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200조 돌파… 홈쇼핑 ‘강세’, 백화점 ‘부진’

지난해 유통산업은 정부의 물가관리 우선 정책에 따라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 200조원을 돌파하면서 나름 선전했다. 백화점은 명품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홈쇼핑은 처음으로 시장규모 10조를 돌파했다.

방문판매시장도 LG생활건강이 사상 최대의 성적표를 받았고, 아모레퍼시픽은 2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선방했다. 직접판매시장도 1위 업체인 한국암웨이가 1조원 매출의 문턱까지 갔고, 허벌라이프도 50% 이상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또 토종기업 애터미도 급성장하면서 한국 직판기업의 체면을 지켰다.  올해 유통산업은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 경제성장 둔화, 물가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유통전략연구소와 신세계유통전략연구소는 올해 소매시장 규모를 각각 234조원과 232조원으로 예측했다. 두 연구소가 추정한 지난해 소매시장 규모(217조원)에 비해 각각 7.8%와 6.9% 늘어난데 그친 것이다.

백화점, 명품 매출 상승으로 체면치례
작년 경기불황에 소비심리가 침체됐음에도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평균 20%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2011년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19.8% 급증했다. 이는 2010년의 명품 매출 증가율 12.4%보다 7.4%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명품 브랜드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루이비통, 구찌, 티파니, 샤넬, 에르메스 등이 작년 백화점 상품군별 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상품군의 매출 증가율을 보면 아동·스포츠 12.4%, 가정용품 10.5%, 여성캐주얼 8.3%, 잡화 7.2%, 남성의류 5.6%, 여성정장 1.7% 등 순이었다.

명품의 힘이 백화점 시장의 전체를 견인해 지난해 2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년 대비 성장세는 11.1%였다.
백화점 매출은 지난 2007년 19조원을 기록한 이후 2008년 19조8000억원, 2009년 21조8000억원, 2010년 2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고마진 상품(의류·잡화 등) 비중이 높아 다른 업태에 비해 매출 이익률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며 “하지만 경기변동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백화점 성장률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고급화 전략으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경기 둔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소위 ‘있는 사람들’이 가치 소비를 지속했지만 중산층 이하 계층이 경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소비를 축소했다는 의미다. 빅3 중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4조1552억원, 영업이익 450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이 18.7%, 영업이익은 14.8% 증가한 수치다.

경상이익은 1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37% 가량 낮아졌다.
지난해 5월 신세계와 이마트로 기업분할 된 이후 신세계백화점은 업황 회복의 덕을 봤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3조8614억원(온라인 포함)의 매출에 21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각각 전년대비 13.8%와 7.7%를 상승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증가세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영업이익 역시 마케팅 효율성 개선에 따라 판촉비가 줄어들면서 예상보다 더 증가한 것이다.

빅3 중 가장 규모로 형님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8조31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6%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0.7% 줄어든 8680억이었다. 여전히 높은 영업이익이지만 성장세가 꺾이면서 올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를 시작으로 현대·신세계 등 빅3가 할인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롯데백화점도 전국 주요 점포에서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아웃도어 제품을 싸게 팔았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아웃도어 제품을 최고 50% 할인판매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2010∼2011년 아웃도어 브랜드 이월 상품을 30% 이상 할인판매 행사를 가졌다.
업계 관계자는 “각 백화점들이 매출 신장을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지속을 전제로 성장폭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홈쇼핑, 빅5 성장세…16년만에 10조 돌파
지난해 국내 홈쇼핑 시장이 꾸준한 성장 속에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홈쇼핑 빅5사의 총 매출(취급고 기준)은 10조6839억원으로 지난 1995년 홈쇼핑 출범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홈쇼핑 시장 규모도 15년 만에 190배 증가했다. 판매된 총 상품액을 뜻하는 취급액은 홈쇼핑 업체의 규모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GS샵이 지난해 매출 2조5429억원으로 업계 1위를 수성한 가운데 CJ오쇼핑이 2조5056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았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누적 매출액(국내 취급액 기준) 2조4500억원을 기록하면서 현대홈쇼핑(2조3254억원)을 처음으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NS홈쇼핑도 지난해 매출 86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0년 7312억원 대비 17.6% 신장됐다. 이로써 국내 주요 홈쇼핑 5개사의 매출 총합이 10조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 것.

홈쇼핑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타 유통업태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홈쇼핑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판촉 강화와 판매 채널 확대가 이뤄졌다”며 “이에 걸맞게 자신만의 상품을 발굴할 필요성이 생겨나면서 자체 소싱 능력을 갖추고 더불어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 1월 국내 여성복 매출 1위 한섬을 인수하며 자체 상품 강화에 나선 가운데 CJ오쇼핑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패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베라 왕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PB(자체 상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다 패션 전문 온라인몰에 이어 지난해 오프라인 편집매장 ‘퍼스트룩 마켓’을 서울 청담동에 열기도 했다.

홈쇼핑의 판로가 TV·카탈로그 부문에서 인터넷사업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높은 신장세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GS·CJ·현대·롯데 등 홈쇼핑 4개사의 인터넷사업부문 매출은 2010년 대비 20~4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요 홈쇼핑 매출 중 TV사업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대로 떨어지는 반면 인터넷쇼핑몰 매출은 30% 후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문판매, LG ‘부상’ㆍ아모레 ‘선방’ㆍ웅진 ‘하락’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고, 아모레퍼시픽은 2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영업이익 감소의 쓴 맛을 봤다.

웅진코웨이는 2011년 매출 1조709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4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 줄었다.
다만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444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3년 연속 최대 매출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실적 호조의 요인으로 ▲국내 환경가전 렌탈·일시불 판매 증가 ▲렌탈·멤버십 계정 순증 확대 ▲해외사업 매출 확대 ▲국내 화장품 사업의 성공적 안착 등을 꼽았다. 지난해 렌탈 누적판매 127만3000대로 전년대비 9% 성장했다. 특히 정수기 렌탈 판매가 전년대비 18% 증가로 급성장했다. 실속형 살균 비데 라인업 확장으로 살균비데가 전체 비데 판매량의 70%이상 차지하며 안정적 판매를 유지했다.

안마의자, 반신욕기 등 아웃소싱 제품 판매 활성화에 따른 일시불 매출액이 1382억원으로 전년대비 28.7% 성장했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매출 1조9200억원, 영업이익 2784억원으로 전년대비 12.3%, 14.8%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매출액 2조554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12.4% 증가된 수치로 화장품 부문만 2조1522억원으로 11.9% 성장했다.
또 MC&S 부문도 4025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전년대비 15.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3729억원으로 2010년 3645억원 이었던 것과 비교해 2.3% 늘어났다.

특히 매출액 2조원을 기록한 화장품부문은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 기반이 성장을 지속해 국내 화장품 부문에서 매출 1조8250억원을 기록했으며 백화점 경로 및 면세점 경로의 견고한 매출 성장으로 10% 성장했다.
전용상품 출시 및 외국인 관광객 영업력 강화로 면세경로가 고성장해 전년대비 34%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설화수’는 13%, ‘아모레퍼시픽’은 14% 등 주요 브랜드도 성장세를 보였다.

아리따움과 온라인 경로 등의 성장도 2조원 매출액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SNS 등을 활용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라네즈’, ‘아이오페’ 등 주요 브랜드 판매가 확대돼 아리따움 경로를 통한 매출은 13%, 온라인 경로 매출은 20%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도 내수 경기 위축에 따른 불황 속에서도 수익성을 동반한 유기적 성장을 지속해 매출은 8% 성장, 영업이익은 13% 증가됐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올 2012년 매출액 10%, 영업이익 7%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혁신 상품 개발 및 육성, 바이오·스마트·그린 연구를 통해 품질력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3조4524억원, 영업이익은 40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1%, 15.6%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과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2005년 연간실적(매출 9678억원, 영업이익 704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3.6배, 영업이익은 5.7배 증가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이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모두가 탄탄한 성장을 이루며 생활용품과 화장품에 이어 음료사업의 연간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 사업부 연간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직접판매, 외국계 빅3 주도 속 토종 애터미 ‘급부상’
지난해 직접판매 시장은 한국암웨이 등 외국계 빅3의 약진과 한국 기업의 대항마 애터미의 급부상으로 표현된다.

직접판매 시장은 지난해도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전년에 이은 것으로 꺾이지 않는 성장세를 실현한 것. 역시 외국계 빅3가 직판시장 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가져갔다. 직접판매 업체 중 매출이 공개된 9개 업체의 총매출규모는 1조9454억원으로 지난해 1조4925억원에 비해 30.3% 늘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부동의 1위 업체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9135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원 매출을 눈앞에 뒀다. 당기순이익도 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 17.0%, 당기순이익은 23.2% 늘어난 수치이다.

허벌라이프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허벌라이프는 지난해 4182억원의 매출과 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에 비해 매출은 무려 56.1%, 당기순이익은 276.5% 증가한 것이다.  한국허벌라이프는 지난해 ‘잠깐! 오늘도 쉐이크 하셨어요?’로 표현된 ‘캠페인 데이’를 전국에서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뉴스킨은 전년도에 비해 23.8% 매출이 증가한 190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1.1%가 증가한 14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암웨이,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 이들 외국계 3개 기업의 과점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들 3개 기업 매출은 1조5220억원으로 9개 직접판매 기업 전체 매출의 72.2%를 차지했다. 외국계 기업의 선전에 대항한 한국 기업은 사실상 애터미였다. 웰빙테크도 선전했다. 하이리빙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애터미는 지난해 126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도 809억원에 비해 26.2%나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전년도에 비해 61.3%나 급성장한 12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직접판매의 선두주자였던 하이리빙이 지난해 871억원의 매출에 그쳐 기운이 빠진 사이에 애터미가 눈에 띄는 성장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애터미가 한국 직접판매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가격거품을 뺀 제품으로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 애터미의 급성장 배경으로 제시된다. 애터미는 한국콜마와 한국원자력원구원이 공동으로 설립한 교육과학기술부 승인연구소 1호 기업인 ㈜선바이오텍(SBT) 제품을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애터미를 제외하고는 한국 직판 기업으로는 그나마 웰빙테크가 선전했다. 지난해 61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
하지만 앨트웰, 고려한백인터내셔널과 같은 주요 한국 직판기업들의 성적은 제자리걸음에 머물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앤알커뮤니케이션은 매출 845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5% 성장세를 보였으나 당기순이익은 3억7500만원 적자를 기록, 5년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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