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프랜차이즈 불공정 거래 감시 필요

지난 8일과 22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유통업계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또 다단계판매 업계와 관련해서는 최근의 방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과 바람직한 방판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으며, 더불어 미등록 다단계판매 업체의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 여전

이번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유통업 분야에 대해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온 부분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부분이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 임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거래선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지분 등을 요구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 임원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분취득 제한 등의 장치를 마련하고 형사적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에 그런 경우에 대해 신고된 적은 없다. 서면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히고, “지분취득 제한은 자칫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곤란하지만, 그 외의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백화점의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 수수료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백화점이 입점업체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이 2006년 27%, 2007년 27.6%, 2008년 28.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높은 판매수수료율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이런 높은 판매수수료율은 입점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그 부담이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며 “백화점의 적정한 판매수수료율 수준을 제시하고, 입점업체의 규모별 차등 적용 방안, 백화점들의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은 “납품업체가 홈쇼핑 업체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는 80%에 육박한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홈쇼핑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상품판매의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출액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여기에 8~9% 수준의 기본 수수료를 포함하면 60~8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납품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제품에 따라 1분당 30만원까지 이르는 보존수수료, 촬영용 세트 제작 비용, ARS 할인금액 및 게스트 출연료 등도 납품업체가 지불하도록 하고 있었다.

조 의원은 “이런 불공정한 관행이 공급 계약서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다. 또 계약서 내용은 홈쇼핑사는 일방적으로 변경, 취소가 가능하고, 납품업체는 변경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밝히고, “이런 비정상적인 수수료율과 비용 전가가 납품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장은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그런 내용을 확인하고, 대규모 소매업 고시 개정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SSM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SSM과 동네 소규모 점포들과의 경쟁에는 불공정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에 맞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SSM 실태조사를 보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공정위는 묵묵부답이다. 기본적인 조사도 되지 않은 상태인 것 아니냐”고 질책하고 “과거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할 때 지역단위로 시장경쟁을 분석한 바 있다. SSM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시장분석을 통해 경쟁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장은 “업태별, 상품별, 지역별 등 다양한 각도로 세분화된 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곧 1차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현대판 노예계약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불공정 거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지식경제부가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규모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가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정부가 프랜차이즈 육성책만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는 19.6%에 불과하다”며 가맹점주의 권익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가맹점당 평균 초기 투자비용은 1억2900만원으로, 평균 가맹계약 기간이 2.23년임을 감안하면, 매달 482만원의 순수익이 있어야 초기투자비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맹점의 평균 연 매출액은 2억5900만원이며, 이를 평균 가맹계약기간에 맞춰 월평균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2158만원으로, 영업이익을 30% 수준으로 볼 때 수익은 647만원이었다. 결국 가맹점주의 순수익은 165만원 수준으로, 2008년도 4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128만5848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공정위에 제출된 1721개 가맹본부의 평균 매출 현황은 연간 951억원, 영업이익 30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이었다. 억대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가맹점주가 돼도 이득은 많지 않고, 가맹본부만 높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은 또 “1721개 가맹본부 중에 직영점을 하나도 운영하지 않는 업체가 1113개(64.7%)나 된다”며 “정보공개서가 실증자료가 부실하거나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아 아직까지는 가맹희망자에게 적절한 판단자료가 되지 못하는 실정에서 직영점 운영 경험이 없는 업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2개 이상 직영점을 운영한 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유명무실한 정보공개서와 불공정한 가맹계약서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보공개서에 허위를 기재하거나 중요사항 변경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가맹희망자가 정보공개서를 받은 후 14일의 검토시간을 갖고 계약을 결정하도록 되어있으나,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위반사항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66.0%였으며, 아예 정보공개서 제공도 하지 않고 가맹사업을 한 경우도 27.2%에 달했다”라고 밝히고, “그러나 공정위는 미등록 가맹본부를 적발하고도 과징금 부과나 고발조치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10월의 가맹분야 법위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20개 업체 중 18개 업체가 불공정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며 “현대판 노예계약에 다름 아닌 이런 불공정 계약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 간에 불공정 계약이 만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이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비밀유지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사실상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공개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가맹점들은 지역, 장소에 상관없는 가맹점 중복개설에도 항변할 수 없으며, 그 외에도 본사 강요에 의한 가맹점 준비, 제한적인 반품, 과도한 로열티 등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특정 업체가 우월적 시장지배자의 지위를 악용해 가맹점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제과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 제빵 관련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는 한 업체는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기자재와 재료를 비싸게 파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 업체는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원자재가 내려도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며 가맹점과 소비자들로부터 이득을 취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다. 세밀하게 조사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미등록 다단계판매 대응책 마련해야

방판법 개정안의 위탁과 중개 구분 삭제 논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이번 방판법 개정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이 내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상태로 국회에 제출된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정책국장이 직위해제됐다”며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분명 사무처장과 부위원장 등 상급 간부들이 결재를 했음에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성구 전 국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급 간부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위의 과오가 컸다는 점은 인정한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도 아니고 모법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 점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십장에 달하는 문서를 여러 건이나 검토해야 하는 간부들로서는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살피고 점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절차상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방판법 개정안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방판법 개정안의 핵심은 ‘다단계판매 정의’ 부분에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신방판 업체들을 규제하기 위해 ‘다단계판매 정의’의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공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방판법상 ‘다단계판매 정의’에 대해 순수한 형태의 방문판매를 제외하고 판매원 가입이 단계적,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모두 직접판매로 포섭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공제조합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성헌 의원의 주장에 이어 다시 한 번 공정위의 고위직 출신 인사가 공제조합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공성진 의원은 “공정위 특수거래과 인원 8명으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 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공제조합에 공익적 기능을 부가해 불법 다단계판매에 대한 자율적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우선돼야하나 공제조합 간부들이 공정위 고위직 출신이다 보니 공제조합에 대한 감사기능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 공제조합에 공적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때문에 공제조합 이외에 보험계약이나 금융기관과의 채무지급보증계약을 활성화시켜 상호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 및 서비스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미등록 불법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각종 사회 폐단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다단계업체 위주로 관리를 하고 있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등록 다단계판매 업체 규모를 추정이라도 해 달라는 이 의원실의 요구에 공정위는 ‘음성적으로 다단계영업활동을 영위하는 불법 사업자가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만 추정되고 있을 뿐 실상을 파악하기는 불가능’, ‘제보와 상담을 통해 산발적으로 피해사례를 인지하는 수준이며, 사업자 소재지 등의 정보가 확보된 경우에 한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미등록 다단계판매 업체들과 방문판매로 신고하고 다단계판매 영업을 하는 변칙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지난해 10건과 올해 8월까지 6건에 걸쳐 민원 및 제보를 통한 사업자 소재지 등의 정보가 확보된 경우에만 조사를 실시했다”며 합법적인 업체보다 미등록 불법 업체가 더 많은 실정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공정위가 2008년말 기준 상조회사 281개, 상조 회원수 260만명으로 추정될 만큼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상조업에 대해서도 불법 상조업체 규모 및 소비자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안이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도 상조업과 관련해 상조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피해 양산을 우려하며 “공정위가 제출한 최근 5년간 상조회사 조사 현황 및 처리결과를 보면 법 위반 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조치가 2008년 77.2%에서 2009년 43.7%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피해예방 대책을 강구한다고 하나 별반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무소속 신건 의원은 상조업과 관련해 “최근 자산규모 6조원에 이르는 교원공제회나 대우조선해양에서 상조업에 진출하고, 롯데 손해보험에서도 상조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들 대기업으로 소비자들이 몰려 영세업체들이 파산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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