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

시야가 탁 트이는 모습에‘역시 장관이다’라는 말을 연발하는 곳, 팔봉산. 내륙의 산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등산객의 눈을 호사스럽게 하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과 충남 서산의 팔봉산이 있다. 필자가 찾은 곳은 바로 충남 서산의 팔봉산이다.

팔봉산(362m)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충남 서산시민들이 자랑하는 명산으로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자료에 의하면 원래 9개 봉우리이지만 작은 봉우리를 제외하고 보통 8개 봉우리만을 인정하여 팔봉이라고 한다. 때문에 낮고 작다는 이유로 구봉이 되지 못하고 팔봉이 된 산은 매년 12월 말이면 낮은 봉우리가 운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해질 무렵이면 서해안으로 떨어지는 일몰의 아름다움까지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늦은 시간 산을 찾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산을 오르면 발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서해바다와 작은 마을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산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우럭바위는 정말 우럭과 흡사하게 생긴 모습이 사진을 찍기에 앞서 한참 웃음을 자아낸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입에는 해초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 정말 이 바위만큼은 다른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다. 보는 사람 모두 우럭바위라는 것에 만장일치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시야가 탁 트이는 모습에 “역시 장관이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산을 올랐다. 내륙의 산들과는 또 다른 모습. 서해안의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절경의 맛이다. 산 높이 또한 362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정상에서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 팔봉산이다.

 

절경 감상을 위한 준비물, 등산화와 장갑이면 OK

여덟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다음에는 어떤 봉우리가 있을까 상상하는 것 또한 팔봉산의 매력이다. 바위산이기 때문에 좀 험하고 남성적인 풍미가 있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준비물은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장갑만 있으면 OK다. 작은 봉우리들이 올망졸망한 것이 여성의 풍만한 가슴 같기도 하고 굴곡 좋은 엉덩이 같기도 하다.

산중턱에서부터 시작된 계단식 논이 해안 가까이까지 이어져있다. 생명을 이어가려는 인간의 의지가 대단하다. 척박한 땅을 일구어 논밭을 만들고 그곳에 농작물을 재배해서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 열악한 환경을 불평 불만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인간의 힘이다.

바위를 보자마자 이것은 ‘무슨 바위다’라는 느낌이 ‘확’ 온다. 특히 50대를 넘긴 남녀 등산객들은 꼭 이 바위 앞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간다. 모르긴 해도 이 바위는 예부터 전해지는 전설이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바위에 100일 기도를 해서 득남을 했다든가, 바위를 갈아 마셨더니 부인병이 나았다든가 하는 전설 말이다.

등산을 할 때마다 간단한 점심도시락을 준비한다. 물론 하산해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산중에서 먹는 소박한 도시락이다. 더욱이 정상에서 마시는 정상주는 신선주가 부럽지 않다. 단, 반주로 3잔을 넘기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산에서는 조금만 마시자.

인간이 사는 동네와 자연이 사는 동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내가 이 멋진 곳에 서서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녹음 짙은 산과 그 속에 우뚝 솟은 암봉의 모습이 정말 절경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까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해진다.

 

조화로움과 인생의 참 아름다움을 배우다

생각 없이 던져놓은듯 하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바위들. 집채만한 바위들이 서로서로 의지하며 봉우리를 만들었다. 혼자서는 큰 바위는 될 수 있겠지만 절대 봉우리는 될 수 없다. 인간 역시 스스로 큰사람은 될 수 있겠지만 여러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위대한 사람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바위를 바라보며 조화를 배운다. 나 홀로 무인도에서 사는 것이 아니기에 조화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덕목이 되겠지. 바위들의 면모를 하나하나씩 꼼꼼히 살펴본다. 모두들 모난 곳 없이 부드럽다. 하지만 저 바위들이 처음부터 저처럼 부드러웠을까. 아니다. 세월의 풍파에 몸을 맡기다 보니 저처럼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 발아래에 펼쳐진 멋진 풍광을 감상한다. 낮지만 그 높이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산이다. 젊은 시절 우리는 높이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그것이 품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팔봉산에서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그 위치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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