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15,000원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 드림팀이 있었다.

투자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교수 두 명,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 일류대학을 나오고 경제학을 공부한 수재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한 마디로 금융 이론과 실무가 완벽하게 결합된, 꿈처럼 완벽한 ‘드림팀’이었다.

명성에 걸맞게 그들은 매년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모든 투자기록을 갱신했다. 2년 만에 5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4년 만에 400%라는 천문학적인 기록을 갱신해 나갔다. JP모건, 리만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등 월가 유수의 은행들이 앞 다투어 그들에게 투자했다. 외국 유명 은행들마저 그들과 함께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러나 성장만큼이나 몰락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진행되자 그들은 한 달 만에 1조 달러가 넘는 자본금과 함께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들과 함께했던 월가와 유럽 주요 은행들마저 엄청난 위험에 연쇄적으로 직면하게 됐다.

‘LTCM’-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세계인은 물론 자국인 미국인의 99%가 이름도 모르고 있던 이 소규모 투자회사 때문에 바야흐로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워렌버핏, 조지 소로스 등 거물 투자자들과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미국연방준비은행까지 나서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만 했다.

LTCM의 성장과 몰락은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금융사건이자 핫 이슈다.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천재들의 실패』는 이 놀라운 펀드회사의 눈부신 성장과 끝없는 탐욕, 위기와 몰락의 역사를 실감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명저다. 이 책은 당시 그 현장에 참여한 유명 금융인들, 피터 번스타인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들, 월가 은행들, 미국 연방준비은행까지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저자의 역량 덕에 만들어졌다.

이 책에는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현대 금융경제이론과 투자기법, 전 세계 자본시장을 좌우하는 월가 금융기관들의 역학 관계와 치열한 암투, 앨런 그린스펀과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주요 은행들의 CEO 등 다양한 인간 개성이 집약돼 있다.

자고로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각인되기 마련이다. 잘못된 투자가 얼마나 뼈아픈 결말을 맺는지를 충격적인 실례로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렇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식의 메시지보다 중요한‘이렇게 하면 아무리 천재라 해도 큰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교훈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더불어 현대 금융 시스템과 이론, 투자기법, 투자가들의 의사결정 과정과 심리상태 등 현대 금융계의 중요 요소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천재들의 실패』는 다음 아고라 논객에서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경제와 금융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히지만 금융시장의 역사와 현재, 미래까지 펼쳐 보이는 탄탄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심리학과 과학사이를 오가는 투자의 묘미, 주식·채권·파생상품이 결합하고 무분별한 거래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위험, 수학적인 시장분석의 치명적 오류 등 증권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 한 권의 책에서 생생하게 설명되고 있다.

이제 경제, 금융, 투자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관심 있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IMF를 겪은 후 우리 국민들은 세계 경제의 유기성을 처음으로 체험했고 환율과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10년 후, 경기 호황을 누리며 1가구 3펀드 시대를 맞아 너나없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미국 발 경기 침체로 인해 엄청난 영향을 받고 실물 경제의 급속한 하락까지 겪으며 다시금 투자방향을 전환하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상황에 이르렀다.『 천재들의 실패』는 이 모든 주기를 몸소 겪어왔고, 앞으로도 급변하는 금융·경제·투자를 살아나가야 할 우리가 꼭 읽고 되새겨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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