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무제가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의무휴무제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한 달의 기간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세는 형성된 분위기다.
이 기간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이 소폭 줄었고, 재래시장 등의 소상공인 매출은 소폭 증가했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일제 도입으로 골목상권이 조금씩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형마트들은 줄어든 매출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강화, 영업시간 앞당기기 등 새로운 판로를 모색도 하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 소폭 감소
의무휴업제도가 지자체별로 시행된 후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소폭이기는 하지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대형마트들이 주장했던 7% 매출 증가에는 미치지 못해 이들의 우려는 과장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신규점 제외)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4월보다 2.4% 감소했고, 백화점 판매는 3.4% 줄었다. 앞선 3월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각각 3.2%와 1.6%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지경부에서는 대형마트의 매출 부진이 미국 광우병 발병과 수산물 가격 상승, 의무휴업 실시 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형마트의 주요 상품군 매출을 보면 4.1% 정도 매출이 증가한 스포츠를 제외한 가전문화는 6.1% 줄었고, 잡화도 -4.7% 감소했다. 식품은 -3.3%, 의류는 -1.7%, 가정생활 제품 매출도 -0.2% 감소했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에는 주5일제 수업에 따라 아웃도어와 스포츠용품 판매는 신장됐지만 높은 평균기온과 윤달의 영향으로 의류 부문과 가전제품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매출이 줄었다. 백화점의 아동스포츠(7.1%)와 식품(1.3%)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잡화(-5.1%)와 여성정장(-8.1%), 여성캐주얼(-1.8%), 남성의류(-9.4%), 가정용품(-7.5%), 명품(-5.9%) 등은 부진했다. 또 지난해 동월 대비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구매건수도 각각 2.2%와 1.4% 감소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의 1인당 평균 구매단가는 각각 4만4641원과 7만739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와 1.8% 줄었다. 이는 전월(대형마트 4만8248원·백화점 8만236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반면 재래시장의 주말 매출은 10% 이상 늘어나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시장경영진흥원과 공동으로 의무 휴무일인 지난 4월22일 대형마트·SSM 주변 중소 소매업체 및 재래시장 점포 450개를 대상으로 효과를 조사한 결과, 평균 매출이 전주에 비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효과가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소상공인진흥원이 5월에 전국 재래시장내 점포 141곳과 대형마트 및 수퍼수퍼마켓 주변 중소 소매업체 459곳을 점검한 결과에서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5월13일 평균매출은 64만6000원으로 전주 일요일인 지난 6일보다 7.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의무휴업 첫날이던 지난달 22일에 비해 증가폭이 대폭 둔화된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가 크게 사라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감소되고 있는 경향이 감지된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되면서 미리 장을 보는 등의 소비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에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영향을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휴무제 손실 메워라 ‘총력’
의무휴무제가 시행되면서 발생하는 매출 손실을 메우기 위한 대형마트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모습이 인터넷 쇼핑을 강화해 쉬는 날 없이 지속적인 판매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또 점포시장 개장 시간을 앞당겨 시간 손실도 보충하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월2회 강제휴무란 발목이 묶인 대형마트가 온라인쇼핑몰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의 전환된 공세가 오히려 새로운 채널 확보라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가전, 완구, 애완용품 등을 취급하는 온라인 전문몰을 오는 지난 달 26일 오픈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파크(가전)’, ‘토이저러스(완구)’, ‘펫가든(애완용품)’의 경쟁력을 온라인쇼핑몰로 옮겨오겠다는 계획이다.‘디지털파크몰’은 5000여개의 인기 상품을 갖추고 신상품 체험단도 운영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홈페이지 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해 상품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연령별, 기능별로 5000여 종의 다양한 완구를 갖춘 ‘토이파크몰’과 애완용품 전문 매장인 ‘펫가든’도 함께 운영한다.
롯데마트몰은 또 전문몰 오픈을 기념해 최근까지 ‘통큰 오픈 통큰 사은품’ 행사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또 홈플러스도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주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달 초에 진행한 ‘고객감사 타임세일’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하루 중 고객 방문 비율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핫타임’”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 시간대에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면 주요 인기 상품을 최대 20%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나눠주면서 고객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점포 개장 시장 ‘앞당겨’
대형마트들은 의무 휴무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자구책 중 하나로 점포 개장 시간도 앞당기고 있다.
대형마트 매장은 통상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있지만 일부 매장들은 이 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오전 고객들을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일부 매장의 개장 시간이 오전 10시에서 1시간 앞당긴 오전 9시로 조정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개장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체인스토어협회에서 영업시간을 공동으로 조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당초 대형마트들은 월2회 일요일 의무 휴무를 시행하면 최소 월10%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지난 4월의 경험만으로 보면 매출 감소는 3% 미만에 그쳐 우려가 지나쳤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휴무 시행이 시작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여전히 우려가 살아 있다는 주장도 계속된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점차 고객들 사이에서 일요일에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의무 휴무를 적용받지 않는 날도 고객들의 방문이 끊겨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개장 시간을 앞당기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시행령에 종일 문을 여는 대형마트 매장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오전 8시 이후 개장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판매원 등에게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하면서라도 개장 시간을 앞당겨야 매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점 자영업자·납품 농민들 ‘한숨’
의무 휴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임대매장 형태로 입점해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신선식품 등을 납품하는 농민들의 걱정도 피부에 와 닿고 있다.

롯데마트 송파점에서 해산물 뷔페를 운영하는 한 음식점은 가족 내장객이 많은 휴일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일요일 2회 의무휴가로 월 10% 이상의 매출 손실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뷔페 음식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원래 돌잔치 등 단체모임이 많았던 편”이라며 “돌잔치 등은 특성상 미리 예약을 받는데, 갑작스런 휴무로 행사를 취소하게 될 판”이라고 밝혔다.

결국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 일부 손님들에게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지자체에서 이 같은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산의 한 대형마트에 위치한 분식점도 일요일 매출 축소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이 곳은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가족단위의 주말 고객이 적지 않았었다. 그런데 주말을 쉬게 되면서 기존 고객들이 인근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주말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마트에 연간 10억원 가량의 채소를 납품하는 한 유통업체도 의무 휴일로 월 10% 이상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 매출은 평일의 4배가 넘는다. 그만큼 손실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채소는 계속 자라는데 납품이 제한되면서 출하를 못 하면 신선도에 문제가 생겨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단지 주말 납품을 못하는 것에 따른 손실뿐만 아니라 채소의 신선 유통을 위한 전달구조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채소 외에도 유통기한 짧은 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업체들은 모두 생산과 보관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주말 휴무를 한 전국 43개 매장의 하루 평균 매출은 140억원 가량이었다. 이 중 입점업체의 매출은 약 20억원에 달했다.
의무 휴무로 입점업체들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통법 본연의 목적이 실효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을 거론하는 목소리조차 나온다.

한 대형마트에서 음식점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대형마트에 입점해 장사해도 하루가 빠듯한 사람이 많다”면서 “주말에 벌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는 형편인데 난감하다”고 말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주말 휴무가 아닌 주중 휴무 또는 대형마트 순번제 휴무 등의 제안도 일부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

대형마트를 종종 찾는다는 한 50대 고객은 “대형마트가 한꺼번에 쉬면 어떻하냐”면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꼭 대형마트가 쉬어야 한다면 평일에 돌아가면서 쉬면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밝혔다.

의무 휴무, 정착단계
여러 혼란과 반발 속에서도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의 시행이 한 달여를 넘으면서 어느 정도 시장에 정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마트들이 주요 고객들에게 휴무일을 미리 알려주면서 고객들이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30대 주부 김 씨는 인근에 있는 두 곳의 대형마트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를 받았다. 한 대형마트에서 보낸 문자는 이번 주는 휴무에 들어가니 참고하라는 내용과 함께 휴무일을 앞두고 진행하는 기획전에 대한 안내가 담겨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휴무에 들어가는 매장과 영업을 진행하는 매장을 일일이 소개하는 한편 각 매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 상품전을 안내했다. 이에 더해 이 대형마트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소개하면서 이곳으로 주문하라는 안내도 같이 했다.

휴무일에 고객이 찾아 올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루 전에 쇼핑을 해달라는 의미이다. 대형마트들이 의무 휴무일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홍보 덕에 지난 13일 절반에 가까운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지만 첫 번째 의무 휴무일이었던 지난달 22일과 비교하면 큰 혼란이 없었다. 당시엔 미리 휴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대거 헛걸음을 하면서 불편을 겪었지만 미리 안내가 되면서 이 같은 혼란이 줄어든 것이다.

안내문을 받은 김 모씨는 “원래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대형마트에서 그 주에 소화할 음식 등을 한거번에 샀었다”면서 “이제는 토요일에 장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쉬니 당장은 불편해도 차츰 적응해 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일에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우선 대형마트와 휴무일이 겹쳤던 재래시장에선 쉬는 날을 바꿀 예정이다. 또 대형마트 휴무일을 ‘세일 데이’로 지정해 할인, 경품행사 등을 벌여 손님들을 이끈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재래시장의 노력으로 일부 재래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를 어느 정도 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마트 광명점과 연결돼 있는 경기 광명시장이다.

광명시장은 이마트가 생기기 전까지는 광명지역에서 가장 많은 쇼핑이 이루어 졌던 곳이다. 소상공인진흥회에 따르면 광명시장은 대형마트 휴무일에 맞춰 개별 점포별로 10%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이 곳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광명시장의 매출은 25%, 고객은 30%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대구 서남 신시장은 상인회를 중심으로 라면 등 특가판매에 나섰다. 농수산물을 마진없이 팔면서 매출과 고객수가 각각 44%, 25% 급증했다는 것이 소상공인진흥회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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