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VS 닉슨

 

1972년 6월.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 당초 닉슨은 이 도청사건은 백악관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진상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통령보좌관 등이 관계하고 있었으며, 대통령 자신도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결국 1974년 닉슨은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워터게이트 사건이 벌어지고, 닉슨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를 다루고 있다.

결국 사임을 하긴 했지만 닉슨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았다. 이때 닉슨의 사임 장면 생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본 한물 간 토크쇼 MC 프로스트는 닉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할 계획을 세운다. 닉슨의 감춰진 진실을 이끌어내 재기의 발판을 삼을 심산이었던 것. 그러나 반대로 닉슨은 정치인 인터뷰 경험이 전무한 프로스트를 제압해 다시 정치계로 돌아갈 목적으로 프로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드디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시작된 4일간의 인터뷰. 프로스트는 강력한 질문으로 닉슨을 몰아붙이려 하지만, 노련한 닉슨은 대담하고 치밀한 말솜씨로 프로스트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모두들 닉슨의 승리를 확신한다. 닉슨의 선방에 당하고만 있던 프로스트는 인터뷰 마지막 날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모든 것을 거는데……. 과연 프로스트는 노련한 닉슨을 상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영화는 후에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브로드웨이 무대에까지 오른 이 사건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긴다. 원작인 연극의 희곡을 썼던 피터 모건이 직접 각색에 나섰고,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프랭크 랑겔라(닉슨 역)와 마이클 쉰(프로스트 역)이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프랭크 랑겔라는‘닉슨의 영혼까지 연기한 대 배우’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 연극으로 토니상까지 받은 바 있어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가 높다. 또한 23일 있을 예정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긴장감에 있다. 방송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두 명의 프로가 한 사람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한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건 대결을 펼친다. 초반에 노련한 닉슨의 역공으로 프로스트는 고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절실함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의감으로 그 역시 서서히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주로 인터뷰로 그려져 자칫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아폴로13’으로 미국감독조합 감독상을,‘ 뷰티풀 마인드’로 미국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명감독 론 하워드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실제같은 긴장감을 극에 불어넣는다. 이에 팽팽하게 서로를 노려보는 창과 방패의 대결을 보며 관객들은 둘 중 누가, 어떻게 승부를 결정지을지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실제 미국 방송 사상 뉴스로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클로즈업 한 컷으로 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진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오는 3월 5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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