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엄마의 처절한 사투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扮). 아들, 도준은 그녀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해로 스물여덟인 도준(원빈 扮)은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어수룩하기만 하며, 늘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엄마는 어수룩한 아들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도준도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때문에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엄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도준의 혐의는 점점 굳어져가고, 그럴수록 엄마는 절박해져만 간다.

‘괴물’로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이 영화 ‘마더’로 돌아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한 소재를 세계로 확장시켜나갔던 전작들과는 반대로 모든 것을 한 점으로 집중하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헌신적이고, 그러면서도 또한 강한 어머니의 이미지. 감독이 생각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감독은 이 이미지들을 최대한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한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벌이는 헌신적이고도 강렬한 사투. 살인죄를 뒤집어 쓴 아들을 향한 엄마의 애정은 인자한 어머니의 벽을 넘어 오로지 아들을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극한까지 치닫는다.

때문에 감독은 엄마의 역할을 맡을 배우로 국민 어머니 김혜자를 선택했다. 20여년 출연했던 ‘전원일기’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에서 가장 한국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주며 국민 어머니로 자리매김한 그녀이기에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때문에 더욱 강하고 치열한 어머니의 인상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감독은 이런 어머니가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 유일한 이유, 아들 역으로 여전히 소년 같은 느낌을 주는 외모를 자랑하는 원빈을 내세웠다. 그는 어딘지 유약해 보이는 특유의 이미지에 나잇값 못하는 ‘도준’의 어수룩함까지 살려내며 반드시 어머니가 지켜줘야 할 아들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만큼이나 자연스럽고 확실한 디테일에 신경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엄마 혜자를 비롯해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배우의 이름과 똑같거나 거의 흡사한 이름으로 설정하고, 연기력은 검증됐으나 대중매체에서 본 적 없는 연극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극의 리얼리티와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또한 촬영지 선택에 있어서도 ‘어디에나 있는 듯하지만 특정 지역 색을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여러 장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은 극한으로 향하는 엄마의 이미지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고, 인자함과 강함의 이질적인 느낌 안에서 ‘어머니’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간 ‘살인의 추억’, ‘괴물’ 등에서 장르적 특성은 살리면서도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내며 한 평론가로부터 ‘충무로에서 가장 대중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봉준호 감독.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어머니의 이야기, ‘마더’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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