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처리 지연에 중소 상인 불만 고조

SSM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경위를 통과한 두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논란을 빚으면서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중소 상인 단체들은 많은 부분을 양보해 만들어진 법안마저 처리가 지연되면서 SSM으로 인한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통법‧상생법 지경위 통과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3일 국회 지경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규제를 골자로 연이어 국회에 제출됐던 개정안들을 두고 국회와 정부 부처 간의 협의 끝에 최종 대안이 완성된 것이다.

먼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SSM의 등록제를 강화하는 한편,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제2조 및 제8조에 따르면 기존 대규모점포는 물론, 슈퍼마켓과 기타 음‧식료품위주 종합소매업 등에 한해 대규모점포를 경영하는 회사나 그 계열회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직영하거나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점포 등도 준대규모점포로 규정, 영업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시‧군‧구에 등록하도록 했다.

또한 제13조의 3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을 신설, 전통시장이나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39개 전통 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조례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서는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될 경우 이후 3년 동안 그 효력이 유지되는 일몰규정이 적용된다.

상생법에서는 가맹점 형태의 SSM도 사업조정제도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32조 ‘사업조정 신청 등’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위해 도입된 사업조정제도 대상에 기존의 대기업과 더불어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 및 프랜차이즈 형태의 체인 점포와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을 포함시켰다. 여기서 규정되는 체인 점포는 슈퍼마켓과 기타 음‧식료품위주 종합소매업으로서 체인 점포 개점 시 소요되는 임대차비용, 내외장공사비, 설비 및 비품설치비 등 총 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규정은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SSM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맹점은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 가맹형 SSM을 개점하며 사실상 사업조정제도를 무력화시킴에 따른 것이다. 상생법의 제32조 규정은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조정의 신청이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

 

법사위 통과 못해 4월 처리 무산

두 개정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 상인단체 등은 많은 논의를 거쳤다. 유통산업발전법만 총 17건의 개정법률안과 2건의 제정법률안, 1건의 개정청원, 1건의 결의안 등이 논의 대상이 됐으며, 사회적으로도 SSM 규제를 놓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상인단체에서는 대형마트와 SSM의 허가제와 더불어 영업시간 및 품목 제한이나 의무 휴업일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상인들 간은 물론,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SSM 규제를 주장하는 중소기업청과 지식경제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 간에도 입장차가 커 합의점 도출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결국 긴 논의 끝에 허가제 대신 강화된 등록제 실시, 가맹형 SSM 사업조정 대상 포함,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의 내용으로 개정안은 완성됐다.

그러나 두 개정안이 완성됐음에도 SSM 규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두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WTO 협정 위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강화된 등록제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부 측은 사업조정 대상을 규정하는 상생법의 ‘대형 유통업체의 프랜차이즈 점포 규제’의 경우 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다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WTO에 피소될 경우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우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상생법은 EU와의 자유무역협정 비준 이후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두 개정안을 모두 즉시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결국 두 입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두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5월을 맞게 됐다.

 

중소 상인 반발…낙선 운동도 불사

결론적으로 5월 임시국회에서도 두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당에서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시국회가 자칫 선거 전략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 정상적인 임시국회는 열리지 못했다. 여당과 야당은 합의 하에 5월 19일 임시국회에서 원포인트 회의를 열고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생법안들을 처리했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유통산업 발전법과 상생법은 여기 포함되지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의 처리가 5월 임시국회에서도 무산되면서 중소상인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상인단체들은 SSM 허가제와 영업시간 및 품목 제한 등을 요구해왔지만, SSM 규제를 위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일단 입장을 양보했다. 그러나 빠른 법안 처리를 위해 몇몇 요구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외교부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어 SSM으로 인한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중소상인들의 단체인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7일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법안의 5월 중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5월 중에 법안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SM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개정안이 마련된 이후에도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SSM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SSM 갈등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만큼, 두 법안의 최대한 빠른 처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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