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법 처리 임박…실효성 보완 등 과제 남아

지난 11월 10일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하 상생법)도 오는 25일 처리하기로 합의됐다. 일단 긴 시간 국회에 계류되어 있던 SSM 규제법이 통과됨에 따라 SSM 규제를 위한 일정 수준의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법안에는 맹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통시장구역 500m이내 제한

유통법은 SSM 등록제를 강화하고,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해 이 안에 대규모점포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대규모점포와 더불어 슈퍼마켓과 기타 음ㆍ식료품위주 종합소매업 등에 한해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회사나 계열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직영하거나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점포 등 준대규모점포도 영업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시ㆍ군ㆍ구에 등록하도록 했다. 또한 전통시장이나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39개 전통 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에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 내에 SSM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진입을 막는 유통법은 상생법과 더불어 대표적인 SSM 규제법으로 꼽힌다. 두 법안은 그 동안 국회에 제출됐던 SSM 규제 관련 법안들을 두고 국회와 정부 부처 간의 긴 논의를 거친 끝에 만들어진 대안으로, 지난 4월 23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생법이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면서 두 법안은 한참동안 국회에 계류돼야했다. 상생법이 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유통법을 우선 통과시켜야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쌍둥이 법안인 두 법안을 분리 처리할 수는 없다는 야당 측 주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계속적으로 처리가 지연된 것이다.

상생법은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 및 프랜차이즈 형태의 체인 점포와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까지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SM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업조정 신청이 늘어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맹형 SSM 개점을 통해 이를 피해나가자 이에 대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때문에 중소 상인들과 야당 측에서는 특정 구역 내에서만 SSM만 규제할 수 있는 유통법은 물론, 골목상권에 들어온 가맹형 SSM까지 규제할 수 있는 상생법까지 함께 통과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두 입장은 대안 마련 후에도 6개월 이상이나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유통법을 우선 처리하되, 상생법 또한 11월 25일 통과시키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중소상인, 법안 분리 처리에 아쉬움

계속해서 지연되던 두 법안이 분리 처리로나마 11월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유통법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유통법이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SSM은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유통법은 특정 상업 구역 인근에 대해서만 SSM을 제한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골목 상권에 들어오는 SSM은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맹형 SSM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상생법이 유통법과 같이 통과됐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대형 유통기업들은 계속해서 SSM 사업을 추진해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에 200개의 SSM이 개설됐고, 올 해 상반기에도 114개의 점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경우 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대형 유통기업들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하나라도 더 점포를 개점해야한다는 판단에 가속도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가맹점과 이미 개점한 점포에 대해서는 신청이 불가능한 사업조정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가맹형 SSM, 비밀ㆍ위장 준비에 이은 기습 개점 등의 방식으로 점포 수를 늘려가며 곳곳에서 지역 상인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중소 상인들과 시민단체 등은 유통법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상생법이 마저 처리되지 않으면 그 기간 동안에는 이 같은 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법안 한계 보완책 마련해야

유통법에 이어 상생법까지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SSM 갈등이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정 구역에 대한 SSM 진입 제한,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가맹점 포함 등의 내용은 분명 기업들의 SSM 진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통법과 상생법 모두 맹점이 남아있어 차후 다시 법을 개정해 이를 보완해야만 중소 상인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법안은 이미 개점한 점포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SSM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오히려 점포 수 늘리기에 속도를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운영 중인 SSM 수는 820개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전국 골목상권 곳곳에 진출해 이로 인한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상당하지만,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유통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3년 동안 효력이 유지되는 일몰제가 적용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3년 후 규제 기간을 유지할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기업들이 이 기간 이후 다시 SSM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사업조정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생법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사업조정제도 자체의 특성상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조정제도는 중소상인과 대기업 간의 자율 협상을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사업일시정지권고 조치 등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권고일 뿐, 대기업 측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게다가 개점 이전에 신청이 들어가야만 사업조정이 가능해, 기업들이 비밀리에 기습 개점을 할 경우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SSM 규제법의 약점이 지적되면서, 향후 실효성을 따져 다시 법 개정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중소상인들이 SSM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중소 소매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나들가게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매 유통 시스템 등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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