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도 함께 벌금 부과…소비자 인식 낮아

서울의 한 수입의류 업체. 정식 수입절차를 거쳐 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나 요즘 회사는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거래처도 줄고 자체 온라인쇼핑몰 고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무늬만 ‘구매대행’를 표방하는 불법 수입 사이트들 때문이다.

의류부터 잡화까지 전 분야로 확대
법의 허점을 이용한 가짜 구매대행 서비스는 유통 전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 수입업체 대표 김 모씨는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기는 하지만 불법 ‘구매대행’ 사이트의 난립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지적했다.

이들 불법 구매대행 사이트는 기존의 수입업체, 적법한 절차의 구매대행 사이트, 그리고 소비자들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불법 또는 편법 구매대행 사이트는 의류, 잡화, 화장품, 자동차용품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모든 구매대행 사이트가 다 불법이거나 편법인 것은 아니다. 정식 절차를 거쳐 구매대행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기자재를 구매대행의 목적이 아닌 판매목적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이런 겉은 구매대행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은 불법 수입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트는 정식 구매대행 사이트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식절차가 아닌 개인이 사용할 물품인냥 과세기준에 미달되도록 소량 포장해 제품을 받고 이를 합해 개인이나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과세기준은 개인이 사용할 물품으로 과세가격(물품가격+운송요금)이 15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관세가 부여되고 그 이하는 비과세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은 정식 구매대행에 비해 싸게 책정된 것이다.

가격은 싸나 적발시 구매자까지 처벌
소비자나 일부 중간유통업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식 구매대행이나 개인이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법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과정이 적발될 경우 물품판매자 뿐 아니라 구매자까지도 처벌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잘 모르고 제품을 구입했을 경우에도 무관세 제품으로 판매한 대행업체뿐 아니라 구매자 역시 처벌 대상이 돼 벌금과 함께 관세까지 부과해야 한다.

또한 구매자는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나 교환, 반품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제품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 보상을 받을 방법도 없다. 불법 유통된 제품이기 때문에 보상기준의 적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의 경우 피부관리실에 불법 구매 대행된 제품으로 시술해 고객의 피부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 제품을 구매한 피부관리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같은 제품을 유통하는 정식수입사나 구매대행사가가 있더라도 정식 절차에 따른 과세 제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수업업체·정식 구매대행사까지 피해
이런 무늬만 ‘구매대행’ 업체들로 인한 패해는 소비자 뿐 아니라 정신 브랜드 수입업체와 구매대행사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수입업체들은 병행수입에 따른 매출 감소 뿐 아니라 불법 구매대행으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거래 유통업체의 감소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판매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매대행 업체의 경우도 더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불법 구매 대행 업체로 인해 고객의 이탈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불법 유통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수입 아동복 로드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그동안 제품을 구매해 온 사이트가 정식 절차가 아닌 불법적인 유통방식으로 운영된 구매대행 사이트라는 사실을 알고 거래를 끊은 상태”라며 “가격적 메리트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적발시 구매자 역시 벌금과 함께 관세까지 물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정식 수업업체 대표는 “편법으로 운영되는 구매대행 사이트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당국에 이 같은 업체를 신고해도 또 다시 생겨나는 다른 불법 구매 대행사들로 인해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구매대행업을 하는 자가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기자재의 구매·수입을 대행한 경우, 판매를 목적으로 수입한 것으로 판명하기가 어렵고,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구매 대행시 꼼꼼히 체크해야
소비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 역시 이를 감추기 위해 정식 절차를 밟는 것과 같이 위장해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구매 대행과 관세법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명시해 마치 적법한 기업처럼 포장하는 사례가 많다. 관련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은 내용을 살피고 확인하기 보다는 그 자체만으로 적법한 구매대행 업체로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품가격을 저가로 기재하여 면세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업체나 다른 구매대행 업체에 비해 동일 제품이 현저히 저렴한 업체의 경우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심지어는 구매비용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사건까지도 적잖게 일어나는 만큼 검증된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철저하고 꼼꼼한 확인 절차 후 구매대행을 의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진용 기자 | nandie@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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