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브랜드가 아닌 토종 브랜드로 ‘승부’

전국 7천3백개에 달하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편의점 프랜차이즈 ‘훼미리마트’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낯선 이름 ‘CU(씨유)’가 들어선 것.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버리고 ‘CU'라는 낯선 이름으로 하지 않아도 될 모험을 건 이유는 무얼까. 유통업계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6월 8일 보광훼미리마트에서 상호를 바꾼 BGF리테일(회장 홍석조)은 지난 6월 18일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2년간 사용해오던 ‘훼미리마트’를 2012년 8월 1일부터 독자브랜드인 ‘CU(씨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CU(씨유)’는 CVS for YOU의 약자로서 고객과 가맹점을 위한 새로운 편의점을 만들겠다는 BGF리테일의 의지가 담긴 브랜드명이다. BGF리테일은 1990년에 일본 훼미리마트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송파구 가락동에 1호점을 개점한 후 지금까지 점포수 7천3백여개 연매출 3조원대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이다.

BGF리테일의 관계자는 기존의 ‘훼미리마트’에서 국내 독자브랜드인 ‘CU(씨유)’로의 변경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가맹점과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편의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21세기 한국형 CVS로 변화 시도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약 2만 5천여 개로 외형적 성장은 있었으나 점포형태와 운영방식이 20년 전 도입 당시와 큰 변화가 없어 업체 간의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인 BGF리테일이 고객에게 Total Convenience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1세기 한국형 CVS’라는 모델을 개발하고 독자브랜드인 ‘CU(씨유)’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21세기 한국형 CVS’란 66㎡ 내외의 좁은 면적에서 운영되는 우리나라 편의점에 최적화된 모델로서, 가맹점주에게는 점포운영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편리하고 쾌적한 ‘CU(씨유)’매장을 의미한다.

BGF리테일의 새로운 브랜드인 `CU(씨유)의 간판과 내부 영업표지는 지난 8월 1일부터 10월말 경까지 3개월간 순차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점포 환경개선 및 시스템 변경 등 브랜드 변경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 및 비용은 전액 본사부담 예정으로 가맹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CU(씨유)의 오픈에 앞서 사전 작업으로 지난 1년간 연구 개발된 신규 전산시스템을 전 점포에 도입 완료할 계획이며, 새로운 21세기 한국형 CVS는 신규점 및 리뉴얼 점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독자브랜드 전환을 계기로 사명도 변경했다. 새로운 사명 `‘BGF리테일’의 BGF는 ‘Bo Gwang Family’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관계사를 포함한 BGF 가족 모두가 협력해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또한 ‘Best, Green, Fresh’의 의미로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서비스 기업으로서 항상 새롭고 신선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BGF리테일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종전 보광훼미리마트 관계사들도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BGF를 사용한 사명으로 일원화 했다.

일본 훼미리마트사와의 관계는 앞으로도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CU(씨유)’로 변경된 이후에도 ‘CU(씨유)’간판에 필요한 기간동안 ‘with FamilyMart’를 부기해 고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로 했다. 또한 전략적 관계를 위해 일본 훼미리마트사와의 주주관계 또한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브랜드 국내 프랜차이즈들 ‘주목’
브랜드와 기술을 제공받던 업체가 독자브랜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대등한 사업 파트너로 각자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외국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당히 독자브랜드를 선언한 BGF리테일의 모습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국내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점포 모델과 상품을 개발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에게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CU(씨유)’가 되도록 노력하겠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훼미리마트의 브랜드명 변경에 대해서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브랜드명이나 회사명 등의 변경이 자칫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큰 결단을 내린 점 때문이다. 사실상 업계는 일본계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 문제 등의 일부 변경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훼미리마트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는 연 50억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에 대비한 국내 토종브랜드로의 과감한 도전이라는 분석이다. 브랜드 변경에 따른 비용은 총 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도 브랜드 변경을 꾀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 성장이 커질수록 사실상 일본계 브랜드의 인지도만 높이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애경그룹이 유통부문을 AK로 변경하면서 성공을 거둔 반면 AIG그룹의 손해보험사업부문은 ‘차티스’로 브랜드를 변경했다가 다시 AIG로 변경한 사례 등 브랜드 변경에 따른 운명은 판이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훼미리마트’를 버리고 새 이름과 새 옷으로 갈아입은 ‘CU’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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