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유럽산 다리미의 유통 마진 때문에 난리다. 아웃도어 노스페이스, 외제 유모차의 논란이 채 가시 기도 전에 똑같은 일이 비웃기라도 밝혀진 것이다. 한∙EU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FTA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FTA 발효에 따른 가격 인하 분을 마진으로 흡수하는 횡포를 벌이며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럽산 다리미의 최종 판 매가는 평균 9만2천원. 하지만 수입가격은 평균 3만6천 원에 불과했다. 중간 유통수익만 130%에 이르는 구조다. 이 같은 폭리는 독과점 시장 구조에서 비롯됐다. 80% 에 육박하는 물량을 2개 수입업체가 장악하고 있으니 가격인하 효과는 사라지고 이들의 뱃속만 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다리미 뿐 만 아니다. 유럽산이 대세를 이루는 면도 기, 커피머신 등 생활가전에서도 비슷한 구조다. FTA의 시행 목적은 체결국 간 각종 거래에 있어 관세 등을 인하해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데 있다. 이 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 활성화를 통해 체결국 기업의 경 쟁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FTA의 목적을 비웃는 유통업체의 횡포는 상 당히 많은 역기능을 초래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폭리를 취해 얻어진 상당한 수익이 로열티,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간다는 것 이다. 네덜란드계 기업인 필립스코리아는 2010년 당기 순이익이 108억여 원이었으나 배당금으로 무려 113억 원을 지급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아웃도어시장에서 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계급사회 논란을 일으 키고 있는 노스페이스는 일본 본사에 매년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학부모의 등골을 빼내 본사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앞서 언급한 기업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일본, 미국 수입차 브랜드들 은 FTA 발효와 함께 릴레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 다. 이 같은 가격인하는 소비자 만족 뿐 만 아니라 해당기업의 거래활성화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수입업체의 독과점과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존재 하는 한 FTA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는 ‘그림의 떡’ 에 불과할 수 있다. 대유럽∙대미 수입처와 장기 독점 계약을 통해 고마 진,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려는 수입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시장 감시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공정거래 확립과 FTA 기대효과의 조기 시장정착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할 일(FTA 체결)을 했으니 이만 하면 됐다는 식의 무사안일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가 FTA에 따른 혜택을 보고 있는지, 유통업체의 교묘한 편법은 없는지, 유통구조가 FTA 발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스템은 아닌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수입 다리미 업체의 폭리가 알려진 뒤 MB가 수입업체 독과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주문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대통령의 주문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의 유통구조하에서는 FTA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유통업자가 배를 불리는 일이 없도록 유통시 장의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며 그 이익이 국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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