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법 이야기

류승훈 | 이담 | 11,000원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전문 분야는 물론 일반 개인들의 생활에 있어서까지 소송을 통해 여러 분쟁을 해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하나. 과연 과거 우리 조상들은 어떤 방식으로 분쟁을 조절했으며, 당시의 소송제도는 어떠했을까.

조상들의 삶의 지혜로부터 배우는 분쟁극복의 노하우 ‘조선의 법 이야기’는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조상들의 소송제도를 통해서 살펴본 법문화, 법 생활 이야기를 전해준다. 탄압의 대상이 된 조선시대의 변호사 외지부를 비롯해 역사 속 법이야기에서 명판결 명재판관을 찾아보며, 더불어 과학수사의 진수를 보여주는 조선의 놀라운 법의학 수준과 조선의 법률을 살펴본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독일 쾰른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선문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조선시대의 법 제도를 살펴봄으로써 오늘 날 법과 소송문화의 과제와 목표를 되짚어보고 있다.

우리는 흔히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더욱 발달한 사회라고 믿는다. 특히 제도적 측면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생각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법 제도의 완성도와 더불어 법조비리로 인해 만들어진 법조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불신 등 오늘날 법 문화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조선시대의 법 체계와 비교하며 고민한다. 그러나 그 비교 과정은 다양한 사례와 체계적인 설명을 통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원통함과 억울함을 없애고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정한 재판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형벌권이 남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죄를 지은 이라고 할지라도 그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 주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오늘 날 법관이 오판을 하거나 진정과 거짓을 잘못 판단해 재판했을 경우 과연 해당 법관에게 그 공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조비리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있는 요즘 법조비리의 근절이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공정한 재판을 추구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삶의 지혜로부터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이 책은 또한 우리 조상들이 소송제도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법의식의 단면을 소개하고, 현대에서는 이를 거울로 삼아 분쟁 발생 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현대생활은 분쟁의 홍수라 할 만큼 엄청난 분쟁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분쟁이 소송으로 화할 경우 과거 ‘소송은 패가망신’이라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인식과 ‘재판 3년이면 기둥뿌리 빠진다’는 오늘날의 자조가 그대로 맞아떨어지게 된다.

과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로부터 어떠한 노하우를 취할 수 있을 것인지 말하는 저자는 이를 통해 결국 진정한 분쟁해결의 올바른 방향성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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