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 없애는 것이 관건

 

 

우리나라에 다단계판매가 도입 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는다. 법률상으로는 지난 1991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 되면서 다단계판매가 법적 개념으로 정립됐으며 이후 2002년 방판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내린 다단계판매에 대한 정의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다단계판매업계는 지난 2004년, 4조 4719억원의 매출로 정점을 찍은 뒤 불과 2년만에 1조 971억원을 기록,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다단계판매는 사행성이 높거나 부실한 업체들이 대거 정리되는 등 사실상 거품이 빠지는 시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후 다단계판매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 3년간 소폭의 성장을 계속했으며 올해도 10%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유통의 한 분야로 정착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방식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출 확대를 위해 매스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기법의 광고나 이벤트,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실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상품을 팔기 위한 각종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도 이러한 마케팅의 한 방법에 지나지 않으나 불법피라미드나 유사수신과의 구별이 모호한 점 때문에 항상 피해를 입어 왔다. 정상적인 상품의 유통 시스템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사행적이고 피해를 유발시키는 행위라는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단계판매의 미래는 어떨까? 다단계판매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인들을 살펴봤다.

1. 고용 상황의 악화

다단계판매는 불황을 타지 않는 특이한 경향을 보여 왔다. 미국의 예를 보면 불황기 이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황기에는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실업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들 소득이 감소했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부업 또는 전업으로 직접판매업에 뛰어 드는 것으로 분석 된다.

불황기 당시에 매출이 늘지 않는 것은 일인당 구매량은 줄어들지만 그 차이를 늘어난 직접판매원이 보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기가 지나고 소득이 회복되면 일인당 구매액이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 2009년 전 셰계적인 경기 후퇴에 따른 국내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의 매출액은 2008년 대비 2.6%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령인구의 증가와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 되면서 실업이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 일자리 분야 작업반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용창출효과가 낮은 수출?대기업?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노사관계 불안과 글로벌 경쟁심화 등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해외이전, 글로벌 아웃소싱, 노동절약형 기술도입 등을 추진함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용탄력성은 미국의 0.629, 독일의 0.833, 일본의 0.310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0.214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2008년 15~64세 남성의 고용률은 74.4%로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여성은 53.2%로 다른 국가들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2014년의 고용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60.9%보다 1.3%p나 낮을 것으로 추정돼 5년 뒤에도 일자리문제의 해결이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렇듯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다단계판매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다단계판매는 특별한 지식이나 기본적인 재산, 나이 등과 무관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업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단계판매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이 또한 고용 창출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우리나라의 고용사정 악화가 다단계판매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모바일의 발전

모바일 산업의 발전도 다단계판매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판매원의 생산성은 사실상 그 판매원의 활동반경에 의해 제약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는 판매자가 구매자를 직접 만나서 상품의 좋은 점. 사용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에 더해 자신처럼 하면 경제적 이익을 벌수 있다고 설득, 판매자로 등록 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교통수단의 발달은 다단계판매원의 생산성을 향상 시킨다. 조선시대에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 오려면 말을 탄다고 해도 열흘은 잡아야 했을 것이다. 1970년대에만 해도 1박2일은 걸리던 그 거리가 지금은 아침 먹고 출발해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올 수 있다. 그만큼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따라서 생산성도 높아졌다.

두 번째로는 인터넷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물리적인 거리를 거의 없애 버렸다. 메일과 카페, 블로그 등을 이용 판매자들은 시간과 장소에 훨씬 덜 구애받으면서 구매자들이나 잠재 판매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실시간으로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제품을 설명할 수도 있고, 판매원으로의 가입도 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인터넷이 이제는 모바일로 옮겨 간다. 스마트폰과 EMS는 다단계판매원의 업무 효율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날개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을 통해서 다단계판매원은 자신이 있는 곳이 곧 세미나 룸이 되고 매장이 된다. 이동 중에도 주문과 회원 가입 신청이 가능하고 프레젠테이션까지 할 수 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프로모션 등의 공지 사항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수 있으며 그것을 그대로 구매자는 잠재 판매원에게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점이 모바일의 발전이 다단계판매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3. 건전한 중소기업의 활성화

사실 건전한 중소기업의 활성화는 다단계판매와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단계판매가 활성화 될수록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건전하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면 그들의 제품을 판매할 다양한 유통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고 그 가운데 다단계판매는 이들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판매루트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단계판매는 경험을 위주로 한 판매로 온라인이나 홈쇼핑 등을 통한 구매보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게 유리하다. 또한 다단계판매에서 중요한 것은 타사에는 없는 품질 좋은 독점적인 제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품질 경쟁력도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로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다단계판매는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 주는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건전한 중소기업이 많아지면 다단계판매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상의 요인들을 살펴봤을 때 다단계판매의 미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다단계판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다. 위에 열거한 긍정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전망을 마냥 밝게 볼 수만은 없게 만든다. 따라서 다단계판매 업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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