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법 개정은 난항 예고

올해의 다단계판매 업계는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변화의 요소가 많이 눈에 띈다. 경기 회복에 이은 소비지수 상향이 그렇고 신규 진입 업체가 많아질 만한 대내외 여건과 함께 자규위의 출범으로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나비 등으로 인해 업계를 떠났던 사업자들의 복귀도 점쳐지고 있어 다단계판매 업계는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호재가 가득해도 악재 하나가 시장을 뒤엎는 다단계판매 특유의 취약성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게 한다. 모쪼록 올 한해는 다사다난하지 말고 다복하기만을 기원해 본다.

 

매출

전반적인 호조 속에 외고내저(外高內低) 심화 될 듯

지난해 다단계판매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재 속에서도 2008년 대비 10% 가량의 매출 증가를 보인 것으로 추정 되는 가운데 외국계가 성장세를 보인 반면 내국계는 침체된 현상(外高內低)이 심화된 해였다. 특히 외국계 선두권 3개 업체는 지난해 도합 1조 1000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2조 4000억 원 내외로 추산되는 다단계 업계 전체 매출액의 46.24%를 차지, 2009년의 44.54% 보다 늘어났다.

한국암웨이, 뉴스킨코리아, 허벌라이프 등 3개 업체의 매출 점유율은 지난 2007년 47.09%를 기록한 바 있었다. 업체별로 보면 매출액 기준 부동의 1위인 한국암웨이가 10%정도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2위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 뉴스킨코리아도 15% 가량 성장해 22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 되며 허벌라이프 역시 지난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매출이 증가, 2009년 전체로는 1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개 업체의 매출 증가액은 1300억 원을 넘는다.

이에 반해 지난해 국내 업체 1위인 앤알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월드종합라이센스, 하이리빙, 몬토토(구 디지털씨씨엠), 앨트웰 등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위권 안에 든 업체 가운데 아이쓰리샵은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8% 늘어났다. 따라서 이들 상위 업체의 전체 매출액은 강보합세 정도인 것으로 예상된다.

10위권 밖의 업체들이 사실상 2009년의 매출 증가를 주도했다. 우선 지난해 신규 진입한 애터미와 이코스웨이의 폭발력이 놀랍다. 애터미는 최근 월 6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코스웨이도 월 20억 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멜라루카코리아, 유니시티코리아,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 등도 지난해 30% 이상의 실적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나눔의 사람들이 3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대비 35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웰빙테크, 하루애생활건강, 알이에스디 등도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에는 특히 허리부분의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보인 다단계판매 업계의 호조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에는 2009년과 달리

올해에는 소비자 체감 경기가 상당히 회복될 것이라는 각 연구소의 전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 6.0%, 하반기에 2.9%의 성장을 해 연간 4.3%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고 LG경제연구원은 상반기에 5.8%, 하반기에 3%, 연간 4.6%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불경기 이후 시차를 두고 매출 상승 곡선을 그려온 다단계판매의 특성과 다단계판매 시장이 안정기에 들어선 점, 그리고 지난해 말 출범한 자율규제위원회 등의 활동으로 인해 미등록 다단계판매 업체들 상당수가 제도권 내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올 한해 다단계판매 업계가 활발한 모습을 보이리라는 전망을 뒷받침 해준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 5일 2010 국내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히 다단계판매 업계가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는 ‘워킹푸어(WorkingPoor) 증가’다. 워킹푸어란 일은 하고 있지만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빈곤층을 뜻하는 말로 현대경제연구소는 공공부문의 임시직증가와 민간의 비정규직 확대에 따르는 임금소득 하락으로 저소득 근로빈곤층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킹푸어의 증가는 다단계판매 업계로서는 양날의 칼이다. 실질 소득의 감소로 인한 소비 감소와 함께 추가 또는 보조 수입이 필요한 인구의 증가에 따른 잠재 판매원의 증가라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해라는 점도 다단계판매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2010년 국내 10대 트렌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첫 세대인 1955년생 10만여 명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133만 명이 55세 정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다단계판매 업계로서는 이들 정년퇴직자들과 워킹푸어들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흡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성장을 지속하느냐 혹은 답보상태에 빠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공히 10대 트렌드로 뽑은 신3고(新3高)현상(원화가치 상승, 유가 상승, 금리상승)의 도래는 특히 국내 다단계판매 업체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다단계판매 업계 안팎의 상황은 올해 다단계판매 업계의 매출액이 10%를 뛰어 넘는 비교적 큰 폭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성장의 대부분을 외국계 업체가 차지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외고내저 현상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암웨이와 뉴스킨코리아, 한국허벌라이프 등 외국계 선구 업체들이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앤알커뮤니케이션, 월드종합라이센스, 하이리빙 등 국내 선두 업체들의 터닝 포인트는 확실하지 않다. 반면 허리부분에서는 외국계 업체와 국내 업체가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멜라루카코리아, 유니시티코리아,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 등의 중견 외국계 업체들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웰빙테크를 비롯해 나눔의 사람들, 애터미, 알이에스디 등의 중견 국내 업체들의 성장 모멘텀도 올해를 관통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특히 눈여겨 볼 업체는 한국허벌라이프와 이코스웨이, 아이쓰리샵과 애터미 등이다. 한국허벌라이프와 이코스웨이는 지난해 오프라인 샵과 다단계판매의 결합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으며 아이쓰리샵은 지난해 신제품 런칭쇼 등을 통해 축적된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올해 아이쓰리샵 박람회 등을 계획하는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또 애터미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 다단계판매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밖에 올해 중국에 지사를 운영할 계획으로 있는 나눔의 사람들과 JU네트워크의 후신인 알이에스디도 지켜볼 만하다.

 

방판법 개정

오리무중(五里霧中)인 가운데 업계 반응은 ‘강 건너 불’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안의 개정은 올 한해에도 업계의 관심이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방판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김동철 의원과 박상돈 의원, 그리고 홍영표 의원안까지 모두 4개이다. 법률 개정 절차에 따르면 4개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합된 단일안으로 만들어져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문제는 과연 통합된 단일안이 만들어 지느냐 하는 것인데 사실 방판법 개정안의 가장 첨예한 대립 요소인 ‘다단계판매에 대한 정의’ 부분에 대해 특히 공정위와 박상돈 의원의 입장이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어 단일안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 된다. 이전 17대 국회에서도 공정위와 박상돈 의원의 합의 도출에 실패해 결국 회기를 넘겨 자동 폐기처리 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방판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에는 많은 진통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회기 내 처리에 실패, 또다시 자동 폐기되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

방판법이 어떤 식으로 개정 되든 다단계판매 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첨예한 대립 요소인 다단계판매에 대한 정의는 현재 다단계판매에 대한 유지냐 확장이냐에 대한 문제이기에 기존 다단계판매 업계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다단계판매 정의가 확장돼 소위 ‘신방판’으로 불리는 업체들이 대거 다단계판매로 편입되면 군소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동철 의원안의 판매원 자가소비 범위 및 7일간의 가입 유예기간과 박상돈 의원안의 공제조합의 공제 보증 기구화 등이 합의안에 포함돼 통과 된다면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7일간의 가입 유예기간은 신규 판매원의 유입을 상당 부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양 조합의 공제보증기구화는 예산 출연과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판법 개정에 대해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의외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는 업계에서 요구했었던 후원수당 규제와 판매가격 상한의 완화, 그리고 명칭 변경 등에 대해 어느 개정안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판매 가격 상한은 공정위가 지난해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 보호지침’을 개정하면서 강화된 면이 있다.

결국 업계 스스로는 방판법 제정 당시에 비해 상당 부분 정화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공정위 등 정부나 국회의원 등이 보기에는 여전히 ‘사고뭉치’인 산업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방판법 개정에 거는 업계의 기대치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차제에 다단계판매 업계도 관련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 업계의 실상과 논리를 설파할 수 있는 전문가의 육성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출범한 자율규제위원회가 얼마나 실질적인 황동을 벌이느냐에 따라 업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도 조금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규 업체 증가세 이어지고 통신상품 업체는 경쟁 치열

 

지난해 다단계판매 업계는 신규 진입 업체들의 증가세가 완연해졌다. 지난해 직접판매공제조합은 10개사와 신규로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4개사와 해지, 6개사가 순증 했으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11개사와 신규 계약을 하고 9개사와 해지해 2개사가 순증 했다. 양 조합을 합하면 신규로 공제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모두 21개사이며 공제 계약을 해지한 업체는 13개 업체로 도합 8개 업체가 늘어났다. 새해 들어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국직접판매협회가 최근 출범시킨 자율규제위원회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미등록 상태로 다단계판매 영업을 해오던 업체들이 압박을 느껴 일부는 다단계판매로 정식 등록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올해 신규 진입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신규 진입 업체가 대부분 통신상품 다단계판매 업체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09년에 통신상품 다단계판매 업체는 모두 8개사가 새로 가입, 순증 업체수와 같다. 이처럼 통신상품 취급업체가 격증한 데에는 자동 재구매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는 이점에 더해 이동통신 3사의 과열경쟁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신상품이 일반 물류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나쁘다는 점과 포화 상태에 다다른 통신 시장은 큰 약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다단계판매에서의 통신상품 매출은 지난해 8개 업체 늘어났음에도 불구 약보합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업체 사이에 치열한 경쟁과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 노출이 예견된다. 따라서 이들 통신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향후 수익성이 더 나은 다양한 상품의 접목과 함께 통신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물류 위주의 업체와 외국계 업체가 강세를 보일 조짐이다. 이미 직접판매공제조합에 신청을 한 모나비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출설이 나도는 웨이오라, 미국의 통신상품 다단계판매 업체인 ACN 등이 올해 국내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의 이동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업체들의 사전 영업이 문제점으로 불거지고 있어 이들이 공제계약을 체결하기까지에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직판조합에 공제계약을 신청한 모나비도 직판조합과의 원활한 계약체결을 위해 본사 임원들을 대거 급파,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봉룡 모나비코리아 대표가 사전영업을 엄단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사전영업과 관련한 구설수의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사전영업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이러한 분위기는 차후 국내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외국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다단계판매 업계에 대한 이미지 제고 및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업계, 특히 다단계판매의 본산인 미국계 업계의 국내 진출에는 필연적으로 다단계판매 사업자들의 이동이 뒤따른다. 이미 모나비 같은 경우 M사의 사업자들이 대거 이동한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A사의 다이아몬드급 여러 명을 비롯해 N사, T사 등 여러 업체들의 사업자들이 이동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특히 M사의 경우 사업자들의 대거 이동과 함께 최근 직원들의 불화설이 나돌아 2010년이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해가 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다단계판매 업계는 지난해 불어 닥친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건강식품군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화장품군이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은 건강식품과는 달리 일단 한번 시장에 안착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올해에는 뉴스킨코리아의 ‘에이지락’이 출시 전부터 사업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화장품을 주력으로 지난해 업계에 진입한 애터미의 기세도 만만찮다. 여기에 아이쓰리샵은 지난해 말 런칭한 한방화장품 ‘수윤보’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한국암웨이도 아티스트리 브랜드의 라인업 강화에 들어갔다. 반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통신상품은 점유율이 하락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