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성 강화 위해 필요 VS 재원마련 등 현실적 문제 많아

      

 

 

 

 

 

   

다단계판매 업계의 출자금과 담보금으로 운영되는 소비자 피해보상기구로 시작된 공제조합은 현재 기본 역할인 소비자 피해 보상은 물론, 소비자피해예방 활동까지 하고 있다. 명칭만으로 볼 때는 조합원들의 상호부조를 위한 형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익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기구이다.

이에 따라 그간 공제조합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명칭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가운데 최근 박상돈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공제조합의 명칭을 공제보증기구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제조합의 사전 정의…조합원들의 상호부조 단체

박상돈 의원 개정안에서 공제조합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현재의 공제조합을 공제보증기구로 명칭을 변경하도록 하는 한편, 사업 영역에 있어서도 단순히 공제사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피해예방을 위한 출판 및 교육사업과 그밖에 정관으로 정하는 사업을 추가해 기타 공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공제보증기구의 기본재산에 대해서는 현행법에서 ‘가입한 자의 출자금 등으로 조성’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규정했으며, 예산 출연, 혹은 보조 시 기본재산 운영에 관해 공정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더불어 공정위에서 공제보증기구의 운영 및 업무집행에 있어서 법령·정관뿐만 아니라 내부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도 시정을 명할 수 있으며, 임직원에 대한 징계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의 감시도 더욱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서 “사업자단체의 성격이 강한 공제조합의 명칭을 공제보증기구로 변경하며, 이사회의 구성 및 권한과 이사장의 선임 등에 관하여 정관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근거를 신설함으로써 공제보증기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제조합을 공제보증기구로 명칭과 법적 지위를 변경함으로써 공익기구화하는 한편, 동시에 정부의 관리·감독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박 의원의 개정안 이전에도 수차례 제기되어 온 의견이다. 이와 같은 주장들은 기본적으로 현재 ‘공제조합’이라는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공제조합이라는 용어의 사전적인 개념은 조합원이 상부상조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만든 상호부조 단체를 의미한다. 조합원들이 미리 일정액의 기금을 적립했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적립금에서 일정액의 금액을 급여하여 사고로 인한 곤란을 덜어주는 조직이다. 결국 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단체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판법상의 공제조합은 이러한 공제조합의 기본 개념과는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조합사들의 출자금과 담보금을 통해 기본재산이 형성된다는 점은 공제조합의 형태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기금의 사용 용도가 조합사들이 갑작스러운 피해를 입었을 때 그것을 돕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합사가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을 경우 그 업체에 가입된 회원들이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데에 쓰인다. 공제조합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조합사가 아닌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방문판매법상의 공제조합은 일반적인 공제조합과는 성격이 다르므로 ‘공제조합’이라는 명칭 자체를 변경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부의 시각에서도, 기본 성격 규정에 있어서도 자칫 다단계판매업체들의 사적인 조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명칭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익기구화로 공익적 기능 강화될 것

만일 방판법상의 공제조합의 명칭이 공제보증기구로 변경된다면, 주요 업무도 소비자 피해 보상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공익 활동으로 늘어날 가망성이 높다.

현행 방판법상 공제조합의 지위는 소비자피해예방을 위한 보상보험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사업영역도 공제사업에 관해서만 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공제보증기구로 명칭이 변경될 경우에는 법적 지위 자체가 ‘보상보험 중 하나’에서 벗어나 ‘다단계판매업계의 건전화를 위한 공익 기구’로 자연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으며, 사업영역 또한 공제사업은 물론, 박상돈 의원의 개정안에 ‘소비자피해예방을 위한 출판 및 교육사업’, ‘그 외에 정관으로 정해진 사업’이 추가된 것과 같이 여러 가지 공익사업이 추가로 명시되거나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공익사업을 기획,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공제조합의 법적 지위가 공익기구로 변화될 경우 가능한 사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소비자피해예방 활동의 폭이 현재보다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현재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광고 등 홍보활동을 통해 공제조합의 역할과 활용방법에 대해 알리고 있다. 이는 공제조합의 기본적인 사업 영역인 공제사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제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불법 업체를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한다.

또한 판매된 물품에 대해 공제번호 통지서를 발행하기 위해 조합사들의 모든 매출사항을 전산을 통해 보고받고, 동시에 매출실사도 병행함으로써 업체들의 매출 누락을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양 조합은 소비자 상담 내역을 토대로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불법 업체의 영업이 감지될 경우 경보발령을 내리는 등의 방식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상당부분 예방하고 있으며, 기타 소비자피해예방을 위한 홍보활동도 하고 있다.

조합의 이런 소비자피해예방 활동 및 기능은 사실상 기본 업무인 공제사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기능이거나 소극적인 활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공제조합의 법적 지위 상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공제조합이 공익기구화 된다면 업계의 건전화를 책임지는 공적 기구로서 소비자 예방을 위한 출판 및 교육 사업, 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공정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본격적인 불법업체 감시센터 운영, 만약 전문판매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는 다단계판매원 교육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미지 제고 등 업계 발전을 위한 활동도 다양해질 수 있다.

업계에 대한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공익기구로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계의 건전화를 홍보하거나, 정기적인 세미나나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업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연구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양 조합에서는 업계와 관련된 세미나 등에서 주제발표를 하거나 조합사들과 함께 업계 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세미나의 경우 패널 중 일부로 참여하는 수준이며, 워크숍도 조합사나 한국직접판매협회 회원사들만이 참여하는 단순한 내부 행사로 끝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제조합이 공익기구화 된다면 그 공익기구가 주체가 되고, 업계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런 활동들이 진행될 수 있다.

재원 마련 어려워…역할 변화도 크게 없을 것

이런 많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공제조합의 공익기구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익기구 전환을 위해 현실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벽이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구조상 사업영역 또한 현재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공제조합이 공익기구화 될 경우 현재 2개로 운영되고 있는 조합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현재 공제조합의 기본재산을 형성하고 있는 조합사들의 출자금과 담보금은 각각의 조합사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조합의 형태에서는 각 조합사들이 출자금과 담보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권리는 갖고 있다. 만약 조합사가 조합을 탈퇴할 될 경우 그 돈은 모두 조합사에게로 돌아간다. 그러나 공익기구에서는 그 기구의 재산은 모두 공익적인 목적으로 묶여 출자금에 대한 각 업체들의 권리가 사라진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인 우리나라에서 엄연히 기업의 사유재산인 출자금을 강제적으로 공익 기금화 할 수는 없다.

현재 공제조합의 재산이 모두 조합사들에게로 돌아갈 경우 새로운 공익기구의 재원은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법 말고는 사실상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각 조합별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출자금 수준의 기본재산을 100% 정부 예산으로 마련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기본재산을 형성하고 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현재의 기본재산을 그대로 가져가고, 조합사들의 그에 대한 권리는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공익기구화 될 경우 정기 감사를 통해 정부로부터 업무 전반을 관리 받는 것은 물론, 인사권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공제조합과 관련한 대부분의 의사가 결정되고 있는 조합사 이사회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거나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은 1원 한 푼 지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공제조합의 업무에 대한 감찰, 관리만 한다면 조합뿐만 아니라 조합사들의 반발도 클 것으로 보인다. 설사 일정 금액 예산으로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기본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상태에서 관리감독권만 행사한다면 결국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공제조합의 명칭이 변경되고, 사업 영역이 확대된다고 해도, 근본 설립 취지에 따라 공익기구의 주요 업무는 여전히 ‘소비자 피해 보상’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다단계판매뿐만 아니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기구를 만들고 예산을 지원해야한다는 논리와 부딪치게 된다.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사실상 소비자원 피해 상담 건수나 조합의 보상실적을 들어 소비자 피해 사례가 타 유통채널보다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다단계판매 업계에게나, 정부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현 공제조합의 사업 영역에서 크게 변화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법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장 감시 기능에 있어서도 현재보다 크게 나아질 것이 없다고 본다.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고, 징계를 내릴 수도 없는데 어떻게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제지할 수 있겠나. 기껏해야 불법업체 감시 센터를 운영하고 여기로 신고가 접수된 업체들을 확인해서 문제가 있는 경우 공정위에 이첩하는 수준이다. 현재도 상담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불법 업체로 의심되는 업체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일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소비자피해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에 있어서도 예산과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지 않는 한 홍보 범위에 있어서도 더 나아질 것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국직접판매협회에서 진행 중인 자율규제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되면 소비자피해예방이나 시장 감시 활동에 있어서 업무가 중첩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방판법 상에 ‘특수판매에서의 공정거래질서 확립 및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를 만들 수 있고, 거기에 필요한 경우 예산지원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어 이에 따라 자율규제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공제조합을 공익기구화해서 예산까지 지원하며 비슷한 업무를 하도록 한다는 것은 업무 효율성에 있어서나 명분론에 있어서나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지난 4월 8일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 진행한 '직접판매 업계 발전을 위한 CEO 워크숍'

지난 3월 13일 있었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정기총회

 

 

 

 

 

 

   

 

근본적 취지 고려…장기적 관점에서 논의 있어야

이런 문제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현재의 공제조합을 공제보증기구 등 공익기구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명칭 문제나 법적 지위 문제에 있어서 변화는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문대학교 법과대학 김홍석 교수는 “공제조합의 설립 취지는 분명 ‘소비자 예방 기구’다. 또 방판법 상에는 정부에서 공제조합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공제조합이 이미 공익적인 단체, 또는 기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공제조합에 예산을 투입한다면 공제조합의 공익기구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부 예산으로 모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어느 정도라도 예산을 지원해서 공익기구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공제조합이 공익기구화 된다면 정부로부터 정기 감사를 받는 등 제약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합은 사실상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그런 큰일을 맡고 있는 만틈 어느 정도 정부의 관리와 감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제조합은 방판법상의 피해보상 보험 중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식이다. 보상 실적이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공제조합 무용론을 펴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소비자 피해가 줄어든 것도 공제조합의 피해 예방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공제조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이러한 공제조합의 역할과 성격에 맞는 명칭과 법적 지위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두 조합을 공제기구화하기 위해 하나로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업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두 조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두 조합이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지 여부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방판법 상의 공제조합은 그간 다단계판매 업계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또한 앞으로 업계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명칭과 활동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더 큰 발전을 위해 공제조합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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