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 <한국사회와 그 적들>

대한민국이 아프다. 몇 년째 문화 전반에 걸쳐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대세를 이어 온 것은 그만큼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음을 보여 준다. 지난 몇 년간 출간된 책들의 제목만 봐도 대한민국에는 안 아픈 세대가 없다. <10대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50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까지.

미래학자들은 한국이 곧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될 거라 예측하고, 전 세계적으로 문화 한류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정작 그 안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물가 때문에, 취직이 안 돼서, 결혼 비용 때문에, 애들 교육비 때문에, 집값 때문에, 보장되지 않은 노후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단지 그런 것들일까.

국내 대표 융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 박사는 한국인이 힘든 원인을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마음속에 내재된 ‘콤플렉스’에서 찾는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해도, 한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콤플렉스들이 내 삶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짓누른다는 것.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콤플렉스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열등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어떤 감정에 의해 통합돼 있는 관념이나 기억의 복합체(complex)’를 뜻하는 콤플렉스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휘두르며,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물질 콤플렉스, 교육 콤플렉스, 집단 콤플렉스, 가족 콤플렉스 등 한국 사회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고 굳어진 콤플렉스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강요된 콤플렉스들이 개인의 삶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짓누른다.

저자는 콤플렉스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돈 콤플렉스가 없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고, 권력 콤플렉스가 없으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없다. 즉 콤플렉스는 잘만 활용하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콤플렉스를 억압하거나 피하지 말고, 제대로 이해하고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알아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을 괴롭히는 한국 사회의 콤플렉스들을 들추어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것은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참 자기’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콤플렉스들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남 보기 그럴듯한’ 삶이 아닌 진짜 내 삶,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내면화한 한국 사회의 콤플렉스, 제대로 알고 나면 비로소 진짜 내 삶, 나만의 행복을 찾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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