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할부거래법 시행 따른 개선 기회 줘야”

지난 9월 18일자로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이미지 개선의 기회를 얻었던 상조업계가 연이은 검찰 수사로 신뢰도 하락과 대량 계약 해지 사태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대기업 및 금융권의 상조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상조업계에는 더욱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상조업 전체에 대한 불신 확산

보람상조로부터 시작된 상조업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라상조, 현대종합상조까지 이어지면서 상조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맞기 전에 오히려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3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지난 8월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박헌춘 한라상조 대표가 25억원대 횡령 혐의로 지난 11월 9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또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은 131억원 가량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돼 현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은 검찰 수사로 인한 파장은 크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당사자인 현대종합상조는 물론, 다수의 다른 업체들에게도 회원들의 계약 해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때문에 상조업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상조업 전체로 번지는 것을 걱정하는 한편, 자칫 회원들의 잇따른 계약 해지 사태로 정상적인 업체들마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소규모 영세 업체들뿐만 아니라 상조업계 전체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할부거래법의 핵심인 자본금 요건 3억원이 포함된 등록제 도입,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체결 의무화 등의 내용은 그간 상조업계에 대해 영세ㆍ부실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이들이 도산했을 경우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이었다. 때문에 상조업계에서는 지난 9월 18일자로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상당한 법적 규제를 받게 됐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상조업에 대한 세간의 불신을 없애고 업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형 상조업체 대표들에 대한 연이은 검찰 수사는 이와 같은 업계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기적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회를 맞이했던 업계가 오히려 영세업체는 물론, 대형업체에 대해서까지도 불안한 시각이 확산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대기업에 시장 내주나” 위기의식 고조

이러한 상황이 되면서 상조업계에서는 결국 상조 시장이 기존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현재 진출해있거나 향후 진출을 모색 중인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조 시장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500억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The-K 라이프의 예다함이 진출해있으며, 삼성에스원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과 신협 등 금융권에서도 신중하게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검찰수사 발표와 할부거래법 시행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업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기업들의 상조업 진출이 가속화될 경우 현재 불안해하고 있는 다수의 회원들이 그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의 핵심이 대표의 횡령 및 배임 등 개인 비리에 있음에도 검찰과 언론보도가 이를 당장 소비자피해로 직결되거나 기업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인 것처럼 전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회장과 대표이사가 구속 기소된 현대종합상조의 경우 공제조합 출자금 규모는 210억원 가량이다. 회장 및 대표이사의 횡령으로 도산을 걱정할 정도로 부실해진 업체의 출자금으로는 보기 힘든 규모이며, 실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상당부분 소비자 피해 보상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검찰 발표 이후 현대종합상조는 일반 상담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해약 문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현대종합상조가 무너진다면 이는 횡령보다 오히려 과도한 회원 이탈 때문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가입한 회사의 상태와 상관없이 몇몇 상조 업체와 관련한 보도에 불안을 느껴 섣불리 계약을 해지하면서 위약금을 물게 되는 또 다른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난 9월 시행된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 체결 이후 14일 이내에는 위약금 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법에 명시된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는 상당액의 위약금을 공제한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법적인 위약금 산정 기준은 없다. 할부거래법에서는 업체가 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을 초과하는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정위에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위약금 및 대금 환급에 관한 산정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위약금 및 대금 환급 산정 기준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참고로 할 수 있는 위약금 산정 기준은 지난 2007년 공정위에서 제정한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이 있다. 그러나 표준약관상 해약환급금 산식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을 고려해 계산하며 일반인들이 일일이 분석해 계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상품 금액별로 다르지만 최초 납입 시부터 적게는 8회차에서 많게는 13회차까지는 납입한 금액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며, 만기시에도 80%가량의 환급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상조업계 자성의 기회 삼아야

상조업계에서는 연이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할부거래법이 이제 막 시행되고, 내년 3월까지 등록 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그 기간 동안 업계 스스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관행을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헌춘 한라상조 대표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법원은 판결에서 ‘횡령금액 중 상당액이 회사를 위해 쓰였고, 피해금액을 회복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횡령금액 중 상당액을 회사를 위해 썼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개인 자산을 부풀리려는 악의적인 의도 보다는 일정 부분 관행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피해금액을 상당 부분 회복한 점을 참작한 것은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이번 법원 판결은 혐의는 인정하지만, 관행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로 상조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결국 이는 그 동안 상조업계가 갖고 있던 구조적ㆍ관행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상조업계로서는 앞으로 자율규제 시스템 등을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이미지와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