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속 IT·명품·렌탈 등 신개념으로 변신

대학생 방 모씨(26세)는 산지 두달된 태플릿 PC를 들고 용산을 찾았다. 급한돈이 필요한 방 씨가 찾은 곳은 일명 ‘IT 전당포’.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태플릿 PC, 스마트폰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당포다. 방 씨는 태플릿 PC 시세의 50% 정도의 금액을 손에 쥐고 전당포를 나섰다.

한 동안 서서히 자취를 감추던 전당포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제2 금융권 사태 등으로 서민 금융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의 전당포는 창살 넘어로 안경을 반쯤 내린 매서운 눈빛의 전당포 주인을 연상시키는 보이는 어두운 곳이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다시 전당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신개념의 전당포 이미지로 새로운 전당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상가 내 ‘IT전당포’ 성업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심심찮게 전당포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른바 ‘IT 전당포’. 간판에도 ‘IT 전당포’라고 자신을 떳떳히 알리고 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내에만 10여개가 성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이른바 뜨는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노트북·DSLR카메라·아이패드·스마트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전자제품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IT(정보통신기술)전당포’는 지난 2010년을 전후해 경기불황의 틈을 비집고 생겨났다.

시계·귀금속이 정밀감정을 해 가격을 정하는 것과는 달리 전자제품은 모델명과 구입시기, 정품 여부와 포장 상태 등만 파악하면 쉽게 가격 산출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IT전당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이나 전화로도 대출상담을 할 수 있다. 대출금액은 보통 담보물 시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의 IT전당포업계 관계자는 “IT 제품의 경우 가격 산출이 쉽고 중고 매매사이트 등과 연계해 운영해 제품 취급이 매우 용이하다”며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 학생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신풍속 ‘명품 전당포’
용산에 IT 전당포가 있다면 강남에는 명품 전당포가 있다. 강남의 청담동, 압구정,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등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이른바 명품 전당포는 기존의 전당포 이미지를 완전히 없앴다. 마치 중고 명품 매장과 같이 명품백과 시계, 의류 등을 진열장에 멋들어지게 진열했다.

이런 명품 전당포는 명품 담보 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당포다. 명품시계, 명품 브랜드 가방, 주얼리뿐 아니라 심지어는 수입 자동차까지도 취급한다. 강남일대에 이런 명품 전당포가 10여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전당포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의 가치를 산출하는 일. 명품에 대한 정확한 감정이 있어야 담보금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품 감정은 필수 항목이다.

명품 전당포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타 전당포와 달리 제품이 확실할 경우 담보거절 확률이 적으며 감정가의 90%까지 대출금으로 산출한다”며 “간혹 선물 받은 짝퉁 제품을 명품으로 오인해 찾아오는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당연히 담보로 맡긴 물건이 처분되지만 담보물 처분 가격에서 채무액을 제외한 잔여금액은 고객에게 다시 되돌려준다”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연체 이자가 계속 붙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일도 없어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신개념 ‘렌탈 전당포’도 등장
전당포의 재발견과 함께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당포도 등장했다. 바로 ‘렌탈 전당포’다.
서민들을 위한 전당포의 이용장점을 살리고 단점인 전당물건의 한계를 렌탈서비스로 극복한 신개념 전당포다.

올해 초 처음 선보인 렌탈 전당포는 급전이 필요하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제도권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바이렌탈은 기존 전당포를 이용해야 하는 고객 중 당장 마땅하게 맡길 물품이 없는 경우 본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맡겨 자금을 마련한 후 렌탈 개념으로 물건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자금마련서비스로 전당포의 장점에 렌탈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즉 본인의 물품 매각으로 자금마련 후 렌탈 형태로 해당 물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를 더해 기존의 전당포와는 차별화를 뒀다.

바이렌탈은 본인이 사용중인 물품을 매각 후에 10%의 보증금을 선입금하고 매월 물품 매각가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1년 동안 렌탈비로 지급하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렌탈 전당포 업체인 바이렌탈 관계자는 “일반적인 렌탈업계의 월 이용료가 제품 가격의 15% 수준임을 감안하면 렌탈 전당포의 월 사용료도 저렴한 편이고 1년의 약정기간 동안 매월 렌탈비를 완납하고 양도수수료를 지급하면 물품을 다시 본인 소유로 양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전당포 또한 늘어
IT전당포, 명품 전당포, 렌탈 전당포 등 전당포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이를 이용한 불법 전당포 또한 함께 늘고 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전당포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대부분의 성행중인 전당포가 온라인을 통해서도 대출상담을 한다는 점을 이용해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IT전당포를 찾는 사람들 입장에선 불법 전당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법정이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거나, 고객이 맡긴 물건을 빼돌려 잠적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전당포 업주는 “일부 불법 전당포가 마치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인 것처럼 홈페이지를 개설해 영업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은 상당수는 물건만 챙겨 사라지거나, 법정이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는 등의 피해사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장을 갖추지 않고 택배로 물건을 보내라고 하거나 직접 와서 물건을 받아가겠다고 하는 전당포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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