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도 내지 않고 승차하는 것을 우리는 무임승차라 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무임승차는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혜택을 보는 것을 일컫는다.

무임승차 문제는 공공재 공급과 관련하여 전형적으로 발생한다. 국방, 도로, 공원, 가로등과 같은 공공재는 누군가가 공급해 놓으면 공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스스로 비용을 들여 공급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임승차자 문제(free-riders problem)이다. 예를 들어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도 국방에 무임승차한 것이다.

공공재는 그 건설비용에 비해 사회총효용이 엄청나게 크다. 즉 공공재가 공급되면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국방, 치안, 도로, 댐, 공원, 등대 등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이득이 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개인들은 스스로 공공재를 공급하려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무임승차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경제이론과 게임이론의 가정처럼 완벽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무임승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무임승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은 언제나 무임승차하는가?

다음과 같은 게임을 해보자. 10명으로 하나의 집단을 만든 다음, 각 사람에게 50장씩 표를 준다. 각 사람들이 이 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각 사람은 자신이 가진 표 50장을 개인용이라고 쓰인 상자와 공공용이라고 쓰인 상자에 나누어 넣게 된다. 각각의 상자에 몇 장을 넣을 것인가는 자기 맘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표 1장을 개인용 상자에 넣으면 실험이 끝난 후 1000원을 받게 된다. 반면에 공공용에 넣게 되면 10명이 모두 500원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가진 표 50장을 모두 개인용 상자에 넣게 되면 나는 실험이 끝난 후 5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받게 되는 금액은 없다(0원). 이와 반대로 만약 내가 50장을 전부 공공용에 넣게 되면 내가 얻게 되는 돈은 2만 5천 원이 된다. 반면에 다른 구성원들도 나로 인해 2만 5천 원씩의 돈을 얻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이 공공용 상자에 표 1장을 넣을 때마다 나에게 5백 원의 돈이 생긴다.

개인용 상자에 표를 넣는 것은 자신만 천 원의 이득을 얻으려 하는 이기적인 행위이고, 공공용 상자에 표를 넣는 것은 모두가 함께 이득을 얻자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공공용 상자에 표를 넣음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이득을 얻게 하는 것은 마치 자기의 비용을 들여 스스로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비용은 내가 부담하지만 혜택은 구성원 모두가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각 상자에 표를 얼마나 나눠 넣을 것인가? 만약 완전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우선 자기가 가진 표 50장은 모두 개인용 상자에 넣어 5만 원을 확보한 다음, 다른 사람들이 공공용 상자에 넣은 표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만약 10명 모두 자기 표 50장을 모두 개인용 상자에 넣는다면 모두 똑같이 5만 원의 금액을 받게 되고 게임은 종료된다. 이때 이 집단구성원 10명이 받게 되는 총금액은 50만 원이 된다.

10명 모두 공공용에 넣는 경우에는 공공용 상자에 넣은 표가 500장이 된다. 그러면 표 1장에 500원을 얻을 수 있으므로 각자는 25만 원을 받게 된다. 집단구성원 10명이 받는 총금액은 250만 원이 된다. 모든 사람이 공공재 공급을 위해 자신의 돈을 지불하는 경우 얻는 사회적 이득이 개인의 이득만을 위해서 지출하는 것보다 무려 5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사전에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일 나는 50장을 모두 공공용에 넣었는데 아무도 거기에 넣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지만 자기 소득은 절반인 2만 5천원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 대신 이기적 행동을 한 다른 사람들은 나로 인해 2만 5천 원씩을 더 받아 7만 5천 원의 금액을 얻게 된다. 이것은 나만 공공재 생산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임승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용은 하나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공짜로 혜택만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실험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행동경제학자들이 여러 번의 실험을 해본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표 50장을 전부 개인용 상자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평균적으로 40-60% 정도의 표를 공공용에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전통적 경제이론과 게임이론이 예측하는 바와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공공재 생산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은 완전한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다분히 감정적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따지고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돈을 유일한 모티베이터로 삼아 국가정책이나 기업의 인사관리를 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돈은 모티베이터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상처를 주면 아무리 큰돈이라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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