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7일. 국회 법제사법소위원회 제4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은 방문판매업계 최대 현안인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의 최종 검토가 이뤄진 날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박준선(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한 토막이다.
“여기서는 후원방문판매라고 하나요? 쉽게 말씀을 드리면 대교학습지, 아이들 학습지 그다음에 풀무원에서 뭐 이렇게 하는 거 또는 화장품, 알로에……이런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방문판매를 하지만 사실 건전한 산업 구조거든요. 그런데 거기까지 너무 과도한 규제를 하게 되면 좀 이건 심하다……

그래서 요 며칠 사이에 제가 이제 좀 중재를 해서(실제로 법사위 소위 전날인 11월16일 박 의원은 공정위 담당자, P사 W사 등 방문판매 대표와 만나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저희 방에서 회의를 하면서 그쪽의 의견을 좀 대폭 수용을 해 가지고 불합리한 그런 결과가 없도록 수정안을 좀 만들어봤습니다. 그래 가지고 그런 합의된 결과를 가지고 오늘 상정을 하게 됐고……”

결국 국회, 공정위, 방문판매업체의 합의로 이뤄진 방문판매법 개정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돼 지난해 12월29일 통과됐다.
박주선 의원의 표현대로 “방문판매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방문판매업체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수정안, 즉 방문판매업체들의 의견을 수용한 부분의 핵심은 옴니트리션 제도 도입과 이에 따른 후원방문판매 규제 면제조항이다.
개정 방문판매법에 최종소비자 매출 비중이 70%를 넘기는 후원방문판매 업체들에 대해서는 소비자피해보상 보험계약 체결 등 준수사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법 제29조 제2항)을 둔 것이다.

옴니트리션은 미국 FTC의 옴니트리션 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다단계판매 업체와 피라미드 판매를 구분하기 위해 최종소비자 매출을 올리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것인데, 이른바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을 다단계판매 업체들만큼 규제할 것인가 아닌가의 기준 잣대로 적용된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에는 판매원이 아닌 최종소비자 매출비중이 70% 이상인 후원방문판매업체에 대해서는 사전규제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해 놓아 실제 후원방문판매 업체의 규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옴니트리션 기준에 들어가는 후원방문판매 업체는 후원수당 총액제한, 취급제품 가격상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의무화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만들 방문판매법 개정안의 시행령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방판법 개정안, 건전업체 구별이 목적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이른바 신 방문판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왔다. 여야의원 4명이 각기 의원입법 발의한 내용에 공정위의 개정안이 대안으로 조율된 것이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관련된 쟁점 조항은 크게 다섯 가지이다. 먼저 후원방문판매에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규제 도입이다.

제품이 실제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건전업체 구별 목적을 위해서 도입이 필요한데, 금지행위가 아니라 업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취급제품 가격상한 규제 도입과 후원방문판매에 대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의무화이다. 여기에 후원방문판매에 대한 금지행위와 벌칙규정 도입이 포함되고, 다단계 및 후원방문판매 등록 결격사유에 따른 벌금형을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반복적 불법 영업으로 인한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현행 임원·지배주주 결격 사유에 벌금형 추가한다는 것이다.

방문판매업체, 옴니트리션에 ‘희망’
“옴니트리션 규정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방문판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후원방문판매에 대한 개념을 새로 넣었고, 이를 통한 규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옴니트리션에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처음 윤곽을 들어냈을 때 방문판매 업체들의 반발은 그 어느 때 보다 강했다. 방문판매업을 다단계판매업에 준하는 규제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원수당 규제, 공제조합과 같은 소비자보상보험의 가입, 취급제품의 가격도 160만원 한도로 규정해 놓아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방문판매업체가 방문판매법 개정안 통과에 박수를 치지는 못해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돌아 선 것은 국회 법제소위에서 후원방문판매업체라고 해도 옴니트리션 제도에 충족하면 규제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항 변경에는 공정위원회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정위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방문판매 업체들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이는 공정위 당시 소비자정책국장인 김준범 국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한 내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김준범 국장은 수정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후원방문판매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후원방문판매에 대해서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규제라는 것을 추가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원방문판매의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규제가 다단계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한 것으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고, 그리고 후원방문판매에 대해서 후원수당 총액 규제, 이거는 다단계에도 있는 제도인데 이것과, 그다음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의무화 그리고 취급제품 가격상한 규제 등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에 과중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규제를 규제가 아닌 사업자의 선택 사항으로 하고, 이를 충족할 경우에 후원수당 규제 등 여러 가지 규제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것 바꿨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국장은 “최종소비자 매출비중 규제라고 하는 거는 원래 판매원이 아닌 소비자한테 50% 이상 팔아야 된다 하는 규제였는데, 이것이 규제가 아니라 선택 사항으로 바뀌면서 조금 건전한 판매 방식을 더 유도하기 위해서 100분의 50이 아니라 100분의 70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국장은 “경과 규정을 부칙 6조에 둬서 추가로 6개월을 더 주었다”면서 “이걸 맞출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더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문판매법 개정안 통과에 집착했던 공정위가 걸림돌이 됐던 방문판매업체들의 주장을 최대한 수용한 수정안을 만들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옴니트리션 기준을 충족했다는 증명 서류가 있으면 후원방문판매 업체라고 해도 보상을 위한 보험계약 또는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공제조합에 가입하려면 매출액의 30% 이상을 조합에 공제금으로 납입해야 하는 등 업체의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현재 다단계판매 업체과 같이 실시간으로 자사의 매출액을 조합에 보고해야 한다.

창고 곳간을 다 열어 놓고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방문판매업체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이 때문에 ‘옴니트리션 충족’ 이제 이 같은 모든 족쇄를 풀 수 있는 마법의 키워드가 됐다. 옴니트리션 규정을 다루게 될 공정위의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주요 방문판매업체들은 옴니트리션 기준 충족을 자신하고 있다. 공정위가 시행령을 통해 입증 방법으로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라는 등의 추가 사항만 없으면 기존 운영제도로 추가 비용 없이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

대표적인 건강식품 회사인 P사의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판매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판매를 하도록 해 왔고,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시행되기에 앞서) 이를 현장에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판매원들이 제품을 팔 때 ‘고객약정서’를 작성해 왔는데, 이를 최종 소비자 판매로 인정받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90% 이상 판매에 고객약정서가 첨부돼 있다”면서 “옴니트리션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3월 시행령 입법예고 할 것”
공정위의 인식도 주요 방문판매업체들이 옴니트리션 기준을 상당부분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병희 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은 “방문판매업체들은 다단계판매업체들과 달라서 소비자 대상 유통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과장은 옴니트리션 산정방법 등을 포함된 방문판매법 시행령을 “3월 초에 입법예고할 계획으로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아직 최종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3월 공정위에서 입법예고할 시행령에는 사업자 매출 전산시스템 의무화 등 방문판매 업체들이 당장 부담을 느낄 내용은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 과장은 “전산시스템은 의무화 된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의 매출 확인 시스템은 갖추라는 이야기인데, (방문판매업체들은) 대부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팔아 매출이 발생하면, 세금도 내야하고 해서 (방문판매회사들은) 회계자료를 갖고 있다”면서 “후원방문판매업체로 시도에 등록할 때 ‘우리는 옴니트리션 산정기준에 의하면 비중이 몇 %’라고 등록 서류에 기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 고장은 “예를 들어 판매원 5000명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 판매원들이 최종 소비자 비중이 얼마라고 회사측에 제시하고 이를 회사가 취합해 신고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후원방문판매로 등록하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는 것이란 의미다. 결국 방문판매 업체들은 후원방문판매로 등록을 해도 당장 새로운 방문판매법에 따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문판매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직접판매협회 등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판매협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캐시플로어 시스템(사업자 매출확인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 3년이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이 부분이 없어졌다”면서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업계 현실을 반영하려는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70% 라는 것이 상징적인 부분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업자가 안고 있느냐는 것인데, 이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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