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최후통첩 게임, 돈보다 귀중한 것이 있다
  •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2.05.29 13:10
  • 댓글 0

모든 인간행동은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 떤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까.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에 대한 가정을 먼저 해야 한다. 전통적 으로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완벽하게 이기적인 존재,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이는 인간은 완벽한 경제적 계산에 따라 움직 이는 존재로, 미세한 이익과 손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감정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 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 한다.

1982년 독일 훔볼트대학교(Humboldt-Universität)의 경 제학자인 베르너 귀트(Werner Gütt) 등은‘최후통첩 게임 (ultimatum game)’ 이라는 실험을 고안했는데, 이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게임 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이 게임에서는 제안자와 반응자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다. 또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체면이나 우정 같은 것은 생각할 이유가 없는 입장이므로 얼마든지 이기적 행동을 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행동 을 할까. 우선 제비뽑기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10만원을 준다. 10만원을 받은 사람이 제안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반응자 가 된다. 제안자는 공짜로 받은 10만원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를 반응자에게 제안한다.

예를 들면 5:5로 갈라 가질 것인지, 아니면 6:4, 7:3, 8:2, 9:1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제 안하는 것이다. 제안을 받은 반응자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할 수 있다.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만일 반응자가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제안된 비율대로 나눠가진다. 그러나 반응자가 제안된 비율 을 거부하면 두 사람은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이 게임은 단 한 번에 끝나도록 돼있다. 제안자가 다시 수정 제안을 한다든지, 반응자가 자신의 반응을 바꾼다든지 못하 게 돼있다.

이와 같이 이 게임은 두 사람이 제안과 반응의 반 복을 통해, 또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없도록 설계 돼있는 것이다. 단 1회의 제안과, 그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게 임이 종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 ‘최후통첩 게임’ 이 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졌다.

불공정 분배, 판 자체 깨버려
전통적 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한다면 제안자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금액을 상대에게 제안할 것이고, 제안을 받은 상대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자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할 이유가 없고, 또 반 응자는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효용이 크기 때 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과연 현실의 인간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실제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게임이론 이 예측하는 바와는 전혀 달랐다. 이 게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제안자들은 반응자에게 최소한 40% 이상 을 제안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5:5를 제안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전반적으로 30% 이상을 제안한 사람들이 80%를 상회했다. 왜 사람들은 9:1을 제안해도 되는 상황에서 이런 관 대한 제안을 했을까? 이것은 인간을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한 이론으로는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 실험에서 반응자들이 보인 태도는 인간은 결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줬다. 만일 반응자가 합리적 존재라면 아무리 적은 금액 을 제안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평균적으로 20% 이하의 제안을 받은 경우에는 제안을 거부해버렸다. 그들은 왜 공짜로 생기는 돈을 거부해 버리는 것일까? 인간을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로 파악한다면 이 문제는 풀 수 없다.

반응자가 자신이 받을 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을 때 거부한다는 것은 인간은 단순히 돈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돈보다 더 귀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공정성(fairness)이라는 덕목 이다. 인간은 비록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몫의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제안자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돈의 배분비율을 결정해서 반응자에게 제안하는 ‘최후 통첩자’ 이다. 반응자는 제안자의 최후통첩에 대해 그저 Yes’와 ‘No’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게임은 ‘엿장수 맘대로’게임이다.

그런데 최후 통첩자가 횡포를 부리는 경우 상대방 은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제안자도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안자의 불공정한 행동에 보복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현재 우리사회는 양극화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빈익빈 부익부 문제 등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어 절대빈곤 문제는 해결됐지만 상대적 빈곤문 제가 오히려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최후통첩 게임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분배가 공정 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판 자체를 깨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