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웃음

 


채인숙 시인이 ‘문예운동’ 추천으로 등단한지 1년여 만인 지난해 출간했던 첫 시집 ‘숨어 있는 웃음’이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개정판으로 재판됐다.

채인숙 시인은 세상을 밝게 살면서 매사를 긍정적 시각에서 관찰하며 삶을 표현한다. 또한 이러한 긍정적 시각은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시선을 확보한다.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한 시선에서 쓰인 시들은 독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시인의 첫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으며 재판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집 ‘숨어 있는 웃음’에 실린 시들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사랑에 관한 시이며, 두 번째는 고향에 얽힌 이야기, 셋째는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넷째는 삶의 고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인간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봄직한 이 주제들은 특히 시인들에게는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들이다.

살아가는 것은 무릇 사랑이라는 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물이 흐르는 냇가에 너럭바위가 있으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바위로 몰려드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마련이다. 이 시집에 실린 사랑과 관련한 시들은 사랑에 대한 감정으로 충만한 시인의 내면이 엿보인다. ‘쭉 찢어 먹을 수 있는 맛으로’ 먹는 푹 익은 김치와 같은 곰삭은 사랑을 노래한 ‘그리움은 김치 되다’는 원숙하고 성숙한 사랑에 대한 시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시집의 표제가 된 ‘숨어 있는 웃음’에서는 이별에 관한 사랑, 풋사랑, 여름 비처럼 격렬한 사랑, 갈잎 같은 소란스런 사랑,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사랑, 세상을 밝게 만드는 평범한 사랑 등 사랑의 유형을 담담히 밝히고 있다.

‘고향’이나 ‘만추의 하루’같은 작품은 유별나게 고향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그 시를 관류하고 있다. 그리움과 추억을 먹고 사는 시인에게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시로 바꿔놓는 솜씨는 매우 중요하며, 이 점이 바로 채인숙 시인의 장점이다.

시인은 또한 살아오면서 만난 대표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나의 이모’와 ‘노숙자’에서 나타나는 연민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인간애의 말로로 보인다. 폐허가 되어가는 고향에 살던 이모, 그리고 실직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노숙자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고통과 행복이 공존하는 우리 삶에 대한 고민도 의미 있다. 흔히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에도 의연하게 그에 맞서 싸우며 삶을 채워 나간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고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행복으로 바꾸는 것은 시인의 역할 중 하나다. 때문에 고통의 시간과 교차되는 삶의 희망과 행복의 순간을 포착한 시인의 노래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새벽바다’가 안고 있는 고통과 희망, 그리고 ‘도시의 수면’에 그려진 물질문명에서 오는 암울한 현실에서 행복을 차단당하는 실업자가 자살의 유혹을 물리치는 광경은 하나의 엄숙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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