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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꿈’ 이룰까?
  • 김지성 기자
  • 승인 2012.09.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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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대선 80여일을 앞두고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의 경제 정책 청사진을 2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본지는 독자 또는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어느 정파에도 치우침이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편집자 주]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8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 말이다.
출사표에서 공언했듯이 박 후보의 대선공약은 한마디로 ‘국민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국가’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핵심 키워드가 ‘경제민주화’이다.

실제로 박 후보는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경제 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확립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며 “고용률 중심의 국정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 복지를 아우르는 ‘5000만 국민 행복 플랜’을 추진하겠다”면서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경제 민주화’는 시대정신이 됐다. 박 후보는 불공정거래 타파 등 경제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각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대선을 치를 것임을 공언했다. 이는 현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를 외친 지 4년이 흐른 후 대기업들의 자산은 1.5배로 커졌지만 고용창출은 고사하고 일반 소비자와 중소기업 등에 따른 낙수 효과도 없었고, 중소기업과 민생이 더 고달파졌다는 자성에서 출발한다.

9월말 현재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구상은 완전한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대책은 경제주체별 불공정한 거래구조를 타파하는 게 최우선시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라미드식으로 연결된 ‘갑·을 구조’로 인해 성장의 과실이 고루 퍼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재벌개혁 논의도 불공정거래 측면에서 다뤄질 수 있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 구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당내의 불협화음이 표출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의 꿈을 실현시켜주겠다는 박 후보가 어떻게 당내의 이견을 조율하고, 어떤 내용의 경제민주화 그림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재벌해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나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주장하고 있다. 각 후보들의 주장은 질감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진행됐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낙수효과’ 등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을 담고 있는 부분은 공통적이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재벌에 대한 규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바로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는 재벌의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해 “기존 순환 출자된 부분은 현실성을 감안할 때 기업 판단에 맡기더라도 신규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총수의 사면 복권 문제에 대해 “구형을 받았는데 얼마 있으면 또 뒤집혀 법치를 바로잡는 데 굉장히 악영향을 준다”며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재벌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벌개혁 등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는 다른 후보들과 입장차를 보인다.

박 후보는 재벌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점에 공감하면서도 지배구조에 직접 ‘메스’를 대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순환출자의 경우, 이왕 이뤄졌던 순환출자는 유지하되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가 재벌의 지배구조 전반에 손을 대겠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실제 박 후보의 대선공약이 확정되기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박 후보측의 경제민주화의 뼈대를 구상하고 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최근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치된 공약을 만들려면 내가 직접 챙겨야 할 것 같아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경제민주화 추진단장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 내의 이견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개념 논란에 대해 “경제민주화도 정치민주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얘기가 있을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가 특이한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해석한다면 공약으로 만들어 질 수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종인 vs 이한구 ‘박 후보의 선택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윤곽이 대선을 석달 남겨 놓은 현 시점에서도 명확히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이다.
‘김종인-이한구 설전’으로 상징되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내에서 김종인 경제민주화추진단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는 여전히 설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며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119조2항) 도입을 주도한 김 위원장이 개혁적 노선을 대변한다면 ‘박근혜의 가정교사’가 별명인 경제통 이한구 원내대표는 전통 보수의 입장에 서있다.

이달 초 이 원내대표는 “정치판에서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기업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에 김 위원장도 “경제민주화를 이끌어야 할 원내대표가 갑자기 정체불명이라는 말을 쓴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맞받아쳤다.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과 원내 입법사안을 총괄하는 이 원내대표의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가 새누리당 내에서 높아진 것이 당연하다. 이래서야 대선 국면에서 후보와 당의 정책이 단일대오를 이룰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서 관심은 박 후보가 누구 손을 들어 줄 것인가에 쏠린다. 일각에선 대선에서 당이 후보를 총력 지원하는 체제가 되기 때문에 결국 박 후보의 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이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당 정강·정책의 핵심인 만큼 꼭 실천할 것”이라며 “당에 여러 의견이 있으니 이를 종합해 국민에게 발표하려고 한다”고 밝혀왔다.

진정성 놓고 당 안팎의 논란 지속
이와는 별도로 당 안팎에서도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구상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밖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대표적인 인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정 전 국무총리는 최근 박 후보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총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안다고 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지금까지 경제민주화를 단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이한구 의원과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 의원은 “박 후보가 김종인-이한구로 대표되는 당내 경제민주화 갈등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식구끼리 어쩜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가 있나’라고 생각이 들만큼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존재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12월 19일까지 싸움만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집권 뒤 비전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박 후보가 결단 할 시점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이미 일정하게 좌클릭을 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고 이는 득표를 위한 쇼가 아닌 양극화 극복을 위한 시대적인 요청이다”고 말해 사실상 박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박근혜 “경제민주화와 줄푸세 맥 같아”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경제민주화의 기본 개념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경선 당시 자신의 공약이었던 줄·푸·세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와 현재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한 박 후보는 “세율을 낮추는 건 현 정부 들어 상당 부분 실현됐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이렇게 말한 것.

박 후보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경제가 활성화돼 나라 곳간을 더 채우면 복지 같은 데 더 쓸 수가 있다”며 “법질서를 세우는 건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의 기본이 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줄푸세’에서 법질서 강조가 노조활동이나 파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이 여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경제민주화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자는 거니까 다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세율인하로 재정수입이 줄어들 시 복지공약은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는 “복지수준과 국민의 조세부담이 간극이 있어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제가 재원을 마련 할 때 ‘6:4 원칙’을 말하고 있다. 6은 씀씀이에서 줄이고 4는 비과세 감면 조정이나 지하경제를 투명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첨예한 문제인 금산분리와 순환출자금지 사안에 대해서는 “금산분리는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순환출자 경우는 가공자본을 만들어서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어 신규순환출자는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설명은 일단 금산분리 강화 필요성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또 재벌 순환출자는 이미 이뤄진 것은 인정하되 새로운 출자는 막는 ‘신규 순환출자 제한’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박 후보는 “(경제 민주화에는) 대기업 정책만 있는 게 아니라 공정거래·노동시장 문제라든가 다양한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여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주장에 반발하는 기류다. 노희찬 의원이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일제강점과 8·15 독립이 같다는 말”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비판 속에서 여전히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인 프레임은 대선공약이 발표되는 10월에 가서야 분명해질 공산이 크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가 ‘적임자’
이처럼 경제민주화를 놓고 당 안팎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가능할 것이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진통 속에서도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 실천할 대선 후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이달 초 경제민주화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42.2%가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선 후보로 박 후보를 꼽았다.

조사를 살펴보면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교수는 24.9%, 문재인 후보 15.8%를 차지했다. 야당 후보들보다도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민주화를 강단 있게 실천할 수 있다고 보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은 셈이다.

설문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자의 92.1%가 인지하고 있었다.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7.9%에 불과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재벌에 지나친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제 활동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입장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여론이 76.3%로 매우 높았다.

우려는 적었다.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반대한다고 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8.2%가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경제민주화 반대 입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59.5%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와 적합업종 지정 등 중소기업 보호라고 밝혔다.

37.7%는 탈세 횡령 등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18.8%는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 금지, 15.4%가 빵집, 대형슈퍼 등 재벌의 골목상권 진입 금지를 꼽았다. 나머지 10.5%는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 제한, 9.4%는 재벌 해체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올 12월 대선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3.7%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권에 가장 앞서 있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일이 보다 더 중요해졌다.

김지성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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