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판매 강점으로 성장세 지속

 

 

방문판매는 판매원이 직접 소비자를 만나 대면판매를 하는 영업방식으로, 다단계판매와 더불어 대표적인 직접판매 방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의 매출에 대해 상위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방문판매는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판매원을 모집하되 2단계 이내로 조직이 제한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다단계판매가 미국에서 시작된 영업방식인데 반해 방문판매는 과거의 보부상, 방물장수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의 전통적인 판매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방문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아모레퍼시픽은 1964년부터 지금까지 46년의 방문판매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방문판매 업계의 시장규모는 7조 6139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업체 수는 2만8745개 수준이었다. 화장품, 건강식품, 정수기 등 여러 제품군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방문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7.3%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등 해마다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업종이다.

유통업계 전체에서도 지난해 총 매출액 규모면에서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전자상거래 등에는 못 미치지만 편의점(약 6조2000억원)이나 TV홈쇼핑(4조3000억원) 보다는 높은 시장규모를 형성하며 주요 유통채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타 유통채널들이 일반 소비재 전반을 거래하고 있는 반면, 방문판매는 특정 제품군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갖는 위치는 더욱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방문판매는 또한 일자리 창출 및 여성의 사회 활동 유도 등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업종이다. 이와 같은 기능은 교육 수준이나 경력 등에 크게 제한받지 않고 무자본‧무점포로 소매업을 할 수 있다는 직접판매 고유의 장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방문판매의 경우 이미 안정적으로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어 그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방문판매의 사회적 기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기존에 가사에만 집중했던 전업주부들도 특별한 진입 장벽 없이 활동이 가능해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며, 청년실업자들과 은퇴한 직장인 등의 유입으로 실업률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진출 분야에서 메이저급 유통 경로로 정착

국내 방문판매 업계가 전체 소매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메이저 유통채널에 비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화장품, 정수기, 건강식품 등 방문판매 업체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제품군에 있어서는 타 유통채널에 비해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방문판매를 통해 판매된 화장품의 총 매출액은 1조7900억원 가량으로 추산돼 전체 화장품 시장 중 백화점(1조 9000억원)과 로드숍(1조 86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총 7조 3800억원에 이르는 시장규모를 형성한 화장품 시장에서 약 24%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2007년과 2008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졌지만, 9%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주요 유통 경로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건강식품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업계 상위로 추정되는 23개 업체들의 총 매출액은 2조 1428억원이었으며, 이 중 방문판매 업계에서 올린 매출은 총 5580억원이었다. 이는 전체의 26%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다단계판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지난해 약 1조4000억원 가량의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산되는 정수기 시장에서는 웅진코웨이가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호, 교원L&C 등의 업체들이 동양매직, LG전자 등과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치고 있어 방문판매 업체들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선 방문판매가 화장품, 건강식품, 정수기 등의 제품군에 유용한 판매 방식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화장품과 건강식품은 기능성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때문에 제품의 기능 및 효과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는지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면에서 방문판매는 대면판매의 특성상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제품의 장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일 경우 이로 인한 구전마케팅 효과도 크다. 방문판매는 소비자들의 자택 등으로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쉽게 자신이 관심 있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한 명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경우 고객 주변인들에 대한 접근성이 일반 매장 판매에 비해 용이하다.

 

또한 화장품과 건강식품은 각각 개인별 취향과 피부상태, 건강상태에 따라 필요한 제품들이 달라진다. 최근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다수의 방문판매 업체들은 자사의 판매원을 미용, 건강 관련 상담까지 가능한 전문 판매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관련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무형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판매원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고객을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와 성향, 상태 등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 카운셀러, 유니베라의 UP(Univera Planner) 등 많은 업체들이 자사 판매원들에 대해 차별화된 명칭을 만들고 전문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와 같은 장점들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정수기의 경우 판매원들을 통해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수기는 위생적인 부분이 중요한 제품으로, 정기적인 관리는 필수적이다. 방문판매 방식은 판매원들을 통해 고객 확보 및 관리와 더불어 고객들에 대한 위생 점검, 필터 등 부품 교환과 같은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대형 업체들이 국내 방문판매 시장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시장에서 방문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들 대형업체는 대부분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로, 자체적인 방문판매 조직을 통해, 또는 방문판매와 더불어 일반 유통 채널을 함께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판매 경로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이들 대형 방문판매 업체들이 단순히 방문판매 업계에서뿐만
아니라, 제품군별 시장 전체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해당 시장에서의 방문판매 비중이 커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액 기준 1~3위를 외국계 업체가 독식하는 등 외국계 업체의 비중이 상당한 것과는 달리, 방문판매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방문판매 경로만 놓고 봤을 때, 화장품 시장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코리아나화장품 등 국내 업체들이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유니베라, 대상웰라이프, 풀무원건강생활 등 방문판매 상위 기업들 중 많은 업체들이 국내기업이며, 정수기 시장 역시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청호나이스, 교원L&C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형업체, 전문분야 기반 신사업 진출 활발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각각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방문판매 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화장품 업체들이 건강식품을, 건강식품이나 생활가전 업체들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 새로운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을 주도했던 주요 업체들이 주력 제품인 화장품 위주로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 방문판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2000년대 들어 건강식품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V=B프로그램, LG생활건강의 청윤진, 코리아나화장품의 웰빙라이프 등이 대표적이며, 소망화장품과 한국화장품도 건강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추정 매출액 상위 23개사 명단에 포함될 정도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소망화장품은 2006년 방판 사업부 출범과 동시에 건강식품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해 2008년말 기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식품 업체들은 식품업체에서 건강식품의 방문판매를 위한 별도 법인이나 브랜드를 따로 운영하는 경우와 건강식품 전문 업체로 시작해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모회사 차원에서 신사업 개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타 제품군으로의 영역 확장은 드문 편이며, 후자에 해당하는 업체들에서 건강식품 사업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화장품 분야에 있어서는 비교적 이런 구분과 상관없이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고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리니시에를 출시한 유니베라, 벨루시에와 퓨어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김정문알로에, 이씰린이라는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풀무원건강생활 등이 대표적이다.

건강식품 업체들이 특히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화장품 사업과 건강식품 사업이 모두 인체 생명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어 전문 인력과 연구 개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건강식품 브랜드를 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화장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방문판매의 비중이 큰 시장이라는 점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정수기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가전 업체들 역시 이러한 화장품 시장의 매력에 주목, 최근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96년 수입 화장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청호나이스와 2004년 미백기능성 화장품 마무를 출시했던 교원L&C는 지난해 각각 나이스 휘와 고스란히 담을 예를 런칭했다. 생활가전과 화장품은 제품의 성격이나 제조단계에서 큰 차이가 있는 제품군이지만, 두 업체는 OEM이나 ODM 방식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1999년 코리아나화장품 매각 이후 화장품 사업을 중단했던 웅진코웨이도 셀 에너지 화장품인 리엔케이(Re:NK)를 필두로 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03년부터 자사의 화장품 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한 웅진코웨이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과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웅진코웨이는 기존의 방문판매 영업망 및 고객기반을 적극 활용해 올해 100억원, 내년 400억원으로 시작해 2014년까지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장품 업계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들의 아성이 굳건한 탓에 건강식품 업체들과 생활가전 업체들의 화장품 사업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못한 상황이어서 업계 3위를 노린다고 밝힌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사업 진출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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