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재테크 전략

시장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또 다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환율전쟁 여파로 한국은행이 끝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채권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은행권 예금ㆍ대출금리도 연쇄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시장금리가 내려감에 따라 은행들은 즉각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연 2%대 은행권 정기예금이 등장했다. 지난 17일 산업은행의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 금리는 연 2.93%로 떨어졌다. 산업은행 예금 금리가 다른 시중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해 연 0.5%포인트가량 낮다는 점을 고려해도 눈에 띄게 내려간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1년제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연 3.5%, 3.45%, 3.6%, 3.4~3.5%(금액별)를 기록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권 금리 하락 등 다른 수단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있는데 예금에 대해서만 비용(이자)을 높여줄 수 없다”며 “국채 등 전반적인 채권 금리 하락은 자금 운용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금리가 통계청이 발표한 9월 물가상승률 3.6%와 엇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둬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을 벌충하지 못하는 것이다. 잠깐 오름세를 타던 은행권 예금 금리는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3개월째 내림세다.

이에 따라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분을 빼고 이자에 붙는 세금(15.4%)를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율(실질금리)는 마이너스란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돈을 은행에 맡겨도 사실상 손해를 본다는 뜻”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돈을 장기로 굴릴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자꾸 단기로 굴리게 되고, 결국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단기부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기예금 금리 물가상승률 밑돌아

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은 2009년 4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9년 2~4월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돈 바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국채금리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는지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책의 파급 효과가 점점 약해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은행 예금에 의존하고 있는 가계에 대한 대처 방안을 다소 신중하게 제시한다.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1년 이상의 장기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보다 3개월 등 단기 예금으로 자금을 운용하다 시장금리 바닥을 확인한 후 정기예금에 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CMA, MMF 등 수시 입출식 상품으로 자금을 관리하다 시중은행 특판예금이 출시되면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수시로 이벤트성 특판예금을 출시하는데 이는 일반 예금보다 연 0.3%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다”며 “은행들이 전체적인 저금리 기조는 유지하되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이 수요를 특판예금으로 메울 가능성이 있어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갖고 있는 통장으로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이 대표적이다. 이 통장은 1년제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가 주어지면서 비과세 조항이 있어 실질 혜택이 높다. 우리은행은 현재 연 3.5%를 적용하고 있는데 15.4%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 4.14% 정기예금과 같은 효과를 낸다.

금리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관심을 전환해볼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전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염려스럽지만 파산하더라도 5000만원 이하까지는 원리금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저금리가 증시 버블 단초 가능성 낮아

시장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라고 해서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버블 염려로 인한 자금유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4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14조원을 돌파했고 40조원을 넘어선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려는 신용융자잔액도 최근 5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고 최근 환율전쟁, 글로벌 불균형 이슈, 미국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논란 등 국내외 불확실 요인이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채권은 이미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쉽게 내다 팔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채권시장이 구조적인 난관에 봉착한 것이 아니라 ‘유동성’의 힘으로 버블 성격을 띤 것인 만큼 이러한 상황이 오래지속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 시장에서도 ‘물가조차 반영 못하는’ 금리가 증시 버블의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2010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2011년에도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2배로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수준을 감안하면 지금 상태를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현재 코스피 수준은 과거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9.1배와 비슷하며 증시가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던 2000년이나 2007년에 비해서도 확연히 저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에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로 자금 유입과 관련 “코스피가 1900대로 올라선 데다 증시 회전율까지 바닥권에서 반등한 것으로 보아 추세적인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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