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제도 도입 후 불법행위 근절될지 의문스러

후원방문판매제도가 시행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불가피성과 함께 제도상 문제점과 시행상의 문제점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이기에 갖가지 난관과 함께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판제도 실효성 관건 결국 정책 의지?
“지금까지 심심하면 유사다단계를 단속했죠. 하지만 워낙 업체수가 많은데다가 사실 일선 경찰들은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업체들을 위주로 단속했기 때문에 등록을 하지 않고 어느 정도 매출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버젓이 다단계판매를 하는 업체들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다단계판매 관련 단체에 근무했던 활동가 K씨의 말이다.
후원방문판매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사다단계판매로 오인 받곤 했던 신방판을 허용하되 규제체계는 다단계판매에 준하고 몇가지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기존 방문판매업체의 거의 대부분은 판매원이 판매원을 추천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하는 신방판방식이었으며, 이런 업체들이 전국적으로 수만개에 달하고 제법 활동하는 업체만도 수천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후판 대상 업체들이지만 사실상 관리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단계판매업체인 A사의 홍보담당자는 “업계 현황 파악도 못하는 상황에서 단속은 커녕 새로운 제도를 홍보할 인력도 없는 듯하다”고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조차 “업체들이 후원방판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등록할리는 만무하고, 단지 신방판이 허용됐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지금처럼 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그때 등록하겠다며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해 신고포상금을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기는 했으나 1억원 이상 벌수 있다며 포상금 수입을 과장하며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이 난립하고 있어 공정위의 선택 폭은 더욱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를 하되 옴니트리션 규정만 준수하면 모든 것이 면제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는 업체들을 효과적으로 유인하지 않으면 결국 유사다단계가 난립하던 기존 상황이 유사다단계와 유사후원방판이 혼재돼 난립하는 더욱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예기간 애매모호 혼란 부채질
개정 방판법은 오는 8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후원방판업체들은 3대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정은 모두 준수해야한다. 그러나 등록은 3대 규제와 함께 1년간 유예됐으므로 등록을 하지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연 어떤 업체가 후원방판업체로서의 의무를 준수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해당 업체는 단지 현행 행정상으로는 방문판매업체일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는 법 시행을 불과 한달여 남겨둔 7월에야 순회설명회를 한차례 실시할 계획이다.

순회설명회는 한국직접판매협회와 7월5일부터 20일까지 개최하며,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장의 개정 방판법 개정 및 향후 정책 방향, 이강수 사무관의 개정 방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관련 설명 등으로 진행된다. 이어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 관련 업무를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후원방문판매 신설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 방문판매법이 8월1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 개정 내용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 및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돼 마련됐다는 설명이나 ‘늦어도 한참 늦은 편의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 8월까지는 후원방판업체라고 ‘스스로’ 판단되는 업체들은 ‘알아서’ 다음 규정을 준수해야한다. 주요 후원방판 관련 규제는 다음과 같다. △후원방문판매원 명부 작성 △후원방문판매원 신원 확인 시스템 구축 △교사, 공무원, 미성년자 후원방판원 등록 금지 △정보공개 의무 신설 △청약철회 기간이 14일에서 3개월로 확대 강화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 변경 시 3개월 전 통지 △판매원 가입, 자격유지, 유리한 수당 조건으로 연간 합산 5만원 초과 재화 구매 부담 금지(1만원 초과 가입비, 3만원 초과 판매보조물품, 3만원 초과 의무 교육)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 정당한 사유 없이 후원수당외의 경제적 이익 지급 행위 금지 △후원방판업자에게 고용되지 아니한 후원방판원을 후원방판업자에게 고용된 사람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 금지 △후원방판조직 및 후원방판원 지위 양도하거나 양수 금지 △재화 등을 그 취득가격이나 시장 가격보다 10배 이상 가격으로 판매 금지 등이다. 이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사안별로 최대 7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2억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해묵은 시장 가격 제한 논란 또 불거질 듯
특히 판매 제품의 원가 10% 미만 규정은 시장 논리에 역행한다는 반론을 안고 있는 규정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을 공급업체로부터 단가 3,000원에 구매하면 판매가는 3만원을 넘을 수 없게 되어 시장 가격경쟁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시장가격과 비교하기 곤란한 제품의 경우에는 대행사를 세워두고 해당 업체를 거쳐 도입단가를 부풀릴 경우에는 막기가 곤란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막강한 옴니트리션 피하기는 너무 쉬워
하지만 모든 규제 중 가장 논란이 큰 규정은 옴니트리션(Omnitrition)규정이다.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이 70% 이상이면 사전규제(후원수당 총액제한, 취급제품 가격상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의무화) 적용을 제외받을 수 있다.

미국은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50%를 불법·합법업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사용하는데 개정 방판법은 이보다 강화된 기준을 도입해 70% 이상을 적용했다. 최종소비자 매출 70% 이상인 경우 판매원 재고가 낮아 사재기 피해 우려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옴니트리션 기준에 따라 후원방판업자들이 3대 의무를 면제 받기 위해서는 최종소비자 판매 매출 비중이 70%라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이에따라 후판으로 등록한 업자들은 직전 사업연도 1년 기준으로 매년 일정 서식을 제출해야 하나 그 형식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은 판매원 공급가격합계액 대비 소비자에게 판매한 수량의 가격합계액 비율로 산정한 뒤, 소비자가 물건 구입 후 14일 내에 판매원으로 가입한 금액을 제외하도록 되어있다. 중대한 규제를 면제하는 조건이 일년에 한번 서면 보고하는 것일 뿐이어서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새로 도입한 후원방판제도가 시장에 안착해 만연한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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