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업태 결합한 컨버전스 매장 각광

전 분야에서 이종 업종간의 융합현상이 하나의 대세처럼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가에도 이런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두 업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바야흐로 유통도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확연히 구분돼 있던 유통가에 영역파괴의 바람이 불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의 유통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두 개의 매장이 하나로 융합해 전혀 새로운 매장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 다. 유통업계도 이제 업태끼리 서로 융합하고 통합되는 ‘컨버전스 시대’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유통가의 핫 이슈는 역시 유통가의 영역파괴다. 영역파괴라 함은 고정돼 있던 유통 업태간의 고유영역이 타 유통과 융합돼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전혀 다른 두 개 이상의 업태가 서로의 장점을 도입하거나 제 3의 유통을 결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호텔과 백화점의 결합
도심속 백화점들의 변신도 눈에 띈다. 부산지역 백화점들이 내세운 새로운 생존전략은 ‘컨버전스’. 매출부진에 따른 해결책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선택적 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쇼핑공간이었다.

부산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역 내 최초 ‘호텔 속 백화점’이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호텔의 지하공간을 해외패션관으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호텔과 백화점이라는 이종 업태의 선택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컨버전스 유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실제 백화점 해외패션관에서 호텔공간으로 이동해 리뉴얼 오픈한 멀버리, 듀퐁, 에스카다, 막스마라 등의 기존 브랜드의 매출이 230% 가까이 급신장했고, 신규 입점한 네스프레소, 로베르또까발리, 힐앤토트, 콜롬보, 리모와 등의 브랜드도 당초 예상을 넘는 높은 판매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숍과 카페의 만남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모바일숍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를 융합시킴으로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구축한 사례가 있다. 바로 SK텔레콤의 T-world와 홈스테드 카페의 결합이 그 것이다. 모바일숍의 경우 고객의 방문 횟수가 제한적이다.

통상적으로 개인이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년. 따라서 개인이 모바일숍을 방문하는 횟수는 2년에 1번정도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카페와의 결합을 통해 보완한다는 것이 이 컨버전스 매장의 특징이다. 방문횟수가 잦은 카페와의 결합을 통해 자연스런 체험을 가능케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말기 구매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말기 체험 공간과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각자의 테이블에서 단말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두 업태의 컨버전스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고객이 커피에 대한 지불을 하고 테이블에 앉기 때문에 테이블 위의 단말기를 마음 편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모바일숍의 경우 아무래도 점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컨버전스를 통해 해소했다는 점에서 컨버전스 매장의 매우 좋은 예로 통하고 있다.

명동, 강남역 등 서울 주요 상권의 경우 뷰티 소매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장품 브랜드숍, 바디제품 브랜드숍 등은 한 상권내 수십개의 매장이 공존할 정도로 주요상권의 터줏대감이 되고 있다. 이런 매장과 더불어 또 하나의 터줏대감이 바로 헤어살롱이다. 헤어다지이너들의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 헤어살롱들이 주요 상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핵심상권의 두 업태에서도 컨버전스에 대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과 헤어제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점과 헤어살롱을 하나의 매장으로 컨버전스하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이런 컨버전스 살롱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서울 강남역의 ‘더 헤어숍(The hairshop)’은 소매점과 헤어살롱의 컨버전스 가능성을 제시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헤어 제품을 전문점으로 수입, 유통하면서 헤어살롱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을 갖춘 모 기업이 두 사업의 노하우를 결합해 컨버전스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여기서는 매장에 들러 헤어 관련 제품들을 쇼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제품으로 헤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독특한 매장으로 꾸며졌다. 현재는 본사의 직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개인 헤어살롱이나 프랜차이즈 헤어살롱과의 협업을 통해 소매점과 헤어살롱이 결합된 컨버전스 살롱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콜라보레이션 통한 컨버전스
이런 컨버전스 매장들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과 함께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포츠 브랜드 매장과 외식 브랜드 매장의 결합, 레스토랑과 의류매장의 결합 등 그동안 단발성 이벤트로 이슈가 되었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이제 하나의 컨버전스 유통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 업태간의 협업을 통한 이색 매장이 이제는 단발성이 아닌 두 업태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동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화장품 브랜드숍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들어 전혀 상관 없는 이종 업태간의 공동사업 제안이 늘고 있다”며 “이는 경쟁 업태가 아닌 이종업태와의 공동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매장이로 확대되기는 힘들지만 일부 직영점의 경우 타 업태와의 공동 컨버전스 매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