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금·채권은 선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과 부동산 관련 시장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테크시장의 한 축을 형성해온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주식 직접투자 등 주식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극도로 부진했다. 또 다른 축인 부동산시장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재테크시장이 기진맥진하자 안전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과 채권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예금 가입자도 쏠쏠한 재미를 본 점이 눈길을 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작년 한 해 금융위기로 월급을 쪼개 냈던 펀드가 반 토막 나는 등 서민들의 호주머니까지 털렸다”면서 양대 재테크 시장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올해 하반기나 돼야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형펀드‘반 토막’원조…63조 날려

국내외 증시 폭락의 여파로 수익률이 급락해 자산‘반 토막’의 원조가 됐다. 작년 한 해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국내 28조7000억원, 해외 34조6000억원 등 총 63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수익률 하락에 따른 것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설정기간 1개월,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684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1년간 유형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38.50%, 해외주식형펀드 767개는 마이너스 53.21%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말 현재 마이너스 53%와 마이너스 62%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회복한 것이지만 연간 펀드수익률로는 전례 없을 정도로 부진한 것이다.

직접 주식투자도‘참담’

 

지난해 숨 가쁜 상승행진을 벌였던 코스피지수는 연초부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신용위기의 여파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식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말 1,897.13에서 작년 말 1,124.47로 마감해 무려 40.7%나 하락했다. 지난 5월 한때 1,901.13까지 회복하기도 했으나 이후 급락세로 돌변해 한때 892.16까지 밀려 1,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2007년 말 704.23에서 332.05로 무려 52.8%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추세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은‘선전’…펀드수익률도‘OK’

저조한 주식시장에 비해 채권은 선전했다. 한국채권평가의 종합채권지수는 2007년 말 147.72이었으나 작
년 말 162.60으로 상승해 10.07%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되는 공모 채권형펀드 91개의 작년 평균수익률도 8.04%나 됐다.

업계 관계자는“작년 위험자산의 몰락으로 안전자산이 반사이익을 누렸으며, 특히 채권은 경기침체, 전 세계
대대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이미 채권 금리수준이 상당히 낮아진데다 각국의 정책금리도 거의 0%에 가까워 추가로 내릴 여지가 크지않고, 경기나 금융시장을 봐도 1분기가 최악이어서 채권 금리를 추가로 끌어내릴 만한 재료가 적어 올해는 작년보다 못할 것”이라며“채권은 올해 5~6% 정도 수익이 예상되는데 주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력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강남 등 부동산시장‘쓴맛’

국민은행이 작성한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에 따르면 작년 전국 집값은 4분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3.1%의 상승세를 보였으며 서울로 한정하면 5.0%나 올랐다.

아파트는 전국과 서울의 상승률이 각각 2.3%와 3.2%로 나타났으나 강남(-7.2%)과 서초(-5.9%), 송파(-8.2%) 등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강남권은 급락세를 보이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천구도 마이너스 5.6%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노원(18.7%), 도봉구(10.0%), 중랑구(13.5%) 등 강북권은 오름세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은행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전국 집값이 7∼8%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하반기 수요가 회복되면서 하락폭이 다소 줄어 연간기준으로는 5%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 펀드‘반짝’

계좌를 이용해 금 거래를 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골드리슈금적립’상품은 2007년 말 매매기준가격이 1g 2만5252원에서 작년 말 3만7296원으로 47.69%의 수익률을 올렸다. 매매시 필요한 수수료 등을 감안해도 40%대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만약 고객이 2007년 12월29일 샀다가 작년 12월31일 팔았다면 40.49%의 이익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증시가 부진하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으로 투기적 성격의 자금이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금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말하고“하지만 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 금 투자는 기대수익률을 10% 이내로 낮춰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예금이‘쏠쏠’

작년 1년 예금금리는 평균 6.0~6.5% 정도였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주는 특판예금은 7.0~7.5%도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하반기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고,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예금금리는 점차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IP

고액자산가들“주식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수단

고액자산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4분기에 1,5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식 직접투자가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증권 PB연구소가 최근 예탁자산 1억원 이상의 PB고객 16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응답자의 48.8%(79명)가 주식 직접투자를 선택했다. 15.4%(25명)는 국내주식형펀드를 꼽아 직간접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유망하다고 본 응답자가 전체의 64.2%에 달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부동산(8.6%), 은행 정기예금(8.0%), CMA(7.4%), 채권(6.8%) 등이 주식직접투자와 국내주식형펀드의 뒤를 이었고, 해외주식형펀드는 0.6%로 가장 낮았다.

선호하는 투자지역을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95.7%(155명)가 국내라고 답해 해외를 택한 4.3%(7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이유로는 불확실성이 해외보다 낮고, 국내 기업이 저평가됐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올해 코스피지수 최고치로는 응답자의 32.3%가 1,500을, 그 시기로는 55.6%가 4분기를 예측했고, 최저치는 33%가 900을, 최저치 도달시점은 74%가 1분기로 가장 많아 투자자들이 전약후강의 장세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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