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보는 CEO

 

지난 2009년은 대한민국에게 야구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레식(WBC)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며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프로야구에서는 연일 치열한 순위싸움과 포스트시즌에서 이어진 명승부로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많은 부분에서 한국 야구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나 야구나 구한말의 여명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전쟁의 폐허로 초토화된 환경에서 무엇 하나 변변한 것이 없던 절망의 시절을 겪었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경쟁 속에서 오직 사람이라는 자원과 그들을 키우는 교육을 통해 생존력을 키웠고 경쟁력을 창조해냈다. 1960~80년대 일본의 천시와 박대 속에서도 기술을 배우고 자체 역량을 개발했고, 1990년대가 되자 어느 새 뒤에 바짝 따라붙는 경쟁자가 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자 몇몇 부문에서는 그들을 추월하며 여러 개의 글로벌 베스트를 생산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1980년대 경제규모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에서도 퇴물이었던 장명부의 30승이 가능했던 1980년대 초반을 지나 한 ? 일 슈퍼게임이 열리던 1990년대를 거치며 드디어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해냈고, 이들의 활약을 보며 그 저력을 각성하기 시작했다. 2006년 첫 번째 WBC 대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최고승률 4강의 성적을 거두면서 전 세계 야구계의 주목을 끌었고, 지난해 두 번째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거머쥔다.

박찬호도 이승엽도 없이 불안한 가운데 출발한 대표팀이 드라마틱한 과정 가운데 준우승을 거둔 모습을 보면 인구와 시장, 자원과 자본 모두 빈약한 상황 속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유래한 세기적인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나오는 한국 경제를 떠올리게 된다. 고난과 역경을 통해 다져진 생존력으로 버티어온 한국의 기업들은 그토록 열광했던 지난해 3월 WBC의 열기를 바라보며 그저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편으로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그 내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경영의 놀라운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감독 선정과 선수단 구성부터 마지막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연장 명승부의 결승전까지 한국 대표팀 야구경기의 매 순간들은 기업가 정신으로부터 리더십, 인재경영, 모티베이션, 외부환경 분석, 저원가전략, 경쟁사 전술 역이용, 세계화 전략, 신 성장 전략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략의 거의 모든 부분들에 대한 힌트와 영감으로 가득하다.

PD 출신으로 방송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김용만과 서울대와 시카고대학에서 정통으로 경영을 전공하고 현장경험을 쌓은 신재훈의 멋진 콤비네이션이 이러한 혁신적인 경영서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이 김야구와 신경영이라는 중계캐스터와 해설자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진짜 중계방송처럼 긴박하게 진행하는 독특한 구성 또한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1986년 서울대 재학 중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저자들이 우정 20년을 결산하는 작품으로 기획한 이 책은 재미있는 우연에서 시작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흥미로운 사례가 됐다.

야구와 경영을 절묘하게 컨버전스한 이 책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날의 감동과 함께 자연스럽게 경영의 주요 개념들을 이해하게 하고, 경영자들에게는 야구의 묘미와 아울러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경영 아이디어의 힌트들을 공급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