가맹본부 상위 4개사에 대해 시정조치, 시정권고, 과징금 등을 부과한 것은 5건 뿐이었다”며 “이 가운데에서도 부당 계약종료나 영업지역 침해 등과 같은 ‘갑의 횡포’를 제재한 조치는 단 2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 화장품 프랜차이즈에 대한 거래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바 있지만, 올 6월 노대래 현 공정위원장은 “화장품 업계만 따로 떼어서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의 화장품업계 조사는 언론을 통한 논란이 거세지자 화장품업계의 실태조사를 전격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갑의 횡포’VS‘어불성설’
이번에 불거진 화장품업계의 불공정 행위는 이미 업계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사실 화장품 시판유통의 활성기였던 1990년대에도 상품밀어내기, 일방적 강매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또한 방판유통에서도 상품밀어내기, 사재기 등 몇몇 기업들에서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방판대리점을 운영하기만 하면 왠만한 대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방판업계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논란은 화장품 업계의 감춰졌던 어두운 음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불공정 논란은 일부 대리점들의 주장이지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화장품 프랜차이즈들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리점에 대해 “상습적으로 고객 정보를 임의 도용했으며 불법 포인트 적립을 통한 부당 이익을 취득한 곳”이라며 “제품 발주와 관련된 영업 정책을 신중하게 진행했으며, 해당 제품의 발주를 희망하는 매장에 한해서만 입고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한 일부 대리점주들 역시 “수년간 화장품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왔지만 다소간의 의견차이는 존재했지만 강압적이고 부당한 갑과 을의 관계는 아니었다”며 “특히 화장품 프랜차이즈의 경우 브랜드간의 가맹점 확보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대리점에 대한 강압적인 본사정책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조사결과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만큼 화장품업계의 갑과 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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