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비교사이트에서 스마트폰까지

지난 7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확대 시행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격비교는 필수가 됐다.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에 대한 가격비교 사이트가 등장하며 전문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가격비교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을 살 때도 여러 점포의 가격을 비교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야흐로 가격비교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국내 가격비교 서비스의 변화 과정을 짚어봤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포털쇼핑으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사용이 본격화되고 빠른 속도로 이용 인구를 늘려가면서 인터넷쇼핑몰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쇼핑몰은 힘들여 발품을 팔지 않고도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에 비해 단순한 유통구조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판매된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이며 현재까지 타 유통채널에 비해 확연히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인터넷쇼핑몰들은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업체별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싸게 제품을 구매 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필수적으로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각 사이트의 가격 정보를 비교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가격비교에 비해 적은 시간과 노력이 들긴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가격비교 사이트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여러 인터넷쇼핑몰의 가격정보를 정리해 자사의 사이트에서 한 번에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가격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쇼핑몰 가격정보 사이트는 국내에 전문적인 시스템을 활용한 가격 비교 문화가 정착하게 된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1998년 국내 최초의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이 등장한 이래 IT·전자제품, 도서, 여행 등 특정 분야의 제품 들을 대상으로 한 가격비교 사이트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가격비교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들 가격비교 사이트는 단순히 여러 쇼핑몰의 가격정보를 한번에 보여주는 데
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커뮤니티를 강화해 사용자들 간에 제품 사용 후기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자보증 서비스 등의 소비자 보호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작된 온라인 가격비교 문화는 최근 들어 포털사이트의 쇼핑 카테고리로 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 랭키닷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과 관련된 주요 분야의 월간 방문자 수 조사 결과 지난 2006년 이후 4년간 가장 많은 방문자 증가를 보인 분야는 포털 쇼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포털사이트는 특정 기능을 가진 인터넷쇼핑몰이나 가격비교사이트에 비해 막대한 방문자 수와 충성도 높은 회원들을 갖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부분의 네티즌이 이용하는 종합포털이 메인화면에 쇼핑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를 통해 많은 온라인 소비자가 유입되고, 포털의 중심 서비스인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가격비교 서비스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쇼핑을 이용하면, 쇼핑을 위해 따로 특정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 없이 단순 검색으로 오픈마켓과 종합몰을 위주로 주요 인터넷쇼핑몰들의 제품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일부 포털 사이트들은 오픈마켓이나 종합몰에 비해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전문몰에 대해서는 리스트에 신뢰도 등급을 표시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만들어놓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포털쇼핑 분야의 방문자 규모는 지난 4년간 8% 가까이 증가하며 종합쇼핑몰의 방문자 수를 넘어섰다.

 

과자, 아이스크림도 가격비교 대상

인터넷쇼핑몰 시장을 중심으로 정착된 가격비교 문화는 일상적인 오프라인 구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오픈프라이스 확대시행으로 이제 소비자들은 라면이나 빙과류를 구매할 때도 필수적으로 가격비교의 단계를 거치게 됐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제조업체가 아닌 최종 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로, 업자 간의 가격 경쟁을 촉발해 소비자 권익 신장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9년 일부 가전제품과 의류 등을 중심으로 12개 품목에 최초 적용된 이후 점차 대상 품목이 늘어났으며 이번에 의류 전 품목과 라면,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등 식품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제는 라면 하나를 사더라도 점포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가격 정보를 미리 알아 놓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기존 권장 소비자 가격이 1000원이었던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500원에서 1000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 가격이 크게는 두 배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의 적정선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가격비교는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사라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준 가격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정해진 기준점이 없어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정선인지 여러 점포의 제품 가격을 비교해보기 전에는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굳이 주변 점포들을 다 돌아다니지 않아도 제품의 적정가격을 판단해보고,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정보 제공 사이트(price.tgate.or.kr)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백화점 , 대형마트 , SSM, 편의점, 전통시장 등 전국 5개 유통업태의 총 135개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200여개의 생필품 가격정보를 비교할 수 있어 각 제품들의 적정 가격을 판단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각 기종별로 구할 수 있는 가격비교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카메라로 바코드나 QR코드를 찍는 것만으로도 쉽게 동일 제품에 대한 인터넷최저가를 확인할 수 있어 구매에 도움이 된다. 또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가격 비교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비교 문화는 이제 정착 단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오픈프라이스 대상이 된 제품들에 대한 가격비교가 일반화된다면, 이후 다른 일상 용품 구매에 있어서도 가격비교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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