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화두는 신종 플루와 막걸리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저물어 간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모기지론 사태로 불어 닥친 금융 위기의 한파에 이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힘들었던 올 한해를 되짚어 보고 밝고 희망찬 내년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본지는 이에 올 한해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짚어보고 내년에 유행할 트렌드를 조망해 봤다.

올 한해를 달군 최강의 소비 키워드는 ‘신종플루’와 ‘막걸리’ 두 가지이다.

신종플루는 올해 가을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면서 유통업계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손세정제와 마스크 등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때 아닌 호황을 누린 것도 신종 플루 덕분이었으며 건강기능식품, 특히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도 신종 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손세정제류의 매출액은 2008년 88억원에서 올해엔 4배 가까이 증가한 330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실내공간의 위생과 청결을 위한 가전제품과 청소용품 등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집단감염을 피하기 위해 외부활동 대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녀가 늘어나, 영유아 대상의 놀이상품과 교육상품도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을 빚기도 해 옥션의 홈스쿨링 관련 제품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과학실험교구는 159%, 음악미술 교구는 40%, 유아동 전집은 162%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신종플루가 진정되더라도 위생관리에 대한 관심이 지속돼 예방 및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상품에 대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 했다.

막걸리가 키워드로 부상한 것은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약화와 웰빙 트렌드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0월까지 막걸리 내수 소비량은 15만 8309㎘로 전년동기대비 38.4% 증가한 반면, 위스키, 복분자주, 약주 등은 각각 35.1%,  21.3%, 19.9% 등 크게 하락했다 또한 ‘불황엔 소주’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올해엔 소주 소비량도 4.3% 감소했으며 맥주 소비량 역시 1.9% 감소했다.

막걸리 소비량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데는 불황으로 술값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술이라는 점과 술의 효능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식이섬유, 아미노산, 유산균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웰빙주로 인식된 점을 들 수 있다. 또 수요확산의 걸림돌이던 유통기한도 제조기술과 유통 시스템의 발달로 기존 10일이던것이 30일로 연장된 점도 작용했다. 고유의 맛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수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올 10월까지의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30.3% 증가한 42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올해를 풍미한 소비 키워드를 꼽자면 저가상품과 스마트폰, LED TV 등으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 제품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 1~11월 동안 전국 126개 점포를 이용한 2억1000만명 소비자들의 구매 상품군을 분석한 결과 ‘GIRL(Green consumer-녹색소비, Influenza effect-신종플루 특수, Rebirth-막걸리 등 명예회복 상품 열풍, Low price-저가상품)’을 올해의 주요 트렌드라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은 인기상품 키워드로 Super food(면역력 증강 건강식품), Uptown(홈웨어, 방문서비스), Green(환경보호), Anti-Age(젊음과 외모를 가꾸는 상품), Revival(전통상품 인기)의 앞 글자를 딴 ‘SUGAR’로 명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 10대 히트 상품’이라는 보고서에서 ▲잊혀져가던 가치의 재발견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인물에 환호 ▲시장돌파적 혁신 가치에 호응 ▲안심·안전 추구 등 4가지를 올해의 소비 키워드로, 10대 히트상품으로는 막걸리를 비롯해 ▲신종플루 대응상품 ▲김연아 ▲LED TV ▲스마트폰 ▲선덕여왕 ▲Girl 그룹 ▲도보체험관광 ▲보금자리주택 ▲ KT 쿡(QOOK) 등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올해 불황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 및 불확실성, 신종 전염병 확산 등으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던 한 해이면서 동시에 차세대 기술과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들이 등장해 소비의 동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연아’, ‘선덕여왕’, ‘Girl 그룹’ 등이 10대 히트상품에 오른 것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인물에 환호’라는 키워드를 붙이고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한계를 극복하고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기량과 예술성을 보유한 캐릭터에 열광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에 대해서는 실수를 해도 1등을 놓치지 않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선진국의 벽을 단신으로 돌파한 ‘김연아’를 보면서 불황으로 인해 억눌린 답답한 마음을 해소했다고 덧붙였다.

또 ‘LED TV’, ‘스마트폰’, ‘KT QOOK’ 등 국내기업의 혁신 기술 및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IT/전자 제품이 두각을 나타낸 것에 대해서는 ‘시장돌파적 혁신 가치에 호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경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은 기꺼이 구매하는 소비문화가 드러난 한해였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과 일본의 히트상품을 소개하고 그 특징을 일본의 경우 전반적으로 소비자의 저가·절약적 성향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대응한 상품들이 강세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프리우스(최하 205만엔), 인사이트(189만엔)등 하이브리드카가 덴쓰, 닛케이 트렌디 모두에서 히트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덴쓰는 국내 저가 패션, 보조금이 지급되는 에코카, 에너지 절약 가전,PB(Private Brand)상품, 와케아리 상품 등을 2009년 10大히트로 선정했다. 차세대 기술을 강조한 상품들이 인기를 끈 것은 미국시장도 동일했으며 IT/전자 분야에서도 스마트 기능, 고해상도, 고감성 인터페이스를 복합적으로 보유한 상품들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최고 히트 상품은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2’가 선정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7과 삼성 LED TV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한편 미국의 식품, 잡화 판매회사인 월그린의 수석 혁신 책임자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통산업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지출 감소로 인해 월마트와 같은 몇몇 할인매장을 제외하고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2009년의 미국 유통산업 트렌드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제품의 세분화 추세 강화 ▲ 친환경 제품 출시 활성화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 강화 ▲기능성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이동 ▲제품포장의 중요성 더욱 확대 ▲고객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 ▲대형유통업체의 자사 브랜드 비중 증가 등 7 가지를 꼽았다.

 

내년 우리경제는 ‘上高下低’

내년의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의 효과에 힘입어 5~6%의 성장을 보일 것이나 하반기 들어서 정부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내수 회복이나 고용 증대가 못따라가 2~3%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상반기는 6.0%, 하반기에는 2.9%, 연간 4.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반기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는 정부의 경기부양 및 재고조정 효과 등으로 인해 2009년 1/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내년도에는 경기부양효과가 축소되는 반면 이를 보완할 만큼의 내수가 회복되지 않아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중에 고점에 도달한 후 점차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구재소비 증가세 약화, 경기회복의 고용확대 미흡 등을 내수 회복이 부진하게 되는 이유로 꼽았다.

LG경제연구원은 ‘2010년 국내경제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10년 우리경제는 수요회복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상반기에는 5.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나 기저효과가 줄어드는 하반기에는 3%대에 머물러 연간 경제성장률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정부부문이 민간수요를 촉진하는 효과가 줄면서 내수회복의 힘도 약화되고 공공근로 축소로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상승세는 크게 둔화될 것이나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증대가 소비확대에 기여하고 설비투자도 2009년 크게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의 트렌드는 ‘SMILE’

내년에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의 충성도 높이기와 온라인 마켓의 확보, 그리고 M&A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는 지난 12월 9일 발표한 ‘2010년 소매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소매업 전체 매출은 올해의 180조 1000억 원보다 5.0% 증가한 189조 1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매출 신장률 예상치인 3.1%보다 높은 수치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소비 회복 등이 반영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는 인터넷쇼핑몰이 15.9%, 편의점이 14.0% 성장하고 백화점은 5.7%, 대형마트는 3.8% 정도 성장해 올해 예상 성장률보다 다소 하락 할 전망이다.

또 내년도 소매 유통업 키워드로는 ‘S.M.I.L.E’을 제시 했다. SMILE은 ▲Shopping mall(쇼핑몰) ▲M&A Acceleration(M&A 가속화) ▲Internet shopper(온라인 쇼핑 강화) ▲Loyalty marketing(충성 고객 마케팅) ▲Eco friendly consumer(친환경 소비) 등에서 앞 글자를 따왔다.

한편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년도 소비트렌드로 ▲Times for Korean chic(한국풍의 유행) ▲Into our neighborhood(떴다 우리 동네) ▲Good to be geeks(딴 짓의 즐거움) ▲End of taboos(금기의 종언) ▲Ready-made to Order-made(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Omni-U solutions(전지전능 솔루션) ▲Manner matters(매너 남녀) ▲It’s aqua(물의 르네상스) ▲Challenge your age(나이야 가라) ▲Style republic(스타일에 물들다) 등 10 가지를 제시하고 이 들의 앞 글자를 따 ‘TIGEROMICS’로 요약했다.

TIGEROMICS는 2010년이 호랑이해임을 감안해 호랑이(TIGER)와 경제학(ECONOMICS)를 합성한 말로 2010년에 대한민국 경제가 호랑이처럼 웅비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TIGEROMICS로 요약된 2010년의 소비 트렌드를 통해 2010년이 제3세대 한류가 시작되고 동네와 지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 생활문화의 다양성 공존, 경쟁 영역 간의 크로스 오버, 기술공개 등이 활발히 일어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TIGEROMICS에 따르면 내년의 소비문화는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 및 트렌드

내년의 세계 경제도 국내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LG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민간부문에 파급되고 중국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이 내수부양을 통해 고성장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BRICs 등 이머징마켓이 내년의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 등 민간부문의 회복지연으로 내년에 2.1%정도 성장을, EU는 내수 회복 지연 및 수출 환경 악화로 1% 내외의 성장을, 일본은 경기부양효과의 마무리로 성장세가 둔화 되겠지만 올 2분기와 3분기의 고성장이 가져온 기저효과로 1% 초반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은 경기부양의 효과로 9.8% 라는 고성장을 예상했으며 인도가 7% 등 중국 이외의 BRICs 국가들도 양호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의 인터넷쇼핑 업체인 카벨라스(Cabelas)는 내년의 세계 유통업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서 벗어남에 따라, 소매업체들이 현상 유지보다는 확장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벨라스는 예상대로 경기 회복이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파산한 소매업체들의 부동산과 시장점유율로 인해 살아남은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업체는 내년의 소매 업체 키워드로 ▲모바일 커머스 ▲인터넷 채널에 대한 투자 증가 ▲소매 업체들의 M&A ▲쇼핑몰의 재구성 ▲2차 브랜드 강화 ▲도매 브랜드의 소매 매장 확충 ▲틈새 전문 컨셉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 확대 ▲소매 매장의 도시 진출 가속 ▲공장 직판장 확대 등을 꼽았다.

미국의 트렌드워칭닷컴(trendwatching.com)은 ‘2010년의 10대 소비 트렌드’라는 게시물에서 내년에는 ▲Business as unusual(진기함) ▲urbany(도시문화) ▲real-time review(실시간 리뷰) ▲(F)luxury(사치) ▲Mass Mingling(온라인 등을 통한 폭 넓은 교제) ▲ECO-Easy(녹색 소비) ▲Tracking & Alerting(트래킹과 알러팅) ▲Embedded Generosity(관대함) ▲Profile Mining(프로필 만들기) ▲Maturialism(머추리얼리즘) 등을 소비트렌드로 제시했다.

또 미국의 소매 컨설턴트 마이클 베이커(Michael Baker)는 모바일 쇼핑의 성장(growth of mobile retail)과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의 확장(growth of cheaper designer labels), 틈새 및 전문 매장 성장(growth of niche and speciality stores), 공장 직판장 확대(growth of factory outlets) 등을 내년의 소매 시장 키워드로 선정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