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형마트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는 단연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 월마트와의 기업결합에서 일부 점포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이마트도 비슷한 시기 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드디어 월마트 인수를 본격화함에 따라 업계 1,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더욱 뚜렷한 양강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9월 17일 전원회의에서 홈플러스와 홈에버의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 5개 점포에 대해 주요 상품의 가격을 경쟁가격 수준 이하로 유지하되 점포매각은 없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과거 이마트와 월마트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와 비교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결과였다. 당시 공정위는 신세계가 인수한 월마트 점포 16곳 중 독과점 우려가 있는 4개 지역의 4∼5개 점포를 매각하라는 조건으로 월마트와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으며,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홈에버 매장도 최소 7곳에서 최대 15곳까지 매각해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경쟁제한성 추정지역 7곳 중 경쟁제한성 실질심사 결과 5개 점포에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러 가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점포매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2006년 까르푸-이랜드, 이마트-월마트 기업결합 이후 유통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제한성이 떨어졌고, 계속적으로 대형마트 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슈퍼마켓, 재래시장 등이 현대화되고 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시장도 발전함에 따라 인접시장으로부터의 경쟁압력도 증대되고 있어 경쟁제한 우려는 제한적이거나 단기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공정위는 홈플러스와 홈에버의 기업 결합으로 대형마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사업자를 견제할만한 강력한 2위 사업자가 출현하면서 전국시장 차원에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기업결합에서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 기준이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시장상황을 고려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이마트와 월마트의 기업결합 심사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한편으로는 이마트와 월마트의 기업결합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법률위반으로 판결한 것이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분석도 있었다. 공정위가 신세계와 월마트의 기업결합 심사 때처럼 점포 매각 조치를 내려 봐야 홈플러스 측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도 역시 이마트의 판례대로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줄 것이 거의 확실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결과로 홈플러스는 점포수는 물론 매출에서도 이마트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또한 업계 3위인 롯데마트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앞으로 당분간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1위 경쟁이 가속화되는 한편, 두 업체의 양강구도는 더욱 확고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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