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로서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산업화가 빚어낸 물질적 성공에 모든 가치를 두는 세태를 비판했던 아서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밀러의 그러한 예리한 시선이 제대로 살아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소시민과 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와 미국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퓰리처상, 연극 비평가상, 앙투아네트 페리 상 등 3대 상을 휩쓴 최초의 작품으로, 또한 1945년 발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공연되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36년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 이제는 늙어서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그에게는 이해심 많고 사려 깊은 아내 린다와 두 아들 비프, 해피가 있다.

윌리는 대인관계의 매력이 사업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하고, 그 신념으로 자신과 아들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강요해왔다. 둘째 아들 해피는 건달로 지내면서도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첫째 비프는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출장 중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된 뒤부터 아버지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비프. 그는 학생 때부터 생겼던 도벽으로 점점 더 불량하게 변하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자신이 희생된 것이라며 윌리를 원망해 가출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밖으로 나돌던 비프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식구들은 새롭게 출발하려고 마음먹고, 서로를 격려하며 꿈에 부푼다. 그러나 외판 업무를 그만두고 정식 사원 자리를 부탁하러 간 윌리는 36년간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당하고, 돈을 빌려 운동구점을 차릴 꿈에 부풀어있던 비프도 꿈을 이루지 못한다.

비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윌리는 파멸의 원인이 모두 자기의 잘못된 신념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결국 비프에게 생명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자동차를 폭주하여 자살하고 만다.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가장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또한 이들의 성(姓)인 로먼(Loman=low man 하층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평생 일만 하다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소시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40년대 미국이 배경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 우리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오로지 경제적 안정만을 바라보며 일에 매달린 아버지, 바쁘다는 이유로 얼굴도 마주하기 힘든 가족, 그리고 그 사이 늘어나는 오해, 그리고 단절.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훼손되어 가는 인간, 그리고 관계와 소통의 가치를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고, 잃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도와준다.

이 작품은 리얼하다. 현실의 비참함, 잔인함, 그리고 냉정함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마지막은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극이 끝날 즈음이면 눈물을 훔친다. 참으로 혹독하고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이 작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상에 묻혀 잊고 살아가는 것, 진정 중요한 것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아무렇든 그 힘겨운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온 이들에게 무겁고, 조용한 위로를 전한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오는 4월 2일부터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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