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승인 조건으로 점포매각명령을 내렸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점포매각 대신 가격을 제한하는 수준으로 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와 같은 결정은 신세계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와 지난해 공정위에서 결정한 홈플러스와 홈에버의 기업결합 조건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5월 신세계는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하며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해 9월 독점 및 경쟁제한성의 폐해가 예상된다며 월마트 매장 4∼5개를 6개월 안에 매각할 것을 명령하며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더불어 양도 대상도 업계(대형마트) 매출액 기준 상위 3사는 제외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측은 이러한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지난해 9월 3일 대구시지·경산지역을 제외한 다른 점포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고, 대구시지·경산 지점도 업계 상위 3사에게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이 신세계측의 손을 들어준 직후인 같은 달 17일에는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와 비슷한 사례였던 홈플러스와 홈에버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가 점포매각 없는 승인 결정을 내렸다.

대신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 5개 점포에 대해, 지역별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한 ‘로컬프라이싱(Local pricing) 상품’을 전국 홈에버-홈플러스 매장의 평균가격 수준 이하로 팔고, 최저가격보상제를 시행하여 전 품목에 대해 해당 점포에서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인근 홈에버-홈플러스 매장의 가격보다 높다고 신고할 경우 고객에게 그 차액의 2배를 보상하도록 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유사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건에 비해 현격히 완화된 조건으로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를 승인했다며, 신세계의 행정소송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초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건에 대한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해 승복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혀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조건이 홈플러스-홈에버 간 기업결합과 같은 조건으로 수정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업계의 관측대로 이번에 공정위에서 수정 처분을 내림에 따라 신세계는 대구시지·경산 지점도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됐다. 대신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와 같은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제한(전국 평균 수준 이하) 및 최저가격보상제만 도입하면 된다.

공정위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홈플러스와 홈에버의 기업결합 심사 당시 정밀한 분석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제한성을 판단했던 것을 유사한 사례인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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