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속의 요정


 

1950년대 말. 아이는 벽 속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 없이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살던 아이는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게 되고 요정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이는 소녀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면서 ‘벽속의 요정’과 둘도 없는 친구로 성장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워져야만 했던 아버지의 삶과 고난을 이기고 삶을 이끌어 온 어머니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무대 위에 감동을 펼쳐줄 ‘벽속의 요정’이 올해에는 9월 19~27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원작을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 각색한 작품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와 흡인력 있는 내용 전개로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고 감동적인 연극’의 진수를 선보이며 2005년 첫 공연 이래 어린 아이부터 부모님 세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마지막엔 웃음과 눈물 가득한 감동을 안고 떠날 수 있는 이 시대의 보기드문 명작으로 손꼽히며 가족, 연인,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기에 가장 좋은 작품으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벽속의 요정’은 배우 김성녀가 30년 연기 인생에 첫 번째로 선보인 뮤지컬 모노드라마로 2005년 6월 공연되어 전회 기립박수의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와 호평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50여 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김성녀가 1인 32역을 소화하며 명연기를 선보인 이 작품은 2005년 예술계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 및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선정을 비롯하여, 2006년 재공연은 월간 ‘한국연극’ 2006 공연 베스트 7로 선정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일본연출가협회 초청으로 원작자의 나라인 일본에서 상연하며 일본관객으로부터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명작에는 국경을 초월한 감동이 있다’는 보편적 진리를 입증했다. 당초 번안을 반대했던 원작자는 한국 공연을 보고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라며 극찬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인공 김성녀와 연출자 손진책이 부부 사이이기 때문이다. 5살 때부터 무대에 서면서 가을과 겨울이면 어김없이 감동의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김성녀는 연극과 뮤지컬, 악극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해 출연해 재능을 펼친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3회 수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2회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은 그녀의 실력을 그대로 증명한다.

극단미추의 대표 겸 예술 감독인 손진책은 고전극이든 현대극이든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로 유명하다. 그 역시 1976년 ‘한네의 승천’으로 대한민국연극상 신인 연극상 수상, ‘지킴이’, ‘오장군의 발톱’, ‘남사당의 하늘’ 등의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허규예술상 등 부인 못지 않은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며, 우리나라의 대표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배우와 연출가가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에 ‘벽속의 요정’이 몇 년간 명품연극으로 불리며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고루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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