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미성년 자녀 증여용으로 가입 늘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취급하는 5개 은행 영업점들은 연일 가입을 위해 밀려드는 고객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5월 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은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고 민간ㆍ공공 아파트에 모두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3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이미 100만좌를 돌파하고 더 많은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일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미 50만좌를 넘어서 3파전 양상을 띄고 있다.

이처럼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주택 매수 시점에 맞춰 모든 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만능청약통장’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일반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추락한 저금리 시대에 2년 이상은 4.5%의 금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기에 미성년 자녀들의 증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1순위자,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탈 경우 기존 가입기간과 가입액은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갈아타기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새 통장에 가입한 뒤 1순위가 되려면 다시 2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청약통장은 일정액을 납부한 지 2년이 지나면 1순위, 1~2년이면 2순위, 6개월 이상이면 3순위 자격이 부여된다. 또한 주택 청약 시 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른 가산점이 있기 때문에 가입기간이 장기라면 기존 통장을 바꿀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2~3년이면 가점이 4점에 불과하지만 6~7년이면 8점, 15년 이상이면 17점을 받을 수 있다. 1년마다 1점씩 더 받게 돼 있다. 가점제 청약에선 무주택기간이 길거나 부양가족 수가 많거나 청약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주택(85㎡) 이하 규모 청약은 가점제가 75%, 추첨제가 25%다. 국민주택 이상 규모는 가점제와 추첨제가 절반씩이다.

따라서 기존 청약통장이 1순위인 데다 장기간 보유했거나 내 집 마련이 급한 경우라면 굳이 새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2년 내 청약통장을 이용해 집을 장만할 계획이 없다면 다양한 혜택이 있는 만능청약통장으로 바꿔야 할지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집을 장만할 일이 없거나 기존 청약통장이 2ㆍ3순위일 경우에는 다양한 혜택이 있는 만능청약통장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기존 청약통장이 소형 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일 경우에도 만능청약통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을 한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300만원 한도의 청약부금 등에 가입해 국민주택 이하 규모에만 청약할 수 있었던 고객이 대형 평수 주택에 청약하려면 이참에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능청약통장 인기로 2년 뒤 청약 과열 현상이 빚어질 경우 청약통장의 희소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높아져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여 수단으로도 각광
만능청약통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집이 있거나 만 20세 미만이더라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청약통장은 미성년자는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 자녀들을 둔 부모들 관심이 높다. 실제 일선 지점 창구에서는 중ㆍ고등 학생은 물론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입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아들 명의로 만능청약통장에 가입했다는 주부 이 모씨는 "자녀들이 20세 이상이 되면 이 통장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집을 장만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들이 자녀 명의의 만능청약통장을 개설해주는 이유는 사실상 ‘증여’의 수단으로 이 상품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15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향후 자녀들 내 집 마련 시 필요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증여 수단으로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가 만 20세가 되면 1순위로 청약이 가능해져 자녀들의 집 장만을 더욱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금리 시대라는 특성상 금리도 매력적인 수준이다. 2년 이상은 4.5%의 금리가 제공된다. 일반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재테크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은행관계자들은 “만능청약통장은 원금손실 위험 없이 일반 예ㆍ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적금 대신 가입하려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초과 규모 당첨 때는 감면세액 추징
기획재정부는 최근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청약하는 때에만 만능청약통장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만능통장은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이 통합되는 통장이지만 소득공제 혜택은 기존 청약저축 가입 대상자(세대주)만 받을 수 있다.

재정부는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 만능통장 가입자 중 현행 소득 공제 대상인 ‘청약저축’과 동일한 요건을 구비한 사람에 대해서만 기존 수준과 같은 소득공제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청약저축 소득공제 대상은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청약하는 경우 연간 불입금액의 40%(한도 48만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청약저축은 월 10만원까지 납부 가능하다.

반면 만능청약통장은 월 50만원까지 가능하고 청약 가능한 주택 규모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 소득 공제 금액을 기존 청약 저축 수준으로 맞췄다.

하지만 만능청약통장 가입자라도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에 해당하는 국민주택 규모 초과 주택에 당첨되는 경우 기존의 감면세액을 추징한다.

정부는 올해 불입금액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때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가입 신청 때 은행에 무주택 세대주임을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해당통장에 ‘소득공제 대상’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이미 가입한 경우 연말까지 관련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연말에 발표하려고 했는데 만능청약통장 상품이 너무 많이 팔린데다 마치 모두 소득공제가 되는 것처럼 혼란이 발생해 소득공제 대상을 조기에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6일 이후 가입자들은 가입 신청시 소득공제용 통장이 따로 발급이 되지만 이미 그 전에 가입한 사람은 은행에 가서 소득공제용 통장을 별도로 발급받아야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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