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가톨릭계 명문 여자중학교 회의실. 이지메를 견디다 못한 여학생이 아침에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한두 명씩 회의실에 소집된다. 자살한 여학생이 자살 직전 담임과 다른 반 친구 등 4명에게 가해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유서)를 보낸 것이 유일한 증거.

부모들은 ‘설마 우리 아이만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달아 밝혀지는 진실들을 외면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 그리고 끝내 아이들과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편지를 빼앗아 불태우는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데….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원폭력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대한민국은 학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구 중학생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 이전과 이후에 드러났던 학원폭력과 집단 이지메의 안타깝고 끔찍한 실상을 미디어를 통해 접하면서, 우린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부모들이 애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었을까?’ ‘혹시 내 아이는…?’ ‘내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만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생각들을 통해 우리가 자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기성세대, 부모의 역할이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주인공은 바로 이 부모다. 학생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소집되면서 작품이 시작되는데, 공연이 막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부모들과 선생들의 대화만이 무대를 채운다. 학생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극중 부모들의 얼굴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부모, 존경 받는 사회인이지만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됐을 때 이들은 이지메의 가해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무서운 집단이기주의의 본성을 발휘한다.

부모들의 행동 속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캐릭터도 무대 위 부모들의 모습과 비견할만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무거운 문제를 다룸에 있어 희화화된 설정도 적절히 가미해 작품의 재미와 묵직한 주제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물고 물리는 가해자와 보이지 않는 피해자의 싸움,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마지막, 회의실을 떠나는 가해학생들의 부모 모습은 그 어떤 반전보다 더 강한 페이소스를 관객들에게 남긴다.

이 작품의 강렬함은 손숙, 김재건, 박용수, 길해연, 서이숙, 박지일, 이대연 등 대한민국의 대표 연극 배우들의 화려한 앙상블로 완성된다. 그리고 연극의 팬들에게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놓쳐서는 안될 공연이 될 것이다.


기간: 6월24일~7월29일
시간: 평일 8시 / 토 3시, 6시30분 / 일 2시, 5시30분
장소: 세종M씨어터
가격: R석 6만원 / S석 5만원 / A석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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