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인맨’


지난해 한국에서 초연됐던 연극 ‘레인맨’이 2월 19일부터 3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베리 레빈슨 감독,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주연으로 1989년 개봉했던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그간 일본과 영국 등에서 무대에 올라 영화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일본에서 지난 2006년 전 세계 초연으로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랑을 받아 이듬해 다시 성공적인 재연을 한 바 있으며, 영국에서는 2008년 런던 아폴로 극장에서 유명 할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과 연기파 배우 아담 고들리가 각각 동생과 형으로 출연,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해 한국에서의 초연 또한 웰메이드 연극이라는 호평 속에 연극계의 많은 관심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기본 줄거리는 영화의 줄거리와 유사하지만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감동과 웃음이 공존한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또한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연극 무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따뜻함과 생동감이 영화 이상의 감동을 전달하며, 소극장이라는 밀접한 공간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열연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이 연극이 주목받는 이유는 작품이 주는 감동도 있지만, 한 무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남자 배우들의 출연과 연기대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1세대 뮤지컬 배우라 불리며 많은 배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남경읍과 그의 동생이자 한국 간판 뮤지컬 스타 남경주가 오랜만에 동반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형제가 같이 무대에 선 것은 90년대 초반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이후 실로 오랜만의 일이며, 특히 연극으로는 처음이다.

여기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최고의 연기자로 입지를 굳힌 박상원과 드라마와 무대를 오가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지고 있는 원기준의 조합 또한 흥미롭다. 드라마 출연 중에도 쉬지 않고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설만큼 무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진 박상원은 기존의 중후하고 젠틀한 남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폐증에 걸린 레이먼 바비트를 연기하는 변신을 보여준다. 최근까지도 뮤지컬과 드라마 연기를 병행하며 전천후 연기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원기준도 선배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최고의 기량과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 모여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형 레이먼과 동생 찰리, 이 두 명의 배우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만큼 두 형제의 연기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수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외로움이 있다. 그 외로움이 밀려올 때 마다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연극 ‘레인맨’에서는 그 외로움을 이겨내고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버지로 인해 상처 입은 찰리는 결국 또 다른 가족인 형 레이먼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를 받게 된다. 존재조차 몰랐던 가족인 형 레이먼이 항상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늘 혼자라고 생각했던 찰리 자신이 형 레이먼에게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었다는 것이 찰리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된다.

함께 쌓아온 추억의 분량은 부족할지라도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잊지 않고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그들만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 그들을 보며 관객들은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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