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약은 현행법보다 소폭 강하게 설정

지난 2009년 12월 10일, 한국직접판매협회 산하로 자율규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2009년 초 직판협회 총회에서 의결된 이래 4월 출범한다는 당초의 발표에 비해 상당 시간 늦어졌으나 해를 넘기지는 않았다. 본지는 자율규제위원회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하게 될지, 그리고 그러한 행보가 직접판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 봤다.


자율규제위원회의 성격

자율규제위원회(이하 자규위)는 어원경 한국직접판매협회(이하 직판협회) 전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다. 어원경 전무는 그동안 각국의 직판협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각종 인증제 및 윤리 강령들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해 왔으며 지난 2008년 9월 22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직접판매 제도 합리화를 위한 세미나’에 토론 패널로 참석, “직접판매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차별성 있는 공적 자율규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협회 산하에 자율규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 전무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자규위의 출범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자규위의 초대 위원장은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위원으로는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 부장, 남광 남광법률사무소 변호사, 박정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배기정 직판협회 고문이 위촉됐다. 실무 간사로는 이택선 전 안티피라미드 간사가 임용됐다. 다단계판매 업계 일각에서는 신종원 위원과 이택선 실무 간사의 전력을 들어 자규위가 사실상 안티피라미드의 확장판이 아니겠느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자규위는 옥상옥으로만 존재 할 뿐, 실질적인 목표인 업계의 위상 제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주장이다.

또 한편에서는 어차피 자규위에 들어가는 자금의 대부분을 방문판매 업계에서 부담했기 때문에 자규위는 방판업계의 바람막이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원경 전무는 “협회 총회에서의 동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전체 직판업계를 대변하면서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스스로 시장 정화를 해나가자는 것이 그 취지”라고 밝혀 자규위가 방판업계의 바람막이가 아닌 모든 건전한 직접판매업체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업계 대부분은 자규위의 출범과 그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모 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하다”며 “(자규위가) 정착된다면 직판 전체에 대한 바람막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규위의 활동에 대해 다른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불법업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기업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역할”과 함께  “업계, 공정위, 소비자기구 등으로부터 공신력을 획득”하기를 기대했다. 이밖에도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추진 돼야 한다”는 의견과 “법의 완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들은 모두 자규위가 의례적인 단체가 아닌 현실적이면서 긴 안목을 가지고 직판업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전망은 밝으나 정착에는 시일 필요할 듯

직판협회는 자규위의 활동을 통해 회원사와 비회원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또 자율규약을 성실히 준수하는 업체들에게 자규위 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등의 자율 인증제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이택선 간사는 “자규위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프리미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지 인증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현재 자율규약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는 자규위는 그 활동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성공해야만 하고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자규위는 자율규약의 강도에 대해 “현행법에 비해 105%에서 110% 정도로 법보다는 조금 강하지만 업체들이 지키기에는 별다른 문제없을 것”이라며 “자율 규약 준수만으로 법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규위 내부에서는 150% 이상의 강도가 돼야 프리미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자규위가 정착되는 상황에 따라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자규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주로 직판협회의 대표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직판협회는 방문판매업체와 다단계판매 업체가 혼재돼 있으며 그 수도 양측을 합해 62개사(방문판매 업체 28개사, 다단계판매 업체 31개사, 특별회원 3개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방판회사만 전국 2만여 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단계 회사만도 70개를 넘는데 과연 대표성이 있느냐는 얘기다.

이 점 자규위 측은 “방문판매 자율규약과 다단계판매 자율규약을 따로 만들고 있으며 회원 업체 수는 적을지라도 매출액으로는 70~80%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이 지키게 되면 그게 곧 표준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의 반응과 자규위 자체의 방향 설정을 봤을 때 자규위가 정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시일은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규위 측에서도 “어차피 1~2년 내에 자규위가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는 무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자규위가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훈장이 되게끔 하는 것’은 적어도 3년, 길게는 5~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완장’이 아니라 ‘훈장’이 되기 위해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의 인정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보는 방향이 다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며 처한 위치와 이해득실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이제 갓 출범한 자규위에 대해서도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규위 자체적으로도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얼마만큼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도 미심쩍을 것이다. ‘완장’이 ‘훈장’이 되려면 ‘완장’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완장’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의 시선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실 자규위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어찌 보면 업계의 상황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자규위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방문판매 업계와 다단계판매 업계 모두가 자규위의 활동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규위의 성공은 곧 직접판매업이 유통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 잡아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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