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유명산 자연휴양림

 


여름이 되면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와 높은 기온 때문인지 더욱 탁해진 공기로 심신이 지쳐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덥고 탁한 공기로 답답한 이들이라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산행을 통해 심신을 쉬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는 시원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소개한다.

짙은 녹음, 신선한 공기 속에서 즐기는 여유

뜨거운 여름날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유명산에는 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짙은 녹음과 주인에게 복종이라도 하듯 그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황토. 그리고 그 속에는 생을 이어가는 말 못하는 작은 이웃들이 있었다.

비록 긴 여행길은 아니었지만 지난 여름날 동안 도시의 아스팔트와 공해에 지친 내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을 줄 수 있는 곳. 유명산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녹음이 짙다 못해 어린 시절 많이 사용하던 포스트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하다. 길바닥의 황토는 내 발자국을 기억하고 싶은 지 푹신푹신하게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런 맛에 산을 찾고 산길을 걷는 구나 싶은 생각에 크게 숨을 들여 마신다. 숨을 참은 상태에서 맑은 공기를 내 몸 속 구석구석에서 세포 속까지 전달한다. 그리고 맑은 공기와 내 몸의 찌꺼기를 맞교환 한 후 일순간에 참았던 숨을 내뱉는다. 머리가 띵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내 몸이 정화될 것만 같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여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나는 지금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계(仙界)에 올라서서 신선놀음에 빠져있다고 상상한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섞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나는 산속에서 그렇게 한참을 보냈다. 내가 그렇게 도끼자루를 내팽개치듯 탐닉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산에서는 느낄 수 있다. 굳이 전문적인 등산객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더라도 근교 산에서 이처럼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임에 분명하다.

 

가족 산행지로 손색없는 유명산

자료에 의하면 유명산은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서 마유산이라고 부른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유명산 정상은 너른 들판으로 대규모 목축업을 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유명산’이라는 이름은 1973년 엠프로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를 하던 중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산을 발견하고 산악회 대원 중 ‘진유명’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유명산은 862m의 그렇게 높지 않은 높이와 다양한 등산코스덕분에 가족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2.6km의 순환도로와 주차장, 이국적인 통나무집,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오토캠핑장 등 찾는 이의 목적에 따라 그 테마 역시 다양해서 산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약 유명산자연휴양림의 숙박시설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예약은 필수이다. 예약은 산림휴양정보 사이트( www.huyang.go.kr)로 접속하면 된다.

추천등산코스는 주차장을 지나 우회전해서 유명산 정상으로 가는 길(2km)이 있고, 좌회전해서 계곡 길을 따라 오르는 길(2.7km)이 있다. 등산에 무리가 없다면 유명산 정상을 지나 계곡으로 순환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계곡은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 그 이름도 재미있는 아름다운 폭포와 옥 빛으로 빛나는 깊은 계곡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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