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이미지 개선‘갈길 멀어’…명칭 변경‘시급’

다단계판매, 그래도 제품이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실망감은 상당한 수준으로 누적됐다. 다단계판매는 지난 1991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제도권으로 들어 온지 20년이 넘었다.

직접판매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의 도입이었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단계판매에 회원들이 몰려들었던 시절을 거쳐 20여년의 역사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설문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응답자들은 다단계판매의 향후 발전 전망에 대해‘매우 부정적이다(30.5%)’, ‘부정적이다(47.0%)’로 보고 있다. 유통 업태로서 다단계판매 사업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비율은 3.3%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다단계판매 산업에 희망은 없는 것일까.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다단계판매는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1년 다단계 판매사업자에 대한 주요 정보공개’를 보면 다단계판매 산업의 2011년 총매출액은 2조949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6.4% 늘었으며 판매원에게 지급한 수당 총액은 9488억원에 달했다. 또 다단계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원수는 16% 증가한 415만명을 기록했다.

415만명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595만명의 약 16%에 해당된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돼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불황형 고용’을 할 수 있는 산업이 다단계판매라는 설명이 나온다. 경기가 불황일 경우 오히려 업계는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 속에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산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다단계판매의 본업인 유통에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나 회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대 속에서도 ‘좋은 제품의 유통’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회원들의 호응에 맞물려 커지고 있다고 보면 해법은 ‘제품’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회원들이 다른 회원들에게 전파하는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감안하면 판매원들의 서비스 향상도 주요한 성장 해법이다.

제품 품질 ‘괜찮다’가 절반 넘어
이번 설문조사에서 다단계판매의 만족도 중에 ‘제품의 품질’에 대해 물었더니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훌륭하다’고 답한 비율도 11.7%였다. 남성보다는 실소비자인 여성의 긍정 비율이 높은 것은 다단계판매 산업의 발전을 전제로 할 때 더 바람직하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자 중 남성은 43.5%였던 반면에 여성은 50.6%가 답했다. ‘훌륭하다’라는 답변에도 남성(11.1%) 보다 여성(12.3%)이 많았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정수기와 같은 기능성 제품은 물론 통신과 같은 특화된 영역의 유통 채널로써 다단계판매 방식의 적합성은 이미 증명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실적이 있고 올해 4월말 현재 영업 중인 70개 등록업체 중 44곳이 비타민,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건강기능식품인 비타민, 글루코사민, 홍삼 엑기스, 노니 주스와 정수기 등의 생활용품이 주요 제품이었다.
이들 제품의 판매 실적도 좋았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의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3조2542억원이었는데, 다단계판매가 9629억원으로 38.4%의 점유율을 보였다.

개별 다단계판매 기업의 매출을 보면 더 구체적이다.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더블엑스 종합비타민 무기질 리필’ 제품을 903억원어치 팔았다. 한국암웨이의 매출 상위 2~3위 제품도 ‘새몬오메가3’, ‘아세로라C’로 역시 건강기능식품이었다.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다단계판매 업체인 애터미도 지난해 면역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신물질 ‘헤모힘’을 367억원어치나 팔았다. 정수기시장에서도 다단계판매의 효과가 드러났다. 앨트웰은 지난해 정수기 필터만 256억원어치가 팔았다. 통신상품에 집중하고 있는 앤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KT 선불요금 상품으로 4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CEO에 대한 신뢰 확보 ‘전제 돼야’

다단계판매의 만족도 중 ‘판매원서비스’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도 괜찮았다. 판매원의 서비스가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0%였고, ‘훌륭하다’라고 답한 비율은 17.0%나 됐다. 다단계판매가 전통적인 유통망인 도소매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판매원이 돼 연쇄적인 소개로 시장을 넓혀가는 판매방식이고 보면 판매원, 즉 회원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판매원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응답에서도 ‘보통이다’나 ‘훌륭하다’라고 보는 비율은 여성이 높았다. 보통이라는 응답에 여성의 비율은 42.9%였고, 훌륭하다는 응답 비율도 20.2%였다.
이는 같은 항목의 남성 응답 비율이 각각 37.1%, 13.9%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이 판매원들에 대해서도 상대적인 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다단계판매의 만족도 조사에서 ‘제품의 가격’과 ‘사업 수익성’. ‘CEO의 도덕성’ 등은 개선의 여지를 많이 남겼다.
이는 응답자들이 다단계판매 제품의 가격이 비싸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며, 회사의 CEO들이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표현된 것이다.

설문결과를 보면 제품의 가격과 관련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훌륭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혀 훌륭하지 않다’에 36.0%의 응답률을 보였고, ‘훌륭하지 않다’에도 37.0%의 응답자들이 손을 들었다. ‘보통이다’라는 비율은 24.1%였고, ‘훌륭하다’라는 응답에 2.8%에 머물렀다.

수익성 항목의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혀 훌륭하지 않다’의 응답비율이 20.9%였고, ‘훌륭하지 않다’의 비율이 35.5%였다. 이는 ‘보통이다’에 답한 비율 34.3% 보다 높았다.

더 아픈 지적은 다단계판매 회사의 CEO에 대한 기대가 적다는 점이다. 다단계판매 회사 및 CEO의 도덕성을 묻는 질문에 37.7%가 ‘전혀 훌륭하지 않다’고 답했고, 35.5%는 ‘훌륭하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25.3%로 적었고, ‘훌륭하다’라고 답한 비율은 고작 1.3%였다.

좋은 제품을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판매하는 다단계판매업이 일반 대중에게 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추고, 판매 수익을 더 줘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회사와 CEO들이 보다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전제를 마련하는 노력이 시급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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