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많은 이들이 1998년 제작된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을 기억할 것이다. 여의사와 조폭 두목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던 이 영화는 당시 서울에서만 66만의 관객을 동원하며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약속’과 김정은, 이서진이 출연한 드라마‘연인’의 원작인 연극‘돌아서서 떠나라’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약속’을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던 이만희 작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까지 조명하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1996년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친 후,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연극계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의 공연에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했던 유오성이 오랜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또한 어느 무대에서든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면서도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대학로의 중심 배우로 현재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연기자로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진경과 모델
로 데뷔한 이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던 송선미가 비련의 여주인공 채희주 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더욱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예쁘고 똑똑한 인텔리 여의사 채희주와 주먹을 휘두르지만 순진한 조폭 건달 공상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연애를 시작하고, 극과 극인 서로를 닮아가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조직 간의 분쟁 이후 상두는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희주는 그런 그를 미워하면서도 무작정 기다린다. 그로부터 2년 6개월 후, 연락도 없던 상두가 불쑥 희주 앞에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마침내 재회하지
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2년 6개월 전 살인을 했던 공상두는 자신을 대신해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부하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자수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희주를 보러 왔던 것. 그렇게 다시 올 긴 이별을 예감한 희주는 상두에게 마지막 부탁으로 그날 밤 두 사람의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
다고 말한다.

‘친구’에서는 강렬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압도하고, ‘간첩 리철진’에서는 어수룩하지만 가슴이 따뜻한 남자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으며, 또‘투명인간 최장수’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서도 가족을 위한 노력을 놓지 못하는 남자를 눈물겹게 연기했던 유오성.

그렇게 강인한 모습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깊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모두가 무서워하는 조폭 두목의 강렬한 모습은 물론, 애절한 사랑과 아픔,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8년 만에 돌아온 연극 무대에서 그간 쌓아온 열정과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

또 연기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갈증으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기 위해 첫 연극무대에 오른 송선미와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배우 진경, 채희주를 맡은 이 두 배우와 유오성의 조화도 이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임에 분명하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이들의 가슴 저릿한 사랑 이야기. ‘돌아서서 떠나라’는 분명 추운 겨울, 무대를 찾은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혹은 뜨겁게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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