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서 계절 모르는 선판매 ‘붐’

역발상(逆發想), 올 여름 유통.패션업계 키워드다. 유통 패션 업체들은 대대적인 할인과 신상품 출시에도 원활한 제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자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방안으로 역발상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감성소비가 줄어들고 필요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가치소비가 뚜렷해지자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유통업계 매출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과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각 3개사의 7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는 전년 같은 달보다 8.2%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10.9%) 이래로 17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다.

백화점 역시 1.3% 줄어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두 달째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이다. 그만큼 소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1인당 구매단가 감소는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1인당 구매단가는 각각 (-)2.6%, (-)0.3% 역신장한 7만8618원과 4만6005원을 기록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도 1인당 구매단가 증가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올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어붙어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에어콘이 동날 정도로 뜨거운 여름에 모피를 할인 판매하거나 다운점퍼를 선판매 하는 등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묘수를 찾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지난 10일부터 겨울 모피, 코트 등 겨울용 의류를 싸게 판매하는 한여름 ‘겨울 장사’를 펼쳤다. 평소에 비해 세일기간을 한 달로 연장했음에도 미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백화점 측에서는 물량을 2배 이상 늘리면서 올 여름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23일까지 롯데백화점은 전 점포에서 열린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에는 진도, 근화 등 유명 모피 브랜드들이 ‘한여름 모피 프리-시즌 페스티벌’과 캐릭터, 영패션 상품군 등 총 1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여성 패션 사계절 상품전’도 마련돼 겨울 슈즈와 밍크 머플러를 60%까지 할인된 금액에 판매했다.

현대백화점은 역시 대표 겨울 상품인 모피와 아웃도어 다운 재킷을 할인 판매하는 ‘한 여름의 모피대전’을 진행했다. 또 10여 개의 아웃도어 브랜드 신상품 다운 재킷을 선보이는 ‘한 여름의 만나는 다운 페스티벌’을 열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할인대전을 펼치며 200억원대 물량을 쏟아냈다. 신세계 해외명품대전에서는 가을·겨울 상품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려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한여름 모피 대전에는 진도, 동우, 디에스, 윤진, 사바띠에 등 5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모피는 전형적인 겨울 상품이지만 한여름 큰폭 할인을 기다리는 소비층이 존재하고 있다”며 “올해는 할인 폭을 더 키워 매출 만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도 패션 수도권 대형 패션 전문 아울렛인 마리오아울렛 전문관을 오픈하고 겨울 제품을 최대 80% 할인한 역시즌 판매 행사를 마련했다. 마리오아울렛은 수도권 대형 패션전문아울렛으로 유명 브랜드 이월상품을 1년 내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참여 브랜드는 톰보이, 리바이스, 세라, 푸마 등 약 90여개의 유명 패션 업체의 2만 여개 상품으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가을과 겨울상품을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역시즌 상품 세일을 8월31일까지 진행하고 다운점퍼, 패딩, 코트, 남성정장 등 20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리스트 여성 오리털 다운점퍼’는 기존가 대비 75% 할인된 3만9000원, ‘리바이스 남성 패딩점퍼’도 67% 할인된 5만9000원에 선보인다.

남성 정장브랜드 ‘킨록’도 최대 80%세일해 캐시미어코트를 최소 8만9000원부터 구입할 수 있다.
리바이스, 푸마 등 약 90여개의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2만여개의 상품이 마련했다. 특히 다운점퍼, 패딩, 남성정장 및 코트 등 2000여종은 65~80%까지 내린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도 ‘8월의 크리스마스 쇼핑 페스티벌’이벤트를 열고 겨울 코트, 패딩, 부츠 등 인기 겨울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백화점 남성 캐주얼 브랜드 ‘지이크(SIEG)’의 더블하프코트는 기존가 49만8000원에서 약 84% 할인한 7만7430원, 백화점 여성의류 브랜드 ‘케네스레이디’의 패딩점퍼는 기존가 17만8000원에서 약 72% 할인한 4만9000원에 판매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역발상 마케팅에 동참중이다. 롯데홈쇼핑은 9일, 16일, 23일 총 3일간 프리미엄 모피·피혁 백화점 전문 브랜드 ‘진도’, ‘리가’, ‘씨티지’, ‘카시바디' 등의 겨울상품을 모아 할인 판매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펼쳤다.

이만욱 롯데홈쇼핑 패션부문장 이사는 “이번 방송 판매전은 대표적인 역시즌 마케팅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들은 올 겨울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잇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소외 계층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다운 경쟁이 시작됐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이번 달부터 겨울 최고의 효자상품인 다운점퍼에 대한 선판매에 돌입하며 역발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내달 9일까지 ‘헤스티아’, ‘벌컴’, ‘벤텀’과 경량 다운 ‘발키리’의 선판매에 나선다.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헤스티아’는 헝가리산 거위털을 사용해 솜털이 크고 풍부하며 복원력이 뛰어나다. 또 캐주얼하면서 심플한 디자인이 장점이다.

‘블랙야크’는 심플한 디자인에 두툼한 미들급 다운, ‘루비콘’을 출시 30% 할인된 17만원에 판매한다. 또 야크 형상화 모티브를 적용한 다운자켓 8스타일을 출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케이투는 오는 31일까지 다운 페스티벌을 진행, 다운재킷 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20만원 이상은 3만원, 30만원 이상은 4만원, 40만원 이상은 5만원을 할인 판매한다.

아웃도어 관계자는 “선판매는 여름이 가장 비수기인 아웃도어 업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3년 전부터 매년 한두개 업체에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되며 요즘은 거의 모든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출도 높게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을 타개하기 위한 유통 패션 업체간 아이디어 경쟁이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매김한 2012년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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