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치걸(61)이사장을 88서울올림픽 종합경기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삼성동의 직판조합 회의실에서 만났다.

88올림픽을 전후해 우리나라는 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하기 시작했고, 직판조합의 최대주주사인 암웨이가 들어온 것도 이즈음이니 조합의 입지 선정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김 이사장이 들어섰다. 첫인상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외부 보직 사양하고 조합 올인
“다단계판매가 유통의 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역할을 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제 임기 동안 매출 2조2천억원에 달하는 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힘을 쓰고자 합니다. 직접판매 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김 이사장의 아파트를 나서면 5분이면 한강 고수부지에 닿는다. 이곳에서 조깅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운동이다. 이사장 업무에 집중하고 싶어서 조깅 외에는 외부 강의나 보직을 일절 사양하고 조합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캔자스주립대 경제학 석사,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OECD사무국에 파견되기도 했고,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과장, 주미대사관 경쟁정책 담당 공사참사관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공직의 대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경쟁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공정위에서 카르텔과장을 1년가량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제법 규모가 있는 시멘트 관련 카르텔을 적발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또 한 번은 중소업체에게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을 받아주기도 했죠. 그 회사 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자율정화와 CCM 추진
김 이사장은 직접판매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자율정화와 CCM(소비자 중심 경영)을 통해 메리트를 부여하는 방안을 꼽았다.

“사업자들이 법 위반하기 전에 사전에 알려주어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업체에게는 메리트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2~3개 가량의 우수한 직접판매업체가 CCM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CCM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증·재인증 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있으며, 중소업체에도 CCM 도입이 확산되도록 대기업과 중소업체간의 CCM 합동도입도 장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소비자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그동안 소비자보호 관련법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사각지대(영세사업자, 공공서비스 이용자)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또한 소비자교육, 정보제공 등과 관련한 민간 소비자 단체의 참여를 확대하여 민간 차원의 소비자 운동의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 설립 10주년 행사 고민중
조합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설립1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계획으로는 10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조합백서를 발간하고, 세미나 등의 행사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특수유통분야 특히 다단계판매업체들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운용기관인 공제조합은 보험의 성격상 법으로 정한 강제보험의 성격이 있어 업자들의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조합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SNS를 적용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사장에 취임한 뒤 SNS를 통한 소통 방안을 찾아보도록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이 문제는 전문가를 초빙해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하지만 직접판매에 종사하는 판매원들의 연령대가 다른 산업보다 높은 편이라 아무래도 애로 사항이 있을 겁니다.”

조합은 최근 소비자피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조합 모바일 웹사이트(m.macco.kr)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합 모바일 웹사이트에서는 소비자 및 판매원들이 실시간 공제번호 조회 및 가입회원사 조회, 상담 및 신고 게시판 등 인터넷에 제공되는 정보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직판조합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조합소개 소비자 회원사 조합소식 교육 등을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개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맞춰 자율적인 법 준수시스템을 강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도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직원들의 창의와 노력이 최대한 반영되고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공공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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